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국가의 탄생 / 이춘재 지음 / 서해문집 펴냄 

“조직을 사랑한다. 사람에게 충성하지 않는다.” 

2013년 ‘국정원 댓글 사건’ 국정감사가 끝난 후 출간된 《민간인 사찰과 그의 주인》 추천사에서 “사람이 희망입니다. 캄캄한 어둠 속에서 진실을 비추는 불빛들이 있습니다. 검찰의 윤석열 같은 분들입니다”라고 말한 사람은 문재인이었다. 

“이명박 정부 때가 가장 쿨했던 것 같습니다” 

2019년 검찰총장 윤석열에게 이철희 의원은 MB. 박근혜. 문재인 정부 중에 어느 정부가 가장 검찰에 중립적이었느냐를 물었고, 이 엉뚱하고 계면쩍은 대답에 국정감사장은 아수라장이 됐다. 윤석열(검찰 세력)은 일관되게 진심이었던 것 같다. 아전인수(我田引水). 자기 논에만 물을 대고 싶었던 권력의 욕망이 저잣거리 왈패들의 바짓가랑이 사이를 기었던 한신의 속내를 알아차리지 못했을 뿐!

돌이켜보면 윤석열 정권, 즉 ‘검찰 정권’의 등장은 마치 한편의 잘 짜여인 각본처럼 진행되었다. ‘윤석열 검찰’은 촛불 시민들의 염원에 따라 박근혜를 형사 처벌한 뒤 곧바로 진보 진영의 ‘구원(舊怨)’인 이명박을 감옥으로 보냈다. 이어 문재인 정권의 국정과제인 ‘적폐청산’을 등에 업고 검찰에 껄끄러운 존재였던 국가정보원과 검찰의 권력 남용을 억제하는 사법부를 초토화했다. 윤석열 사단의 거침없는 적폐 수사에 환호했던 문 정권과 지지자들은 이들의 ‘급변침’에 당황했지만 속수무책이었다.- 《검찰국가가 온다》 205쪽

법조계 보수진영의 대부인 양승태 사법농단 수사의 총책임자 서울중앙지검 3차장 한동훈은 문재인 정부 지지자들에게 엄청난 지지를 받았다. 그는 언론플레이의 달인(‘검찰청의 편집자’라고 불렸다)이라 불렸는데, ‘은행에서 번호표 하나씩 뽑듯이 매일 오후에 기자들이 줄을 서서 취재 내용을 확인하러 3차장 방에 들어갔다.’-106쪽

윤석열 검찰 세력은 보수언론과 진보언론을 구분해 각각의 성향에 맞게 ‘기사’를 제공했으며 이는 명백히 피의사실 공표, 무죄 추정원칙을 위배하는 것으로 전형적인 여론 재판의 성격을 가진다. 특히 국정농단, 사법 농단, 삼성경영권 승계 의혹은 진보언론에 흘렸고, 윤석열 사단과의 ‘내연(內緣)’을 끊지 못한 진보언론은 조국 사태 때 내분을 맞는다. 앞선 적폐수사 때 검찰과의 부적절한 관계를 단절하지 못한 탓에 ‘형평성 딜레마’에 빠져 버린 것이다. 모든 것이 만신창이가 된 지금 대한민국에 ‘언론’은 없다.

문재인 정권의 검찰개혁은 완벽한 실패다. 검찰개혁을 캐치프레이즈로 내건 정권에서 역사상 가장 강력한 검찰이 탄생했으며, 이 기막힌 아이러니로 대한민국 헌정사에 유례가 없는 검찰국가가 도래했다. 언제나 역사는 전진할 테지만, 나빠진 세상에 유린당하는 자는 항상 약한 사람들의 몫이다. 진영 안에 매몰된 조각난 시선으로는 질곡을 건너갈 수 없다. 복기(復棋)해야 이긴다.

류재량(광장서적 부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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