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편하지만 특별한 편의점

불편한 편의점이라니, 제목을 본 순간 ‘편의점인데 왜 불편할까’라는 생각이 가장 먼저 들었다. 어떤 이야기일지 궁금해져 얼른 읽어보았다. 이 책의 줄거리는 대략 이렇다. 서울역에서 노숙자 생활을 하던 주인공 독고는 어느 날 염 여사가 잃어버린 지갑을 찾아준다. 편의점을 운영하는 염 여사는 보답으로 배가 고프면 언제라도 도시락을 먹으러 오라고 말한다. 그러던 와중 편의점 야간 아르바이트 자리가 비게 되자, 독고는 염 여사의 권유로 야간 아르바이트생이 되어 편의점의 밤을 지키게 된다. 독고는 말도 어눌하고 행동도 굼뜬 데다, 알코올성 치매로 기억을 잃었다. 주변 사람들은 그런 독고를 보며 편의점 일을 잘 해낼 수 있을지 의문을 가진다. 그렇지만 독고는 서툴고 느릴지언정 열심히 업무를 익혔고 어느새 편의점에 없어서는 안 될 존재로 자리 잡는다. 편의점을 드나드는 인물들과 갈등이 생기기도 하지만, 그들이 지닌 사연과 고민을 들어주고 자신만의 방식으로 위로하며 힘이 되어 준다. 그리고 잊어버린 과거도 점차 기억하게 된다.

나는 보통 책을 읽고 나면 특정 인물만 눈에 밟히는 경우가 많았다. 하지만 이 책에서 가장 눈에 밟히는 인물을 고르기란 너무 어렵다. 인물마다 서사와 감정선이 촘촘하게 짜여 있고, 현실적인 문제와 고민을 다뤄 공감이 쉽게 가기 때문이다. 인물을 입체적으로 묘사한 점도 좋았다. 누군가에게는 싫은 사람이 다른 누군가에겐 소중한 사람인 것처럼, 인간은 하나의 단어로 정의할 수 없고, 여러 가지 면모를 가지고 있음을 표현하는 것 같아서. 그리고 독고가 과거의 기억을 되찾았을 때, 잘못을 뉘우치고 가족에게 사과하러 찾아간다. 가족이 만나길 원하지 않는다면 사죄의 마음을 다지며 떠나고, 사람들을 도우며 살아가기로 한다. 사람은 고쳐 쓰는 게 아니라는 말도 있고 변하지 않는 사람도 많지만, 이렇게 지난날을 반성하며 달라지려 하는 사람 또한 존재한다. 이를 통해 스스로 변하고자 하는 의지가 있고 그것을 실천한다면 조금은 성장할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노숙자 생활을 하기 전 성형외과 의사였던 독고는 남의 감정보다 본인 감정을 우선시해 딸과 아내와도 일방적인 관계였다. 그러던 어느 날 독고가 맡은 환자가 대리수술로 인해 목숨을 잃게 되었다. 그 사건에 대한 진실을 알려주긴커녕, 변명만 늘어놓는 독고의 모습에 아내는 실망하게 되고 결국 딸을 데리고 집을 떠나고 만다. 이후 독고는 편의점에서 소통의 부재로 가족과 갈등을 겪는 선숙을 보고 자신과 같은 후회를 하지 않길 바라며 조언한다. 그로부터 얼마 뒤, 선숙은 아들과 사이가 전보다 돈독해져 행복해한다. 그렇게 사람들에게 도움을 주기도, 받기도 하며 서서히 함께 살아가고 소통하는 법을 배운다. 그리고 이야기가 끝나갈 때쯤 독고의 독백에서 이런 문장이 나온다. ‘결국 삶은 관계였고 관계는 소통이였다.’ 모든 관계는 소통으로 이루어져 있고 그 관계들이 하나둘씩 모여 우리의 삶을 이룬다는 것 같아 인상 깊었다. 염 여사가 독고에게 건넨 따스한 말 한마디로부터 둘의 인연이 시작되었듯이, 호의가 담긴 사소한 말들이 관계를 이어지게 한다. 반대로 소통이 없다면 어떠한 관계든 끊어지기 마련이다. 각자의 삶에 지쳐 서로를 신경 쓸 겨를이 없는 요즘, 이 책을 읽으며 소통의 중요성을 다시금 되새기게 되었다.

전체적으로 따뜻한 분위기가 드는 소설이다. 이 글에 미처 담지 못한 다른 인물들의 이야기도 정말 재미있고 감동적이었다. 그리고 생동감 넘치는 대사 덕에 마치 영화나 드라마를 보는 것 같았다. 앞으로 생각이 날 때면, 책장 한쪽에 있는 불편하지만 특별한 이 편의점에 종종 방문하려 한다.

황지윤(봄내중 3학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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