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FT(Non-Fungible Token)는 블록체인 기술을 활용하여 만든 고유한 전자 자산으로 다른 토큰과는 달리 교환할 수 없는 특수한 속성을 가지고 있다. 특히 최근 몇 년간 NFT 아트의 부상은 세계 미술시장의 흐름을 재편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전통적인 디지털아트(Digital Art)의 경우, 쉽게 복제가 가능하고 소유권을 특정할 수 없어 저작권 문제가 지속적으로 있어 왔다. 그러나 NFT는 디지털아트의 고유성을 보장하고, 그 소유권을 확인할 수 있는 기술로, 디지털아트의 가치를 높이고 미술시장의 성장을 가져왔다는 데 의의가 있다. 또한 NFT 아트는 온라인을 통해 무수한 유저들이 쉽게 작품에 접근할 수 있도록 하고, 수많은 아티스트들이 갤러리 없이도 자신의 작품을 판매할 수 있는 유통망으로서 잠재력을 지니고 있다. 예술시장의 대중화에 기여하는 측면이 상당히 있다고 보인다.

출처=www.designboom.com

2022년 한 예술가의 퍼포먼스는 NFT가 ‘물질적 예술작품을 대체할 수 있을까?’에 대한 논란에 대하여 불을 지피게 하였다. 데미안 허스트(Damien Hirst)는 <The Currency> NFT 1000점을 구입하는 컬렉터에게 NFT를 유지하거나 실제 작품으로 교환할 수 있는 선택권을 부여하였다. 단, 교환기간 동안 NFT를 선택하면 물리적인 원본 작품이 파괴되며, 원본 작업을 선택하면 NFT가 파괴된다는 예술가의 규칙을 따라야 하였다. 결국 컬렉터의 절반이 조금 넘는 5,149명이 실제 작품을 유지하기로 결정했고 4,851명은 NFT를 선택하였다. 데미안 허스트는 이 결과에 따라 뉴포스트 스트리트 갤러리에서 있었던 전시회에서 작품을 불태우는 퍼포먼스를 진행하였다. 컬렉터와 수많은 관객들은 전시기간 동안, 이 활활 타는 광경을 지켜보았다. 불태워진 작품들의 가치는 한화로 약 159억 원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이 사건은 작품 제목에서 시사하는 바처럼 ‘돈(Currency)이냐, 예술(Art)이냐’라는 오래된 질문을 상기시키며, 물리적 예술작품과 NFT의 등가적 교환을 통해 전통적인 예술작품의 원본성에 대하여 질문을 제기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작품이 지닌 물질성을 통한 원본의 숭고함은 NFT 기술로 대체 불가하다는 데 여전히 동의한다. 예술가의 작품을 대면하고 감각으로 느끼는 현전성은 컴퓨터 픽셀들의 조합을 통해 보여지는 NFT 작품에서는 느낄 수 없는 지점으로 우리를 인도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 또한 전통적인 취향의 고리타분한 의견으로 치부되는 시기가 머지않아 도래할 수 있다는 위기감은 지워버릴 수 없다.

정현경(큐레이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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