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편한 편의점을 편안하게 

불편한 편의점은 서울역 노숙자였던 독고 씨가 편의점 사장인 염 여사를 만나 편의점 야간 알바를 하며 다양한 사람을 만나고 과거의 기억을 되찾아가는 과정을 담은 이야기이다. 또한, 독고 씨뿐만 아니라 편의점이라는 동일한 배경 속에서 독고 씨와 만나는 다양한 사람들의 이야기도 보여주고 있다.

다양한 이야기 중에서 내가 가장 인상 깊었던 이야기는 다양한 사람들이 편의점 야간 알바로서의 독고 씨를 만날 수 있게 해준 배경이었던 독고 씨와 염 여사의 이야기이다. 독고 씨와 염 여사의 인연은 염 여사가 잃어버린 파우치를 독고 씨가 찾아주면서 시작되었다. 독고 씨는 알지도 못하는 사람이 잃어버린 파우치를 끝까지 지켜내 주인이었던 염 여사에게 돌려주었고 염 여사는 그런 독고 씨의 책임감을 단순한 호의로 생각하고 넘어가지 않았다. 염 여사는 독고 씨에게 밥을 제공해주고 일자리를 제공해주고 집을 마련해주었다. 그로 인해 독고 씨는 다시 살아갈 수 있는 힘을 얻었고 사회 일원으로서의 역할을 할 수 있게 됐다. 독고 씨 또한 받기만 하는 염치없는 사람이 아니었다. 독고 씨 덕분에 염 여사는 야간 알바를 우직하게 해주는 듬직한 알바생을 얻게 되었고 그 알바생은 친절하기까지 하여 편의점의 매출을 올려주는 고마운 존재가 되었다. 이렇게 독고 씨와 염 여사의 이야기를 보면 마음씨 좋은 사람들끼리 만나 서로의 부족함을 채워주는 참 예쁜 이야기라는 느낌을 받았다. 이 책은 코로나 시기를 배경으로 하고 있고 코로나는 사람과 사람을 단절시키는 삭막한 시기이다. 따라서 그런 시기에 사람과 사람 사이의 정을 보여주는 독고 씨와 염 여사의 이야기는 더욱 따뜻하게 와닿았고 가장 인상 깊었다.

또한, 이 책이 마음에 드는 점은 사람들의 이야기를 풀어내는 방식이었다. 이 책은 편의점이라는 동일한 배경을 바탕으로 한 다양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전지적 작가 시점으로 보여주고 있다. 그리고 이렇게 다양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모두 보여준 후 마지막 독고 씨의 이야기는 독고 씨의 시점으로 보여주고 있다. 사람들은 미련 곰탱이, 곰 같은 사내, 원시인 같은 사내, 곰처럼 둔한 사내 등 비슷하면서도 다르게 독고 씨를 묘사했다. 이런 각기 다른 독고 씨에 대한 묘사를 통해 독고 씨가 더욱 입체적인 인물로 느껴졌고 마지막 독고 씨 시점의 이야기를 통해 독고 씨에 대해 온전히 알게 되었다는 느낌을 받을 수 있었다.

독고 씨는 과거에 대리수술을 하는 병원에서 일하는 의사였고 어느 날, 한 대리수술이 사고로 이어지게 됐다. 이 사고로 인해 독고 씨는 가족과 사회의 질타를 받고 모든 것을 잃었다. 독고 씨의 과거를 처음 알고 났을 때는 아주 충격적이었고 독고 씨에게 실망도 했다. 항상 다른 사람들에게 해결책을 제시해주던 독고 씨가 자신의 일에 있어서는 이런 어리석은 행동을 했을 줄 상상도 하지 못했다. 하지만 독고 씨의 본 모습은 무엇일까 천천히 생각해보았을 때 그는 기억을 잃고 난 후에도 정의로운 사람이었다. 독고 씨는 어눌하고 느린 말투를 가지고 있었지만, 생각까지 느리고 단순한 사람이 아니었다. 별다른 생각 없이 모든 사람을 대하는 것처럼 보여도 그 작은 눈으로 사람들을 파악하고 있었고 자신을 어떻게 생각하는지도 전부 알고 있었다. 그런데도 그는 누구에게나 똑같이 대했다. 그는 단순히 친절한 사람이 아니라 대단히 친절한 사람이었던 것이다. 그는 선숙 씨가 예전에 자신을 무시했던 것을 알고도 그녀가 힘들어할 때 그녀의 이야기를 들어주고 같이 슬퍼해 줬다. 또한, 곽 씨가 자신을 미행하던 사람이라는 것을 알고도 자신이 과거에 염 여사에게 도움을 받았던 것처럼 곽 씨에게 도움을 주고 다시 살아갈 기회를 주었다. 독고 씨를 불편하게 여기던 경만과 인경까지도 독고 씨 덕분에 큰 고민들을 해결하게 됐다. 한마디로 그는 선한 영향력을 끼치는 사람이었다. 다른 사람의 고민에 대해서 경청하고, 진중한 해결법을 제시하고, 진심으로 그 사람을 생각해준다. 또한, 자신이 받은 은혜는 다른 사람에게 베풀 줄 안다. 이것이 독고 씨의 본모습이라고 생각한다. 물론 생계를 유지하기 위해 옳지 않은 일에 가담하고 가족들을 잃게 된 과거 또한 그의 모습이다. 하지만 우리는 완벽하지 않고 항상 말하듯이 누구나 실수는 한다. 독고 씨는 기억을 잃고 아무것도 남은 것이 없는 와중에도 정의로운 사람이었고 여러 사람을 살리고 있었다. 의사로서 사람들을 성형해주며 새 삶을 주던 과거와는 달리 말로써, 행동으로써 사람들에게 새 삶을 주고 있었다. 그래서 나는 그를 정의로운 사람이라고 생각하고 자신의 잘못을 직면하고 바로잡기 위해 노력하는 그를 응원한다. 이제는 독고 씨가 자기 자신에게도 새 삶을 주고 손님을 대하듯이 그렇게 친절하게 대하길 바란다.

염 여사의 편의점은 ALWAYS 편의점이라는 이름처럼 항상 그곳에 있을 것이다. 이제 독고 씨는 돌아갈 곳이 생겼고 더 이상 홈리스가 아니다. ‘홈’이 생긴 독고 씨를 나는 응원한다.

이소연(춘천여고 1학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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