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오늘은 일본의 과거이고, 한국의 미래는 일본의 오늘이다.”

고령화·인구 감소·지방(농촌) 소멸·저성장과 관련해서 많이 언급되는 말이다. 일본은 2014년 총리 직속으로 ‘마을사람일자리 창생본부’를 신설하고, 범정부 차원의 정책 대응에 나섰다. 하지만 일부 성과에도 불구하고, 2021년에도 인구가 73만 명이나 줄어드는 등 상황은 좀처럼 나아지지 않고 있다. 역대 한국 정부도 각종 대책을 내놓았지만 다르지 않다. 인구감소와 지방소멸은 일자리·주택·교육 그리고 수도권 집중 등 오랜 시간 뿌리 깊게 곪은 구조적 문제라서 해법 마련이 쉽지 않다. 인구유입을 위해 필사의 전략을 펼치는 일본과 한국 지자체를 소개한다.

■   후쿠이현 사바에(鯖江)  

사바에(鯖江)시는 일본 내 행복도 평가에서 10년 연속 1위를 차지하고 있다. 초·중학교 학력평가 1위, 정규직 사원 비율 1위, 대졸 취업률 1위, 노인과 아동 빈곤율 최하위 지역 등을 유지하고 있어 행복도 평가에서 부동의 1위를 이어가고 있다. 일본에서는 ‘가장 멋진 마을’로도 일컬어진다. 지역 활성화를 위해 전국 대학생을 대상으로 정책 아이디어를 모으는 이벤트 ‘여러분, 시장을 하지 않겠습니까?’를 매년 열고 있다. 또 지역 여고생들이 주축이 된 프로젝트 ‘JK과’를 실시, 향토 자원을 활용한 상품개발과 이벤트를 기획한다.

인구유입을 위해 일본과 한국 지자체는 필사의 전략을 펼치고 있다.출처=픽사베이

사바에시는 지역 활성화를 위해 대기업을 유치하기보다 값싼 중국제에 밀려 사양산업을 걷고 있던 기존 안경 산업과 칠기, 섬유 등 전통산업을 포기하지 않았다. 이들은 여성과 청년의 ‘안정적인 일자리’가 됐다. 특히 안경 제작 중소기업과 가내수공업 등 250여 개 업체가 자리 잡고 있으며, 일본 내 안경테의 80% 이상 생산, 전 세계 안경 시장 약 5%를 점유하고 있다. 세계 최초 티타늄 안경테 개발 등 차별화된 기술을 선보여 제조업에 강한 소도시로 우뚝 섰다. 티타늄 가공기술을 첨단화해 의료기구·스마트안경 등으로도 영역을 넓혀가고 있다. 자녀양육·교육여건이 좋아 출산율도 높아져 25~34세 청년인구와 맞벌이 부부가 증가했다. 여성의 합계출산율이 1.68로 일본 전국 평균 1.4보다 높다. 2025년에는 1.8, 2035년에는 2.07로 예측된다. 가구당 월평균 소득이 63만 엔(한화 약 630만 원)을 넘으며 노동자 세대의 실수입 순위는 도쿄를 제치고 일본 내 1위를 차지했다.

사바에는 안경산업에 청년·여성 일자리를 늘려 지역을 살렸다. 출처=후쿠이 안경박물관

■   도야마현 도야마(富山)   

인구 42만 명의 도야마(富山) 시는 2014년 유엔으로부터 ‘환경모델도시’로 지정됐을 뿐 아니라 각종 국제회의를 유치하고 있다. 이는 2000년대 초부터 추진한 콤팩트시티의 효과로서 도심을 재정비해 자전거와 도보로 이동할 수 있는 생활권을 만든 후 도심과 거점, 거점과 거점을 잇는 트램·버스 등을 배치 이동 편의성을 높였다. 

대중교통과 보행 여건이 개선되자 고령자의 외출 빈도가 늘고 중심지 상권이 활발해지기 시작했다. 현재 5개 노선의 트램과 노선버스가 도시 전체를 거미줄처럼 연결하고 있다. 교통사업자와 제휴해 65세 이상 고령자가 트램과 버스를 이용할 때 기본 200엔(1천900원), 최대 1100엔(1만450원)에 달하는 요금을 100엔만 내면 어디든지 갈 수 있도록 하고 있다. 또 신칸센과 7개 노선의 일본철도(JR)를 연결해 다른 도시로의 이동도 수월하다.

도야마시는 우량 임대주택을 짓는 건설업체에 가구당 최대 100만엔(950만 원), 이주민들에게는 가구당 50만엔(475만 원)의 보조금을 지원했다. 그 결과 지난 10여 년 동안 약 4천여 가구가 도심으로 이주했다. 도심을 활성화로 거둔 경제적 이득은 주민복지증진에 우선 투입하여 온천수를 이용한 ‘간병·치료센터’를 세우고, 임산부와 어린이를 맡아 돌보는 ‘종합케어센터’를 운영한다. 또 도심의 전통시장과 오래된 가옥·빈집 등을 정비한 곳에 지역 농산물 직판장을 개설해 2010년부터 운영하고 있다. 이 직판장은 연간 약 30만 명이 방문하고 있다.

