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단 출산의 문제가 아닌 ‘인구 절벽’,
지역의 균형 발전과 청년들의 안정적인 일자리 보전이 동시에 이루어져야

김수희 대학생기자

현재 한국은 전 세계에서 가장 빠른 속도로 ‘인구 절벽’이 진행되고 있는 국가 중 하나이다. 합계출산율이란 여성 1명이 평생 낳을 거로 예상되는 아이의 수로, 지금 대한민국의 합계출산율은 0.78명으로 세계 꼴찌이다. ‘초저출산국’이 된 지 20년이 지나면서 청년 인구의 감소도 눈에 띄고 있는 실정이다.

지역에선 그나마 있는 청년들마저 수도권으로 떠나고 있다. ‘인구 절벽’이 가장 먼저 영향을 미친 경상도권의 영남 지역은 2050년까지 부산에서 84만 명, 대구 61만 명, 울산 29만 명 등 271만 명이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 중공업, 제조업, 조선업 등 탄탄한 일자리를 바탕으로 빠른 성장을 주도했던 원동력이 점차 힘을 잃어가며 인구의 유출이 가속화되고 있다. 삼성그룹, 포스코홀딩스, 현대기아차 등 대기업의 본사 사옥이 강남 일대에 지어지고 있고, 지역에 있던 본사마저 서울로 옮겨가고 있다. 자연히 청년들 역시 일정 수준 이상의 임금을 보장받는 안정된 일자리를 구하기 위해 수도권으로 몰리게 되는 것이다.

MBC의 한 시사 다큐멘터리에서는 경상남도에 위치한 고등학교 출신의 현재 30대 초반의 졸업생을 추적하여 취업과 결혼 여부를 조사했다. 조사 대상 68명 중 수도권 거주자는 25명이었는데 다수가 결혼하지 았않지만, 비수도권인 지방 거주자는 직장을 가진 경우 대부분 결혼을 하고 자녀를 가졌다고 응답했다. 결혼을 한 37명 중 수도권 거주자는 8명에 불과했다.

국가미래연구원의 발표에 청년 가구의 수도권 전입 사유는 남성과 여성 모두 직업이 50%에 육박하는 가장 높은 비중을 차지했다. 경남, 전북, 강원 등 지방의 2~30대가 수도권으로 유출되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수도권은 우리나라 면적의 12% 정도이기 때문에 인구의 유입에 따라 자연스럽게 인구 밀도가 상승하며, 이는 부동산의 가격 상승으로 이어진다. 사회초년생인 청년들에게는 비싼 집값을 감당하기 어렵게 되었다. 지역에선 마땅한 직장이 없어 자리를 잡기 힘들고, 수도권은 비싼 부동산과 생활비로 결혼과 출산이 어려워지는 것이다.

대한민국은 ‘아이 없는 나라’에서 ‘청년도 없는 나라’가 되어 가고 있다. 인구 급성장의 힘을 빌려 급속도로 성장한 한국 사회의 배경을 고려한다면, 현재 닥친 ‘인구 절벽’의 위기는 단순히 인구수의 감소에 그치지 않을 것이다. ‘인구 절벽’은 노동, 복지, 경제, 안보 등 모든 부분에 대한 위협이며 그 위기가 현실화되고 있다.

이에 따라 전문가들은 젊은이들이 결혼과 출산을 합리적인 선택이라고 판단할 수 있도록 사회 변화를 이끌어내고 생애 전반에 걸친 인구정책을 펼쳐야 한다고 주장한다. 대한민국의 청소년 삶 만족도, 사교육비, 자살률, 노인 빈곤율 등 삶의 질에 관한 지표는 대부분 OECD 꼴찌 수준이고, 기혼자에 대한 세금 혜택도 최하위권이다. 출산과 육아에 한정된 일시적인 지원 정책뿐만이 아니라 노년에 이르기까지 생애주기에 따른 촘촘하게 짜인 인구정책이 필요한 것이다. 국민이 공감하고 체감할 수 있는 방향의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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