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철성 ((사)강원평화경제연구소장)

육동한 시장이 지난 2월 7일 「의암호 마리나 사업」 관련 실시협약을 하루 앞두고 또다시 연기인지, 보류인지, 철회인지 알기 힘든 발표를 하면서 춘천시민께 ‘공식 사과’했다. 육 시장은 7일 가진 기자 간담회에서 “걱정 끼쳐 송구하다. 모든 게 시장의 몫이다”(강원도민일보 22.2.8)라고 말하며 이번 사태의 책임이 분명하게 본인에게 있음을 밝혔다. 그러나 이번 발표를 찬찬히 살펴보면, 시장은 본인 잘못이 무엇이고, 무엇을 개선하고, 재발을 방지하겠다는 것인지 도통 내용을 찾아볼 수 없다. 

육 시장은 이날 자리에서 연기 사유에 대해 “시장이 되고 나서 진행된 사업의 과정은 제가 잘 알고 책임지고 해 왔지만, 이 사업이 초기 논의부터 제가 오기 전까지의 모든 과정을 속속들이 제가 다 안다고 얘기할 수 없고, 확신할 수 없다는 불안감이 생겼다”라고 밝히고 있다. 이 발언대로라면 육 시장은 전임 시장 시기부터 말 많던 의암호 주변 시민의 땅 2만여 평을 매각하면서도, 취임 6개월이 지나도록 현안에 대해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상태에서 매각에만 열을 올린 것이다.

더욱 놀라운 건, 이번 건이 경찰로부터 수사가 진행되고 있음을 인지하고도 사업을 강행했던 점이었다. 육 시장은 작년 8월에도 사업을 강행하려다가 시의회와 시민사회가 강하게 반발하자 MOA 실시협약 하루 전날 “시민의 신뢰와 지지를 바탕으로 추진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라며 사업 보류한 적이 있다. 하지만 말 뿐이었다. 이후에도 단 한 차례 시민 토론회, 공청회, 간담회조차 실시한 적이 없었다. 

더욱 문제는 ‘공식 사과’, 한 달이 다 되도록 춘천시는 아무런 대책도, 방책도 제시하지 않고 있는 점이다. 시장 본인이 인정한 대로 사업 초기 논의부터 모든 과정을 속속들이 알 수 없고 확신할 수 없었다면 당연히 감사실에 “감사”를 즉각 지시하고 공정하게 처리했으면 되었을 것이다. 그러나 육 시장이 이 시각까지도 자체 감사를 지시했다는 소식은 어디에도 찾아볼 수 없다. 

오죽했으면 지난 2월, 춘천시의회에서 의원들이 나서 “추후에 어떤 혐의가 드러났다면 이 사업은 어떤 방향으로 흘러가는지 대안이 있느냐”며 따져 물었겠는가!

한편 육 시장의 지난해 8월과 이번에 진행한 ‘공식 사과’ 형태도 참으로 졸렬하다. 작년 8월에는 협약식을 전격 연기하면서 일부 기자들에게 문자를 보내 사업 보류를 통보하였고, 지난 2월 7일에는 다섯 차례의 사업 연기에도 불구하고 ‘대시민 사과문’이나 ‘보도문’ 없이 일부 기자들만 모아 놓고 자신의 ‘변명’만 일관하였다. 

‘사과’가 진실하기 위해서는 1) 스스로 반성하며 2) 이를 실행하고 3) 재방 방지책을 내놓아야 한다. 하지만 육 시장의 ‘사과’를 보면 줄곧 춘천시 발전을 위해 시민의 땅 2만여 평을 민간에 팔아 오성급 호텔을 짓는 것은 필수적이며, 이를 실시하지 못한 안타까움이 넘쳐난다. 향후 법률적 문제만 해결하면 언제든지 강행할 태세다. 

과연 춘천시 관광이 지난 50년 ‘오성급 호텔’ 하나 없어 이 모양인가! 하루에 숙박료 백만 원에 이르던 ‘레고랜드 호텔’이 들어섰는데도 왜? 춘천의 관광 지도는 변하지 않는가? 육 시장이 시중에 떠도는 “라떼 시장”으로 전락하지 않으려면, 개발독재 시기나 치적으로 삼는 ‘오성급 호텔’ 유치보다는 코로나 이전부터 이미 불어 닥친 “에어비앤비”로 대변되는 숙박 체류형, 캠핑·아웃도어형, 콘텐츠 중심 관광에 눈을 떠야 하지 않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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