쉬는 날이다. 때맞춰 눈까지 펑펑 쏟아진다. 여유로운 마음이 흩날리는 눈바람 따라 이리저리 헤맨다. 어디 딱히 정한 곳이 없어 주저주저하고 있을 때 문득 낮술이 땡긴다. 낮술!! 안주로도 식사로도 안성맞춤일 마땅한 걸 찾다가 많은 사람들이 즐기는 따끈한 감자탕 생각이 났다. 감자탕인데 국물 없이 달큰 매콤하게 내오는 집이 있어 소개하고자 한다. 거두리 먹자골목 안 운수대통감자탕이다.

운수대통감자탕은 거두리 초록지붕아파트 맞은편 먹자골목에 있다. 10년이 넘게 영업을 해오던 집이니 맛은 물어보나 마나다. 지난달부터 거두리 사는 지인이 꼭 같이 먹어보자던 뼈찜 약속을 저녁에 잡았다가 낮술이 땡겨 점심으로 시간을 옮겼다. 1시가 조금 지난 시간이었는데 가게 안에 제법 손님들이 많이 있다. 여기저기서 낮술이 한창이다. 

이 집은 낮술을 부르는 메뉴가 주특기인듯하다. 지인이 함께 먹자던 뼈찜을 큰 것으로 시켜 놓았다. 큼직한 등뼈를 하나씩 앞접시에 옮겨놓고 간장소스의 와사비를 젓가락으로 잘 풀어놓으면 먹을 준비가 다 된 것이다. 등뼈에 붙은 고기를 젓가락으로 뚝 떼어내어 간장소스에 담궈 준비를 한다. 소주 한 잔씩 기울이고 한점 입에 넣으면 부드럽고 진한 맛을 씹을수록 느낄 수 있다. 진한 육즙이 탕을 먹을 때 와는 다른 고소함을 선사한다. 즐거운 자리에 술병도 비워가고 고기도 금세 사라지는 마법이 펼쳐진다. 

뼈찜은 국물 없이 큰 냄비에 나오는데 바닥에는 양념을 두른 뼈찜이 깔리고 그 위에 넙적당면이 올려지고 제일 위에는 양념을 같이한 부추, 콩나물, 양배추가 떡볶이 떡을 품고 있다. 앗! 들깨가 넉넉히 뿌려져 더욱 맛나 보인다. 메인이 좋다 보니 반찬은 눈에 잘 안 보이나 김치, 섞박지, 마늘종간장절임, 고추간장절임으로 단출하다. 반찬리필은 셀프다. 술자리가 길어져 묵은지탕 작은 것을 추가했다. 국물이 개운하고 시원해서 속이 풀리는 것 같았다. 고기 맛은 뼈찜이 한 수 위로 진하고 구수하다.

운수대통감자탕은 한 달에 3일 정도 정해져 있지 않은 날 주인장 재량껏 쉰다. 꼭 전화를 해보고 찾아가야 한다. 오전 10시 30분부터 오후 11시까지 영업한다. 특별히 휴게시간은 없다. 일이 있으면 손님에게 양해를 구하고 잠시 자리를 비우기도 한다. 눈이 펑펑 내리는 휴일 낮술이 생각나면 같이하고픈 이들과 진한 우정을 확인하는 시간을 가져보는 것은 어떨까.

춘천순환로 72번길 35 / 262-2221

이철훈 시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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