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의 다양한 ‘공동체’(커뮤니티)를 배움 여행하고 있다. 약 10일간의 일정으로 나고야를 시작으로 요코하마, 도쿄, 치바, 가와사키 등 오랜만에 걷고 또 걸으며 다니고 있다. 나를 위한 선물로 전국의 마을활동가 7명이 의기투합 공부 겸 멤버십 여행을 다니고 있다. 

천상의 세계에 사는 것 같은 대가족이라 스스로 말하는 애즈원 스즈카 커뮤니티, 은둔형 외톨이(히키코모리)를 발굴, 일자리까지 연결시켜 사회인으로 회복시키는 k2 인터내셔널, 마을 속의 학교를 실현하고 있는 마을교육공동체 아키츠 스쿨 커뮤니티, 재일교포 재단이 주체가 되어 아이부터 노인까지 함께하는 다문화복지센터를 설립한 가와사키 후레아이관 등 비슷하지만 다른 사람들, 다른 공동체를 소개하고 싶다. 

배움 여행 중 내내 내게 던져지는 질문은 ‘공동체(커뮤니티)는 무엇으로 만들어지는가?’ 하는 것이다. 우리나라도 춘천도 서로 저마다 앞다투어 공동체를 이야기하고 있지만, 많은 곳에서 사업으로 접근하거나 간절함 없이 자연스럽게 모여있게 된 것을 공동체로 인식하고 있는 건 아닌지 생각해볼 지점인듯하다. 

가끔 그런 생각을 하게 되었는데, 주체와 이유가 무엇보다 명확하고, 절박한 당사자들의 주체성이 우선되어야 하지 않나 하는 생각이 일본 공동체들 속에서 보여진다. 행복하기 위해 삶의 문제와 관계를 나에 대한 질문으로 환원시킨다든지, 은둔형 외톨이 문제에 대한 절박함과 자기 주체성(단체 자립성)을 기본으로 한다던지, 학교와 마을의 경계를 허물고 마을 속의 학교를 실천하는 그 당당함, 일본사회에서 외국인으로 살면서 혐오의 문제를 공론화하고 제도를 만들고 주체적으로 커뮤니티를 형성한다든지….

무엇보다 이들의 형태와 주제는 다양하나 행정이나 정부의 정책으로 시작한 것이 아니었다는 것이 모두에게 보이는 공통점이었다. 자발성에 기초해 사회의 문제를 나의 절박함으로 가져와 인내와 노력으로 실천해내는 그 숭고함에 뭉클해졌다. 비단 일본의 이런 공동체들만 그렇다는 얘기는 아니다. 한국도 보이지 않는 곳에서 소리 없이 끈기 있게 노력하는 많은 공동체들이 있다. 

내가 이번 배움 여행을 통해 다시금 느끼게 된 것은 진정성 있는 지속 가능하고, 우리 사회에 울림을 주는 ‘공동체(커뮤니티)’는 그리 쉽게 형성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어떤 공동체 전문가의 이야기가 떠오른다. ‘공동체가 사적인 활동을 넘어 공적인 영역으로 확장될 때 진정한 공동체로 성장하게 된다.’ 

애즈원 커뮤니티의 한 작업장인 숯가마에서 일하는 70의 노인이 히키코모리 30대 청년과 일하면서 겪어내고 서로 성장시키는 삶을 함께 살고 있는 모습, 히키코모리 청소년·청년들이 환대와 치유를 통해 스텝으로 함께 행복한 삶을 살고 있는 모습, 학교와 아이들이 우리 마을의 아이들이라는 생각으로 기꺼이 봉사하면서 즐거워하는 어르신들의 모습, 혐오의 문제를 넘어 ‘우리는 하나!’를 외치고 행복해하는 모습을 보면서 내게도 전해져오는 그 무언가 벅참에 흐뭇해졌다. 

애즈원 커뮤니티에서 살고 일하는 청년들을 보면서 “마지막으로 화를 낸 적이 언젠가요?” 물으니, 멋쩍게 웃으며 고개를 갸웃거리며 하는 말 “5, 6년 전인가? 언젠지 잘 모르겠는데요….^^” 진정으로 우리가 공동체를 말하고 필요하다고 느낀다면 무엇으로 시작하고 어떤 끊임없는 관계와 배움·성찰을 해야 할까 모두가 생각해보면 좋겠다. 

‘나의 지식과 경험으로 단정하지 않고 누구도 배제하지 않으며 실제 그런지 끊임없이 자기 질문하며 함께 배우고 협력해 이웃이 되고 가족이 되는 공동체.’ 지난 10여 일간 일본의 공동체 배움 여행을 통해 정리한 공동체의 개념이다. 춘천도 우리나라도 곳곳에 이런 공동체가 많아지고 확산되길 간절히 바라본다.  

윤요왕 (재)춘천시마을자치지원센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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