■   시흥시   

경기 시흥시의 경우, 2018년 이후 지난해까지 4년간 23만여 명의 인구가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시흥시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주민등록인구 수가 전년 대비 1만1천953명 늘어난 56만7천544명으로 집계됐다. 출생아 수도 381명으로 같은 기간 170명 증가했다.

도·농·어촌이 복합돼있는 시흥시의 인구가 이처럼 단기간에 급증한 이유는 맞춤형 인구유입정책을 펼친 결과로 분석되고 있다. 시는 ‘시흥에 사는 자부심! 세대이음 행복도시 시흥’이라는 인구정책 비전 아래 저출산·고령화 대응책과 돌봄 환경 개선, 교육여건 개선 등 인구 유입 촉진 정책을 펼쳐 왔다. 시는 올해도 12개 분야 119개 세부 과제를 선정, 3천683억 원의 예산을 투입하는 정책을 펼쳐 60만의 인구 도시를 만든다는 계획이다.

주요 사업으로 시는 맘 편한 임신·출산·건강 지원을 위한 ‘임신, 출산이 행복한 시흥MOM 만들기’, 초등돌봄 공백 해소 및 일·가정 양립 지원을 위한 ‘시흥형 안심돌봄 조성’, 신혼부부 및 주거취약 아동가구 지원을 위한 ‘시흥형 주거 복지지원’ 등이 있다. 고령자를 위한 ‘2022 시민 통합건강관리’와 ‘실버카페 및 편의점 채용 지원’, 노인통합돌봄 서비스 ‘내 집에서 누리는 행복한 노후 통합돌봄’ 등도 운영해 나간다는 방침이다.

■   김제시   

김제시는 최근 한 달만에 207명의 인구를 늘렸다. 1월 말 기준 8만1천662명으로 집계됐다.

김제시는 민선8기 들어 스마트팜 23명, 청년농업 45명, 청년창업 및 산단취업 62명, 귀농귀촌 31명, 공무원 취업준비반 47명, 한국폴리텍 재학생 55명 등 청년층에서만 341명이 증가해 인구성장 동력으로 나타난 것으로 자체 분석했다. 특히 국내 최초 스마트팜 혁신밸리와 종자생명산업특구, 99.7%에 이르는 지평선산업단지의 높은 분양률, 백산면 소재의 신축아파트(390세대) 입주 시작, 특성화학교 예비입학생과 그 가족들의 전입 영향이 가장 큰 것으로 나타났다. 아울러 백구특장차 단지에 제2특장차 전문단지 조성, 종자생명산업 혁신클러스터 및 종자생명 맞춤형 인력양성, 민간육종단지 조성과 금구면, 요촌동, 신풍동, 검산동 등에 위치한 신축 공동주택 입주로 인해 지속적인 인구유입이 예상돼 인구 증가세는 지속될 것으로 보고 있다.

■   음성군   

음성군은 최근 청년 유입과 지역 활성화를 위한 체계적이고 종합적인 ‘청년정책’을 추진하기로 발표했다. 청년정책 추진에 앞서 군은 2021년 ‘음성군 청년 기본조례’를 제정했고 2022년 2월 청년정책위원회를 구성해 소통할 수 있는 창구를 마련했다. 또한, 청년들이 당면한 문제를 지역적 차원에서 보다 세밀하게 접근하기 위해 2022년 3월에는 음성군 청년 실태조사를 실시했다. 이를 바탕으로 올해 상반기 중 음성군 청년지원센터를 금왕읍 일원(무극로 237)에 조성할 계획이다.

또한, 청년 고용 활성화를 위해 면접 응시 시 연 최대 3회 15만 원을 지원하는 청년면접수당 지원사업, 청년 예비창업자의 창업자금 부담 경감을 위해 개소당 최대 1천만 원을 지원하는 청년창업 지원사업, 미취업 청년 신규 채용 시 인건비와 주거교통비를 지원하는 혁신기업 청년채용 지원사업 등을 추진한다.

