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춘천사랑시니어아카데미 & 춘천국제물포럼 이사장 진장철 조합원

안녕하세요? 요즈음 어떻게 지내세요?

공지천 지킴이 활동을 꾸준히 하고 있고 또 올해 춘천경실련 창립 30주년과 소양강댐 50주년 관련된 일이 시작되어 이래저래 분주해질 것 같습니다.

어떤 계기로 《춘천사람들》 조합원이 됐나요?

《춘천사람들》과 인연은 전 이사장인 한림대 정연구 교수와의 친분이 계기가 됐어요. 지역의 공동체를 살리며 지역의 문제를 제대로 살피는 공공의 장으로서, 지역 신문을 시민이 직접 만들어간다는 취지에 공감했습니다. 창간 당시부터 줄곧 지지자이자 독자였다가 조합원이 된 건 3년 전입니다.

춘천 진씨의 시조라고 알고 있습니다. (웃음)

맞습니다. 하하. 거제도에서 태어나 마산에서 초중등 과정을 마치고 서울로 올라가 줄곧 학문의 길을 걷다가, 1981년에 강원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로 부임하며 춘천에 왔어요. 40년이 넘게 살았으니 나의 정체성은 춘천사람이에요. 이미 오래전부터 춘천 진 씨라고 소개하며 살고 있습니다. 하하.

춘천에 오셔서 경실련을 통해 많은 활동을 하셨어요.

지역사회 문제에 실질적으로 천착하게 된 건 1993년 10월 춘천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이하 춘천경실련)의 창립 발기인으로 참여하면서부터입니다. 초기에는 회원으로서 ‘명절 고향 방문 카풀 캠페인’, ‘공명선거실천 캠페인’ 등에 열심히 참여했어요. 내가 어디에 가입하면 활동을 정성껏 참 열심히 해요. 그래서 그런지 어느 날 집행위원장을 맡기더라고요. 대학에서 연구도 해야지 경실련 활동도 해야지 참 쉽지 않은 시절이었어요. 집행위원장과 상임 대표 등을 거쳐 현재는 고문을 맡고 있습니다. 

기억에 남는 활동으로 어떤 것이 있나요?

소양강댐 가두리 양식장 철폐 운동과 혈동리 매립장 조성 등을 꼽을 수 있습니다. 1991년 낙동강 페놀 유출사건을 계기로 한국 사회에서 안전하게 마실 물에 대한 고민과 관심이 굉장히 높아졌어요. 하지만 맑은 호수에 둘러싸인 춘천은 고민이 적었어요. 그런데 알고 보니 소양강 댐의 물이 정말 나빠지고 있었어요. 대표적인 오염원은 가두리 양식장이었습니다. 

강원대 환경과학과 김범철 교수가 소양강댐 양식장 바닥의 시료를 채취해서 분석했더니 썩어 가고 있었어요. 소양강댐 수질 회복을 위해서는 가두리 양식장을 없애야 했어요. 춘천경실련에 ‘소양강 맑은 물 지키기 운동 본부’를 만들고 시민의 목소리를 담아 지자체에 요구했습니다. 하지만 11곳 양식업자들의 생계가 달린 문제이자 가난하던 시절 국가가 장려까지 했던 일이었는데 이제는 없애라니 저항이 컸어요. 당연하죠. 무척 어려웠지만, 우여곡절 끝에 1996년 가두리양식업 불허처분을 이끌어냈습니다. 그 일을 계기로 전국의 호수에 가두리 양식장이 모두 사라졌어요.

또 1996년 혈동리에 매립장이 들어서는 과정에서도 춘천경실련이 산파 노릇을 했습니다. 전국적으로 손꼽히는 님비 극복의 대표 사례였죠. 변지량, 한동환 두 분이 참 고생을 많이 했습니다. 인제 내린천과 양구 밤성골 댐 건설을 주민들과 함께 막아낸 것도 빼놓을 수 없습니다.

1998년에는 한강수계 수질개선 및 주민지원에 관한 특별법(한강법)제정을 이끌어내어 한강이 맑아지는 법적 근거를 만들었습니다. 이를 계기로 낙동강·금강·영산강 등 3대 강에 대한 수질개선법이 만들어졌어요. 이처럼 춘천경실련은 맑은 물을 지키는 환경 파수꾼으로 뚜렷한 발자취를 남겨왔습니다. 

못내 아쉬운 활동은 없나요?

춘천시가 1992년에 공영개발을 통해 공지천 상류 4km를 복개해서 중앙은 도로로, 일부는 주차장, 외곽은 대규모 상가와 근린생활지역으로 만들려고 했어요. 당시 서울에서는 청계천을 복원해야 한다는 이야기가 나오는 와중에 거꾸로 가는 역사인가 싶었죠. 춘천경실련이 나서 극구반대했습니다. 결과적으로 백지화되고 현재의 모습으로 정비됐는데 세월이 지나 보니 아예 자연생태하천으로 정비했어야 했다는 아쉬움이 큽니다. 그러면 공지천이 지금보다 훨씬 아름다웠을 겁니다.

