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당·매점 등 대부분 영업 중단
식당 매출 90% 감소, 청평사 방문객 급감
청평사 관광지 재점검 계기로 삼아야

지난 1월 30일에 소양호 뱃길이 끊긴 후 약 3주가 되어가는 지난 15일, 기자는 가장 큰 피해를 보고 있다는 청평사 관광지를 찾았다.

뱃길이 중단됐을 당시 동면·북산면 외곽 마을 주민들이 고충이 가장 클 것으로 예상했다. 하지만 취재 과정에서 만난 소양호 유·도선 업체 관계자들은 희망택시 활성화로 인해 외곽 마을 주민들의 유·도선 이용이 줄었다고 말했다. 북산면 물로리 김동수(59) 이장도 “염려와 달리 뱃길 중단으로 인한 피해는 없다. 몇 해 전부터 주민들이 배보다는 희망택시를 더 많이 이용하고 있다. 배보다 더 편하다. 응급환자가 발생하면 홍천군 두촌면의 119구급차가 빠르다”라고 말했다. 

청평사 관광지에 관광객 발길이 뚝 끊기고 식당은 영업을 멈췄다.

확인 결과 뱃길이 끊기며 가장 큰 피해를 보는 곳은 청평사 관광지였다. 기자는 청평사 관광지로 향했다. 소양댐에서 청평사 관광지까지는 약 40분가량 소요되며 도로 절반 이상이 급경사 급커브길이라 주의가 필요하다. 청평사 관광지 주차장에 도착했을 때 관광객이 타고 온 차량은 2대가 전부였고 오가는 사람도 보이지 않았다. 관광지 초입에 자리한 매점과 식당의 문이 굳게 닫혀있었다. 식당·매점·기념품 가게·카페 등 10여 곳에 30여 명이 종사하는 것으로 알려졌지만 쥐죽은 듯 조용했다.

다리를 건너자 유일하게 문을 연 식당 ‘부용가든’이 눈에 띄었다. 관광객 한 무리가 식사하고 있었고 나머지 테이블과 야외 수족관은 텅 비어있었다. 식사 중인 문창석(서울·70) 씨는 “친구들과 함께 서울에서 경춘선 ITX를 타고 와 춘천역에서 내렸는데, 뱃길 중단 소식을 듣고 택시를 타고 청평사 관광지에 왔다. 요금은 4만1천 원 들었다. 전에 방문했을 때는 꼭 배를 타고 들어왔다. 그게 참 좋다. 몇 달 후 다시 배가 다니겠지만 그전에는 다시 오기 어려울 것 같다”라고 말했다.

식당을 나와 청평사로 향하는 길, 기자는 단 한 명의 관광객과 상인도 볼 수 없어서 마치 유령마을을 방불케 했다. 시가 소유한 식당 네 곳도 모두 문이 닫혀있었다. 마침 뒤늦은 점심을 들던 기념품 가게를 운영하는 함봉기(87) 씨에게 물으니 주말에만 문을 연다는 답을 들었다. 함 씨도 “뱃길 중단 후 20만 원도 채 벌지 못했다”라고 하소연하며 “그렇다고 집에 있기도 답답해서 나오고 있다”라고 말했다.

청평사 방문객도 급격하게 줄었다. 매표소에 따르면 뱃길 중단 전 청평사 평일 방문객은 약 300~350명, 주말에는 6~700명이 방문했지만, 중단 후에는 평일 약 50명, 주말에는 200여 명 정도 방문한다. 기자가 방문한 순간에는 20명의 관광객이 다녀갔다. 1면에서 언급한 것처럼, 청평사 관광지를 관리하는 시 관광개발과가 뱃길 중단을 제때 인지하고 미리 대책을 마련하지 못한 여파가 그대로 드러나고 있었다. 

때마침 청평사를 둘러보고 나오는 이경희(서울·72) 씨 일행을 만났다. 이 씨는 “자차를 이용해 방문했는데, 가파른 도로와 급커브길이라 초행자 특히 연로한 운전자는 위험할 것 같다. 여객선과 상관없이 관광객이 더 많이 오려면 도로 환경 개선이 필요할 것 같다”라고 말했다. 

시가 대책을 부랴부랴 마련했지만, 그나마 현장에서 만난 소수의 관광객들에게 임시 시티투어버스는 별 효과가 없었다. 한편으로는 이번 일을 춘천의 대표적 관광 자원인 청평사 관광지의 인프라를 다시 한번 점검하는 계기로 삼을 필요성을 절감했다. 현지 상인도 같은 의견을 내놓았다.

문창엄(45) ‘부용가든’ 대표 인터뷰

뱃길 중단을 언제 알았나?

1월 30일 뱃길이 끊겼는데 이틀 전에 연락을 받았다. 여기 상인들 모두 몰랐고 대책을 마련할 시간적인 여유가 전혀 없었다.

임시시티투어버스가 도움 안되나?

관광객들 습관이 소양댐까지는 차로 오고 청평사에는 배를 타고 온다. 오래 장사해오면서 관광객 약 70%가 그렇게 방문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 매일 온의동에서 이곳으로 출퇴근하는데 이번 일 생기고 답답해서 시티투어버스를 타기도 했고, 사람들이 많이 이용하나 지켜도 봤는데 하루에 10명 남짓 이용하더라. 답답한 건 시 관광부서가 배가 끊기기 직전까지도 파악을 못 했다는 점이다. 법 적용 앞두고 부랴부랴 마련한 거라서 도움이 안 된다. 

피해가 어느 정도 되나?

매출이 90% 줄었다. 뱃길 끊긴 후 하루에 5~10만 원 정도 벌면 감사한 지경이다. 그나마 자차로 방문한 관광객 덕분이다. 온 가족이 이 가게로 먹고사는데 속수무책이다. 보다시피 이웃 가게들 죄다 문 닫았다. 전기와 가스요금도 올라서 문을 여는 게 오히려 손해지만 아주 적은 손님이라도 오는데 우리마저 문 닫으면 진짜 유령마을이 될까 싶어 문을 연다. 

시와 소통은 되고 있나? 

상인들이 시장님한테 면담을 요청하고 답변을 기다리고 있다. 

당분간 이런 상황이 이어질 텐데 시급한게 뭔가? 

시티투어버스가 이곳에 들어오는데 한 40분 걸린다. 소양댐에서 마지막 버스를 타고 15시 40분에 들어온 관광객은 20분 후에 16시 막차를 타고 나가야 한다. 주차장에서 여기까지 거리도 멀고 화장실 한 번 들리면 끝이다. 뭐 먹고 둘러볼 여유가 없다. 그렇다고 오전에 와서 한참 기다렸다가 천천히 나가는 손님들도 없다. 우선 시티투어버스를 2대로 늘려 한 시간 주기로 8회 이상 대폭 늘려야 한다.

그것으로 충분한가?

‘엎어진 김에 쉬어가라’는 말도 있듯이, 이참에 청평사 관광지를 업그레이드 했으면 좋겠다. 내가 관광객이어도 다시 올 만한 매력이 부족하다. 관광객이 춘천역에 도착, 버스를 타고 소양댐에 와서 배를 타보는 경험이 중요한 관광요소인데 그게 빠지니까 관광지로서 메리트가 떨어진다. 그러니 이번 배 중단과 별개로 매력적인 요소를 갖췄으면 좋겠다. 부모를 따라온 아이들이 즐길 거리를 만들고 소양강 둘레길을 청평사까지 잇는 등 관광 인프라를 확충하고 험한 오봉산길의 경사를 낮추는 등 안전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

박종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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