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편한 편의점》 을 읽고

이 책의 첫인상은 표지의 벚꽃과 햇빛 때문인지 따뜻하고 평온했다. 간단한 줄거리로는 서울역에서 노숙을 하던 독고 씨가 우연히 편의점 사장님과 만나 그의 편의점에서 일하게 되면서 기억도 찾고 다시 원래대로의 삶을 찾는 내용이다. 처음에 독고 씨가 주운 파우치를 함부로 훔치지 않고 오히려 다른 노숙자들로부터 지키는 모습을 보고 돈이 없어 힘들게 살고 있다면 욕심이 났을 텐데 그러지 않는 모습에 그는 엄청 심성이 바른 사람일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다 파우치 주인인 염 여사의 편의점에서 일하게 되면서 그는 점점 변화하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말도 잘 못하고 사회성이 부족한 모습을 보였는데 편의점에서 일하면서 손님들을 만나 응대하면서 점점 말수도 많아지고 더 이상 사회 부적응자와 같은 모습을 보이지 않는 것이 신기했다. 또, 선숙 씨나 경만 씨에게 고민 상담을 하는 모습을 보면 그의 공감, 이해 능력이 어느 정도인지를 알 수 있었다. 나는 그의 이름이 왜 독고인지 궁금했다. 성인지, 이름인지, 별명인지... 그가 처음 노숙을 시작했을 때 그가 노숙인으로서 살 수 있게 챙겨주던 노인의 이름이라는 것을 알고서 마음이 아팠다. 독고 씨는 ‘독고’라는 이름으로 편의점에서 새 삶을 시작할 수 있었는데 그 노인은 결국 생의 마지막을 노숙자로 끝냈다는 것이 안타까웠다. 의사였다는 독고 씨의 과거를 알게 되면서 너무나 놀랐다. 또 아내와 딸이 있던 그가 어쩌다 노숙자가 되었을지 궁금했다. 그가 노숙자가 된 이유는 아내와 딸에게 상처를 입혀서 그녀들이 떠났기 때문이었다. 과거의 독고 씨는 내가 아는 독고 씨가 아니었다. 아내에게 폭언을 하고 딸을 때리려고도 하였다. 편의점에서 손님들을 대하는 모습에 그는 다정하고 바른 사람일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그런 사람이 의료 사고를 덮으려 했다는 것이 충격이었다. 결국, 그는 한순간에 노숙을 시작하게 되고 또 어쩌다 일하게 된 편의점에서 알코올 중독도 이겨내고 다시 살아갈 수 있도록 잃어버렸던 기억과 사회에 적응해 갈 힘을 얻었다. 그는 노숙하던 시절을 “죽었었다”라고 표현했다. “죽어야 될 놈을...살려..주셨어요. 부끄럽지만.. 살아 보겠습니다.” 이미 죽은 채로 삶의 의미를 잃은 채 살아가던 그에게 편의점은 다시 살 삶의 의미를 찾아주고 의료 사고로 사망한 여학생과 떠난 가족들에게 사죄할 기회를 주었다. 나는 이 책 2편이 나온다면 꼭 읽고 싶은 기대감이 생겼다. 대구에서 봉사하면서 더 이상 독고가 아닌 자신의 진짜 이름으로 사람들을 도우며 사는 모습과 가족과 다시 상봉하여 용서를 구하는 모습과 다시 꿈꾸던 가정을 이루는 장면 등 내가 기대하고 있는 부분이 많기 때문이다. 독고 씨가 편의점에 얼마나 진심을 다했는지는 시현의 말로 알 수 있다. “무엇보다 손님이 편하려면 직원은 불편해야 하고요. 불편하고 힘들어야 서비스받는 사람은 편하지요. 불편함을 감수하고 손님에게 편의를 제공하세요.” 독고 씨가 대구로 떠날 때 염 여사는 마지막으로 이렇게 말했다. “동네 사람들이 원래 불편한 편의점이라고 불렀어. 자네 오고 그나마 편해졌지 손님들도 나도. 근데 이제 다시 불편해질 것 같아.” 시현 씨의 말과 염 여사의 말대로 독고 씨는 편의점에서 손님의 편의를 위해 불편하게, 열심히 일했다는 것을 의미하는 말 같았다. 확실한 것은 그가 불편함을 감수하고 항상 손님들에게 최선을 다했기에 할머니 손님, 어린이 손님, 아저씨 손님 등이 불편했던 편의점에서 위로받고 또 편하게 이용할 수 있었다는 것이다. 염 여사는 그가 그렇게 열심히 일했다는 것을 알고 그가 사라지면 편의점은 다시 불편해질 것 같다고 한 것 같았다. 곽 씨는 독고 씨에게 “가족에게 평생 모질게 굴었네. 너무 후회가 돼. 이제 만나더라도 어떻게 대해야 할지 모르겠어.” 이제껏 편의점에서 많은 이에게 위로와 조언을 건넸던 독고 씨는 편의점에서의 마지막 고민 상담에 쉽게 대답하지 못했다. 사실 그 고민은 자신의 질문이기도 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마침내 그는 답을 찾았다. “손님에게 하듯... 하세요.” 그 말은 곽 씨에게 하는 말인 것과 동시에 자기 자신에게 하는 말이었다. 그렇게 마지막 고민 상담은 결국 자신에게 하고 떠난 그가 대구에서 가족을 만나 손님을 대했던 것처럼 그들을 대하며 달라진 모습을 보여 다시 좋은 가정을 이루길 바랐다. “결국 삶은 관계였고 관계는 소통이였다. 행복은 멀리 있지 않고 내 옆에 사람들과 마음을 나누는 데 있음을 이제 깨달았다”라는 작품 속 작가 인경의 말이 인상 깊었다. 나 또한 삶 속에서 좋은 소통의 관계들을 잘 만들어가면서 소소하지만 평범한 일상을 행복으로 채워 나아가고 싶다.

장한별(춘천여고 1학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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