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학년도 2학년 학생 및 학부모님께 안내합니다. 2022년 11월 고2 전국연합학력평가 응시 학생의 성적 및 개인정보가 유출되는 사건이 발생하였습니다. 이에 따른 안내문을 본교 홈페이지 공지사항에 게시하였으니 반드시 확인해주시기 바랍니다. 감사합니다.]

어느 날 학부모에게 학교에서 온 문자메시지이다. 안내에 따라 홈페이지에 접속했더니, ‘2022학년도 11월 고2 전국연합학력평가 응시 및 학생성적 및 개인정보가 유출되는 사건이 발생하여 개인정보법 제34조(개인정보 유출 통지)에 따라 붙임과 같이 안내한다’면서 ‘정보 주체 고지 안내문’이 첨부되어 있다. 

전국 단위의 전국연합학력평가 성적이 유출되는 초유의 사고가 발생했다. 이번 자료 유출은 18일 텔레그램의 한 대화방에 ‘2학년 개인성적표 전체’라는 제목의 압축파일이 탑재되면서 알려지기 시작했다. 파일에는 경기도교육청이 주관해 지난해 11월 23일 치른 전국연합학력평가에 응시한 고등학교 2학년 학생 27만 명의 성적과 학교, 이름 등 개인정보가 담겨 있다고 한다. 충남과 경남교육청을 제외한 15개 시도의 2022년 11월 고2 전국연합학력평가 학생 성적표의 학교명, 학년, 반, 성명, 성별, 성적 자료가 공개된 것이다. 원본뿐만 아니라 이 자료를 기반으로 새로이 가공된 2차 자료들이 유통되어 그 피해가 일파만파 커지고 있다. 

전국 17개 시·도 교육청은 ‘[긴급] 정보 주체 고지 안내문’을 통해 경기도교육청을 중심으로 불법 유출된 자료의 접속 경로를 차단하고, 텔레그램 등 온라인 탑재 자료를 즉시 삭제토록 해당 업체에 요청하고 수사 의뢰했다고 밝혔다. 또 개인정보 유출과 피해 접수 및 구제를 위한 긴급 상황실을 마련해 운영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 사건을 수사하고 있는 경기남부경찰청 사이버수사과도 22일 ‘전국연합학력평가 성적 유출 사건 관련, 개인정보 불법 유포·재가공 금지 당부’라는 제목의 보도자료를 통해, 해당 자료를 재유포하거나 재가공하는 행위를 경고하고 나섰다. 대책이라기엔 미흡하기 그지없다.

그러나 말로만 엄포를 놓고 경고하는 사이, 성적 유출은 이미 개인정보 피해를 넘어, 학교 서열화 같은 피해를 낳고 있다. 지역별, 학교별 성적을 매긴 고교서열화 자료가 온라인에 유통되고 있다. 대입과 고교입시에 쏠림현상은 물론 입시 당락에도 영향을 줄 수 있는 중요한 문제이다. 그간 비공개로 유지돼 돈을 주고도 살 수 없던 국가 공인 핵심데이터가 공짜로 풀린 셈이다. 특정 학교와 지역에 대한 차별과 혐오라는 사회문제도 우려되는 대목이다. 피해에 비해 한 장의 안내문에 담긴 교육 당국의 대책은 미온적이고, 안일하다. 자료가 유출된 경기도교육청만 바라보는 강원도교육청의 대처방안도 마찬가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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