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의 일상은 대체로 반복적이다. 아침부터 저녁까지, 월요일부터 일요일까지. 크게 나쁘지 않은, 그럭저럭 순항하는 듯한 삶이 익숙해지고, 익숙함이 질척해질 무렵 소설 속 김성곤 안드레아는 ‘사업’이라는 새로운 도전에 나선다. 그리고 이어진 실패와 도전의 반복은 오뚝이 또는 사업 중독으로 명명되며, 그에게 50대의 나이와 별거 중인 아내와 딸의 외면, 수억대의 빚, 늘어진 배와 처진 어깨만 남길 뿐이다. 

불가항력적 상황 속에서 단 하나만이라도 자기 의지에 따라 바꿔보고자 시작된 김성곤 안드레아의 첫 번째 목표는 자세 교정. 행동에 목표를 없애고 행동 자체가 목표가 되는 것이었다. 하루 5분 ‘허리는 위로, 어깨는 아래로, 등은 그사이에!’ 바른 자세를 만들기 위한 노력은 삶의 태도에 변화를 가져왔고, 이어지는 자신만의 도전 프로젝트는 그가 세상을 대하는 태도와 소통 방식에 변화를 불러일으킨다. 그리고 성곤은 이 경험을 바탕으로 다시 새로운 사업, 지푸라기 프로젝트를 구상하게 된다. 

‘지푸라기 프로젝트’. 어떤 삶이든 절망과 희망은 깃들어 있고, 힘든 상황을 벗어나게 도와줄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을 때가 있다. 누군가 내민 지푸라기는 잡아봤자 금세 가라앉으니 스스로 만든 지푸라기에 바람을 넣어주자는 것, 그것을 함께 하자는 것이었다. 성곤이 절망을 겪었기에 건넬 수 있었던 진정성 있는 응원 프로젝트의 비현실적 성공 그리고 실패. 다시 시작.

우리 사회는 대체로 사회적 ‘성공과 실패’라는 이분법적 결론으로 누군가를 평가하곤 한다. 그러나 성곤의 삶을 바라보면 ‘성공’이라는 단어는 꼿꼿한 허리로 바른 자세를 설 때, 누군가를 보며 자연스럽게 미소지을 때, 태어날 때부터 가지고 있던 자신의 감각을 고스란히 느끼는 환희에 찬 모습에서 떠오른다. 그리고 단 한 번의 손길이 누군가를 구할 수 있다는 자신의 신념을 거침없이 행할 때 빛을 발한다.

‘지푸라기의 성공’이란 무엇일까? 지푸라기에 바람을 넣어도 그것이 하늘 위로 떠 오르진 않는다. 하나하나의 지푸라기가 모여, 거센 파도에 가라앉지 않고 버틸 수 있도록 버팀목이 되어주는 것. 혼자의 의지로 버거울 때 얼굴도 모르는 누군가의 응원에 힘을 얻는 것. 응원으로 내디딘 나의 한 걸음이 다시 누군가의 한 걸음을 응원하는 선순환으로 이어지는 것이 지푸라기 프로젝트가 꿈꾸는 튜브(Tube)일 것이다. 

인생이라는 파도에서 지푸라기를 잡고 파도의 흔들림을 느낀다는 것은, 흔들리는 파도를 잠재우는 것도 아니고, 파도에서 탈출하는 것도 아니다. 가라앉지 않고 버티면서 파도의 흔들림을 매 순간 느끼고 받아들이는 것이다. 그리고 온전한 시간을 다해 버티고 다시 일상이 될 때 완벽한 순간을 경험할 수 있다. ‘인생이라는 파도에 맞서야 할 땐 맞서고 그러지 않을 때는 아이의 눈으로 삶의 아름다움을 관찰’하는 단단한 평화로움을 지닌 박실영처럼. ‘완벽한 순간은 평범한 일상 속에 숨어있다.’

박혜진(유봉여중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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