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을 사랑하는 우리엄마’ 이상원미술관 ~2.26.

경력단절의 강을 슬기롭게 건너고 있는 엄마 작가 6인의 고군분투가 전시회로 펼쳐진다. 

‘예술을 사랑하는 우리 엄마’는 한국의 많은 여성들이 겪는 다양한 경력단절의 원인 중 가장 많이 꼽는 출산과 육아를 슬기롭게 헤쳐가며 창작활동을 이어가는 엄마 작가들의 작품을 소개한다. 기자는 그간 만나온 여성 작가들 거의 모두가 “여성 작가들에게 육아는 단절의 시작이며 예술가로서 활동하기 어려운 험난한 꼬리표이다”라며 복귀하기까지 가장 힘들게 넘어온 거대한 장벽이었음을 회고한 바 있다. 

‘엄마’를 겪으며 작업과 인생, 사랑의 대전환을 맞은 김경옥·루시·서슬기·신리라·이효숙·지유선 등 6인의 고군분투를 만날 수 있다. 루시 작가는 “창작을 향한 나의 불꽃이 사그라들 것 같아 출산 전에는 막연한 두려움이 있었다. 아이를 처음 만나던 날, 내 인생은 리셋됐다. 불꽃은 사그라든 것이 아니라 더 활활 타올랐다. 아이와 나는 함께 그림을 그리며 서로에게 영감이 되고 있다. 비로소 나는 완벽하게 채워졌다.”

서슬기 작가는 “2022년 11월 초겨울에 아이를 만났다. 기억과 환상을 그리는 작업을 하고 있지만, 아기가 태어나며 함께하는 순간들은 내가 그린 어떤 그림보다 가장 꿈 같은 장면들이다. 엄마가 된 지 이제 막 2개월, 아이의 기억 속 페이지 모두를 반짝이게 해주고 싶다.”

신리라 작가는 “흰 눈이 온 세상을 포근하게 덮어주던 날에 찾아온 딸. 아이는 얼룩져 다시 손 쓸 수 없을 것 같았던 지난 삶의 궤적들을 별일 아니라고 위로해주며 날 다시 세워주었다. 엄마라는 역할이 더해진 지금 나는 작업 안에서 더 큰 자유와 즐거움, 오롯이 나일 수 있는 시간을 만난다. 엄마 작가라는 감사한 이름으로.”

지유선 작가는 “출산과 육아는 삶을 송두리째 흔들어버렸고, 높아져 있던 콧대를 제 자리로 가져다 놓았으며, 별반 관심도 없었던 한 사람 한 사람이 얼마나 귀한 존재들인지 깨닫게 해주었다. 긴 시간 아이를 돌보다 홀로 맞이하는 새벽녘 작업시간, 몸은 고통스럽지만 달콤함도 이루 말할 수 없다. 이 시간을 맘껏 즐기고픈 나는, 엄마 작가다”라고 각각 소감을 전한다.

작품들은 엄마 작가들에게 육아가 공백의 시간이 아닌 깊고 넓은 사유의 시간과 다른 차원의 사랑을 관측하는 감동적인 시간임을 증명하고 있다. 25, 26일에는 ‘FF TRIO’의 공연과 그림을 함께 감상하며 도슨트의 설명을 듣는 뮤직도슨트가 열린다. 전시회는 춘천 지역 예술공간 활성화 사업인 ‘예술공간,채움 프로젝트’ 중 하나로서, 공공미터협동조합과 이상원미술관이 매칭되어 진행한다.

박종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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