이와 함께 집값 및 전·월세 임차료 폭등으로 가중된 청년의 주거 부담도 경감한다. 자체적으로 군비를 투입해 중위소득 150% 이하 청년에 대한 월세 지원사업을 올 8월부터 시행할 예정이며, 청년 신혼부부 대상으로 주택자금 대출잔액의 3%(최대 300만 원)를 지원하는 신혼부부 주택자금 대출잔액 지원사업, 월 20만 원의 월세를 지원하는 국토교통부 청년월세 한시 특별지원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   곡성군   

전남 곡성군은 고향사랑기부제를 ‘농촌유학’ 프로그램과 연계해 인구소멸 위기를 지역 교육 활성화로 극복하는 사업을 추진한다. 곡성군은 지난 2일 농촌유학과 연계한 고향사랑기부 상품 개발에 착수했다고 밝혔다. 곡성군은 ‘농촌 유학’을 인구 유입 주력 정책 중 하나로 삼고 있다. 실제 곡성유학 프로그램을 시작한 2021년 이후 관내 오산초등학교는 전교생이 14명에서 30명으로 증가했다. 이에 곡성군은 타 지자체와 차별성을 위해 농촌유학 가족 체류형 거주시설 단지인 ‘도담도담 유학마을’을 조성하고, 안정적인 주거 환경을 제공하기 위해 농가주택 리모델링도 지원한다. 지방소멸대응기금을 적극적으로 활용해 곡성유학 가족체류형 거주시설 단지를 1개 권역에서 5개까지 확대해, 학생들에 국한하지 않고 누구나 곡성에서 정착할 수 있도록 정주 환경을 만들 방침이다.

■   해남군    

전남 해남군은 2023년 인구정책 종합계획을 수립하고, 출산·보육, 주거안정과 일자리, 건강한 인구구조 형성을 위한 청년정책 등 총 128개 사업에 331억9천400만 원의 예산을 투입한다.

청년세대 유입·정착을 위해 ‘결혼장려 지원사업’과 ‘주택자금 대출이자 지원 및 임대주택수리비 지원사업’, ‘자산형성을 위한 청년희망 디딤돌 통장사업’, ‘청년문화복지 카드사업’, 그리고 ‘청년 농·어업인을 위한 정착 지원사업’ 등을 중점 추진한다. 안정적인 일자리 제공을 위한 다양한 청년 맞춤형 일자리 사업도 지속적으로 마련할 계획이다. 또 출산과 양육하기 좋은 환경 조성을 위해 ‘임산부 건강검진비 지원’, ‘가사돌봄 서비스’, ‘출산가정 방문 산후조리 서비스’, ‘신생아 양육비 및 첫 만남 이용권 지급’, ‘공공산후조리원 이용료 감면’ 등도 추진된다. 지난 2022년 처음으로 시작한 ‘아빠 육아휴직 장려금’은 월 50만 원씩 최대 3개월 동안, 총 150만 원을 지급한다.

■  완주군   

전북 완주군 인구가 올 1월에만 600명 넘게 늘면서 전라북도 내 14개 시·군 중 인구증가 1위를 기록했다. 완주 인구는 민선 8기가 출범한 작년 7월에만 411명이 늘었고, 같은 해 9월(-56명)을 제외하고 내리 6개월째 증가하면서 지난 2018년 이후 4년 만에 9만3천 명 인구를 회복했다. 인근 대도시 택지개발로 대규모 전출사태가 벌어졌던 2018년 이후 완주군 인구는 2019년에 9만 2천220명으로 감소, 이듬해는 9만 1천609명, 2021년에는 9만 1천142명으로 주저앉았었다.

이에 군은 정주여건 개선과 기업유치를 통한 일자리 창출, 귀농·귀촌 활성화 등 인구 유입을 위한 노력과 지원책을 강화하면서 작년 5월부터 인구증가로 반전, 지난해 한 해 동안 1천280명이 늘어난 데 이어 올해도 1월부터 증가세를 이어가고 있다.

■   순천시    

전라남도 인구가 급격하게 줄어들면서, 전라남도 인구 1위 순천시가 전라남도 인구 지방소멸 극복에 나섰다. 순천시의 인구는 2022년 12월 기준 27만8737 명이다. 시는 인구소멸을 대응, ‘생활인구’ 개념을 도입, 제도화한다는 복안이다. 이를 위해 먼저 인구정책 기본조례를 제정하고 인구정책 중장기 기본계획을 수립하기로 했다. 조례에는 인구정책위원회 구성, 생활인구 개념과 구체적인 지원방안을 담을 계획이다.

출산·보육 환경 조성 등 인구유입 지원에도 적극 나선다. 결혼과 양육 초기 경제적 부담을 줄이고 지역 정착을 유도하기 위해 결혼부터 출산·양육에 이르기까지 생애주기별 시책을 원스톱으로 지원할 방침이다. 또 ‘맞벌이가정 가사서비스’, ‘육아휴직 장려’, ‘순천형 0세 안심반 지원’ 등 인력지원, 제도개선으로 양육에 대한 공적 책임을 강화한다. 특히 올해는 ‘출산장려금 최대 2천만 원 확대 지원’, ‘부모급여’, ‘어린이집 특성화비 지원’, ‘초등학생 입학지원금 신설’ 등 현금성 지원을 대폭 확대해 시민이 체감할 수 있는 보편적 복지혜택을 늘렸다.

박종일 홍석천 기자

저작권자 © 《춘천사람들》 - 춘천시민의 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