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익훈 〈식빵을 사러가는 소년〉(서울신문) & 윤소정 〈집의 생존자들〉(한국극작가협회), 그리고 첫 관람 공연 〈장녀들〉

계묘년. 2023년 검은 토끼의 해. 새해 벽두부터 겨울 속 봄을 알리듯 기쁜 소식들이 전해져 춘천연극계가 들썩였습니다. 소설 쓰고 배우 하는 이익훈 작가의 희곡 <식빵을 사러 가는 소년>과 윤소정 작가의 희곡 <집의 생존자들>이 문학계 등단의 최고 영예인 신춘문예에 당선되었습니다. 

김유정 신인문학상(1998) 수상 경력의 이익훈 작가의 <식빵을 사러 가는 소년>은 서로의 관계가 불분명한 두 인물 ‘소년’과 ‘아저씨’의 이야기입니다. 파편적인 대화는 새로이 변주되고 확장되어 다양한 해석과 가능성으로 실제 무대에 대한 기대감을 한층 고조시켰으며, 빵의 맛이 ‘맵고, 짜고, 시고, 달다’는 은유를 통해 우리 인생의 굴곡진 면면을 드러내면서도 유머를 잃지 않았습니다. 문학적 사유는 깊고, 삶에 대한 고민은 치열하며, 시선은 따듯하고 섬세하다는 수상 평을 받았네요. 이 작가는 이번 당선작을 후평동 인공폭포 사거리 카페 ‘뽐므’에서 거의 썼다 하니 수상과 더불어 ‘작가의 카페’가 하나 더 생긴 기분입니다.

이익훈 작가
윤소정 작가

윤소정 작가의 <집의 생존자들>은 2023 (사)한국극작가협회 신춘문예 단막극 부문 당선작으로, 엄마 혜금의 극단적 선택 이후에 유족으로 남겨진 가족에 관한 이야기입니다. 어머니는 같으나 아버지가 다른 이부자매인 경주와 영주, 이들의 이모인 정금은 서로를 거부하면서도 점점 가까워지는 과정에서 유족이 받아들여야 하는 현실적인 문제들과 극단적 선택으로 세상을 떠난 혜금에 대한 복잡한 감정들을 드러낸 작품입니다. 절제된 대사와 상황들로 극을 전개시킨 필력과 또한 남겨진 가족들을 ‘생존자’라 칭하며 이들이 살아보려는 삶의 의지를 간접적이지만 세련되고 덤덤하게 그리며 삶과 죽음 그리고 인간에 대한 작가의 깊은 애정이 녹아들어 있었다는 당선 평을 받았습니다. 

두 분 다시 한번 축하드리며 더하여 강원일보 신춘문예 희곡 당선작 이민선의 <은수의 세상> 또한 축하드립니다. 

귀한 소식을 함께하며 선택한 올해의 첫 관람 공연은 프로젝트 아일랜드의 <장녀들>(서지혜 연출)입니다. 실제 치매를 앓은 어머니를 20년 이상 돌본 경험을 한 작가 시노다 세츠코의 소설 중·장편 《장녀들》의 3부작 중 <집 지키는 딸>, <퍼스트레이디> 2편의 이야기를 각색하여 무대에 올렸는데요. 집안을 따져보면 한두 명의 환자 없는 집을 찾아보기 힘들고 아이 없는 집은 많아지고 노인 없는 집이 없듯이 고령사회 문제와 더불어 현대 의료의 명암과 가부장적 사회에서 비혼 혹은 미혼의 특히 딸들에게 ‘부모 돌봄’과 ‘희생’을 요구하는 사회적 인식에 관해 이야기합니다. 연극이 지금도 만들어지고 있는 이유는 현실을 반영하고 직시하고 질문을 던지는 일을 멈추지 않기 때문이라 생각하는데 <장녀들>은 여러 가지로 너와 나의 삶 속에 묵직한 질문들을 던지고 생각하게 하는 시간을 주었습니다.

설이 지나고 올해 첫 연극 소식을 전하고 나니 정말 ‘시작’처럼 느껴집니다. 이번 봄날에 희곡의 무대화가 어떻게 펼쳐질지 기대해보며 사이를 빌려 저의 두 편의 공연 소식도 전해 봅니다. 정동극장 뮤지컬 <베르나르다 알바>(6월 16일~8월 6일)와 세종문화회관 M시어터 서울시극단 연극 <컬렉션>(12월 1~10일)의 연출을 맡았네요. 올 한해 《춘천사람들》을 통해 연극문화 소식도 열심히 전하고 공연도 정성껏 올려 보겠습니다.

자~ 2023년 시작! 입니다. 올해 많은 문제작이 솟아나길 바래봅니다.

연극하는 사람 변유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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