오홍석 (사단법인 인투컬쳐 상임대표) 

우리는 귀중한 것을 중요하게 생각한다, 반면 흔한 것은 소중하게 여기지 않는 경향이 있다. 예를 들면 공기나 물, 전기는 우리 주변에 늘 있기 때문에 평소에는 그것의 존재감을 느끼지 못한다. 하지만 이것이 부족하거나 끊기게 되면 우리는 곧바로 생존에 위협을 받게 된다. 평상시에는 아무것도 아닌 것이 절박한 상황에 처해지면 그렇게 소중하다는 걸 깨닫곤 한다. 축제도 그 가운데 하나일 것이다. 물론, 축제가 없다고 해서 우리 생존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지는 않는다. 하지만, 인정하든 안 하든 오늘날 축제는 우리 일상성에 깊숙이 자리 잡은 문화 코드이자, 지역발전에 존재감이 뚜렷한 여가소비 문화상품임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라는 점이다. 

해마다 전국 각지에서 열리는 축제 수만 1,000여 개에 달한다. 이것도 공식적으로 집계되는 축제만 그렇다. 비공식적으로 치러지는 축제까지 더 하면 1,200개가 훌쩍 넘을 것이라는 것이 학계의 견해이다. 강원도만 해도 지난 한 해에만 104개의 각종 지역축제가 열렸다. 매달 9개의 축제가 열리고 있는 셈이다. 이는 전국광역자치단체 중에서 네 번째 순위에 들 만큼 축제가 넘쳐나고 있다. 이렇게 축제는 우리 주변에 늘 존재하는 일상문화 활동의 중심이 되어버렸다. 그런데 우리나라에 축제가 왜 이렇게 많은 것인지 생각해본 적 있는가? 지역마다 축제에 많은 예산을 투입하는 진짜 속마음은 무엇일까? 축제가 우리에게 여가선용의 기회에 도움을 주기 때문일까? 물론 이것도 여러 이유 중 하나다. 그러나 핵심적인 이유는 국가적 차원보다는 지역발전의 실마리를 축제에서 찾으려는 동기 때문이다. 이러한 동기와 갈망은 대도시보다는 지방이나 농촌 지역일수록 더 강하게 나타난다. 

90년대 중반, 지방자치 시대가 열리면서 자치단체들은 이전과는 다른 새로운 가치를 창출해 내야 하는 상황에 직면했다. 게다가 최근에는 인구가 갈수록 줄고 지방이 사라질 위기에 처하면서, 주민의 삶과 경제 활성화라는 현실을 무시하고 지역의 미래를 논할 수는 없게 되었다. 도시지역이든 농촌 지역이든 자연환경과 경관이 서로 다르듯 이를 활용해 살아가는 생활양식과 형태도 제각각이다. 지역은 우리가 생산하고 생활하는 장소이며 저마다의 독특한 개성을 갖고 있다. 이 점에서 관광과 축제는 기본적으로 같은 속성과 같은 목표를 지녔다. 지역 이미지와 고유한 개성을 대외적으로 알려 지역발전을 유도하는 문화적 시도이기 때문이다. 사실 축제만큼, 지역적 개성과 창의적 역량을 동시에 보여줄 수 있는 문화적 수단도 흔치 않다. 이에 더해 경제효과와 지역사회를 하나로 통합하고 지역관광을 발전시키는 부수효과까지 만들어내고 있다. 그 때문에 소도시일수록 지자체와 주민 차원에서 축제에 힘을 쏟고 있다. 하지만 과연 이런 가치만으로 지역이 진정 원하는 목표를 이룰 수 있을지 의문이 들 때가 많다. 문제는 모든 지역축제가 성공한 브랜드가 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실제로 도내에서 화천산천어축제 외에 진정한 효과를 거두는 지역축제는 찾아보기 어렵다. 축제는 준비하는 사람, 주민, 관광객 모두에게 만족스러운 것이 되어야 한다. 그래야 오랫동안 사랑받으면서 지역 성장을 촉진하는 관광문화콘텐츠로 거듭날 수 있다. 그렇지 않으면 발전보다는 오히려 분열과 갈등의 원천을 만들어낼 뿐이다. 그간 지역축제는 외형적으로 빠른 성장만큼이나 사람들의 눈높이나 기대수준도 함께 높아졌다. 

오늘날 축제는 사회문화적 영역뿐만 아니라 경제적 영역에서 중요한 기제가 되며 그 의미가 깊어지고 있다. 그런데도 도내의 지역축제를 지켜보면 무엇보다 뚜렷한 목표의식 없이 획일적인 콘텐츠만 생성해내는 것이 큰 문제다. 매년 축제를 지속하면서, 정작 지역을 어떤 축제 도시로 만들 것인가에 대한 큰 틀에서의 구상과 구체적인 고민이 부족하다. 그보다는 연례적으로 치루는 일종의 의례 행위와 같은 인상을 지울 수가 없다. 요즘같이 경제가 어려울수록 지역 기반산업에 도움을 주는 축제의 역할은 더욱 중요해졌다. 일반적으로 상품은 소비자로부터 선택받지 못하면 시장에서 퇴출당하면 그만이다. 

하지만 축제는 그 폐해가 고스란히 지역사회 전체에 미치는 결과를 낳는다. 지난 1월7일부터 시작된 2023 화천산천어축제가 개막 사흘 만에 26만 명의 인파가 모여들었다. 이 소식을 접하면서 문득, 사람들은 축제에 어떤 기대를 품고 있을까?, 또 무엇이 관광객의 마음을 움직이고 참여를 결정하게 할까? 하는 궁금증이 들었다. 주변 사람들과 관계 맺기를 잘하는 사람들의 특징은 자신이 옳다고 생각하는 말 보다 상대의 입장에서 생각할 줄 안다는 것이다. 모든 말에는 사연이 있다. 하지만 내가 하고 싶은 백 마디 보다, 가까이 있는 사람들이 원하는 한 번의 실천을 더 중요하게 여길 때 빛나는 법이다. 축제가 지금 함께 있는 이웃 주민과 관광객과의 관계 맺기에 성공하지 못한다면, 아무리 명분이 뛰어나고 그 이유가 타당해도 결국 실패한 축제에 지나지 않을 뿐이다.

오홍석 (사단법인 인투컬쳐 상임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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