공지천 지킴이로 꾸준히 활동하는 이유인가요?

그렇습니다. 스스로 공지천 지킴이라 자부하며 (사)춘천사랑시니어아카데미 자원봉사자들과 매주 공지천 수질 검사를 하고 있어요. 수질뿐만 아니라 시설물 안전 상태도 살핍니다. 공지천을 잘 가꾸려는 시민의 노력이 더 커져야 해요. 

고령화 시대, (사)춘천사랑시니어아카데미의 의미가 큽니다.

은퇴자에게 가장 필요한 것이 뭘까요? 맞아요. 새로운 일입니다. 은퇴자들이 힘든 건 경제적 어려움과 질병뿐만 아니라 소속감과 하는 일이 없이 세월을 보낸다는 무위고(無爲苦)입니다. 100세 시대인데 긴 세월을 하는 일이 없이 보낸다는 건 큰 고통입니다.

내가 2016년 2월에 퇴직하기 전, 호스피스 봉사활동을 했었어요. 그때 느낀 게 참 많았어요. 그래서 퇴직 후 사회를 위해서 뭔가를 해야 하는 데 그게 바로 자원봉사라고 깨닫고 은퇴한 ‘젊은 노인’들이 자원봉사활동으로 춘천 사랑을 실천하는 이 조직을 만들었습니다. 이들은 한국 사회에 대단히 중요한 주체가 될 수 있어요. 특히 소비와 관련해서 이들의 구매력은 대단합니다. 특히 이들은 제3의 인생을 살게 되면서 자아실현에 목말라 있어요. 국가와 지자체가 이들에게 더 관심을 가져야 해요. 이들이야말로 진짜 ‘젊은 노인’입니다. 

일본 고베에 시니어 칼리지가 있는데 1995년 대지진 당시 시니어 칼리지 학생들이 구호물자를 관리하고 나눠주며 이재민들을 돕는 등 중요한 역할을 했어요. 그 활동이 기반이 되어 그 지역 사람들의 관계가 굉장히 돈독해졌어요. 그걸 보면서 춘천에도 그런 아카데미를 한번 만들어 보자 결심하고 2019년에 설립했습니다.

현재 20명의 봉사자가 공지천 수질측정 및 쓰레기 줍기, 돌봄 사업, 명절 나눔 행사, 버스노선변경 알림 자원봉사, 미세먼지측정, 반찬 배달 등 다양한 자원봉사를 수행하고 있습니다. 사회 참여는 사회적 고립에서 벗어나는 거예요. 이곳에서 활동하는 사람들은 서로에게 대단한 친구예요. 은퇴자들이 사회적 고립에서 벗어나 내 몫을 하고 있다고 생각하는 것이 굉장히 중요합니다. 자식들도 정말 좋아하고 자랑스러워해서 화목한 가정이 되는 데도 큰 도움을 줍니다. 

춘천국제물포럼이 어느새 20년을 이어왔습니다.

2002년 한승수 전 총리의 제안으로 2003년에 첫 총회가 열렸어요. 이후 춘천국제물포럼을 본 딴 유사한 포럼이 전국에 여럿 생겼죠. 하지만 오래가지 못했어요. 춘천국제물포럼이 20년을 이어올 수 있었던 이유는, 물과 관련된 지역 현안을 넘어서, 평등·민주주의·정의·공정 등 물이라는 자원에 담긴 세계적·보편적 가치를 놓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올해가 소양강댐 축조 50주년입니다. 특별한 계획이 있겠죠?

수자원공사에서 다양한 행사를 기획했는데 그 중 논문집도 준비하고 있어요. 거기에 춘천시민의 목소리가 빠질 수 없겠죠. 그래서 ‘소양강댐 50년 춘천시민사회기록 출간위원회’를 만들었습니다. 조합원인 오동철 씨를 비롯하여 강원대 김범철 교수, 강원연구원 전만식 박사 등이 참여하고 있어요. ‘소양강댐 축조 50년 춘천 시민백서’가 출간되면 춘천경실련 30주년 기념식에서 헌정할 계획입니다.

예전과 달리 시민단체가 많이 위축됐습니다.

시민사회를 대표하는 단체라면 시민 전체의 다양한 생각을 다 수용해야 하는데 특정한 생각과 색깔을 대변하면서 그걸 발판으로 삼는 정치공학적 커넥션이 실망을 주었기 때문입니다.

시민들의 눈에는 그들이 공공을 위해서 자신을 불사르는 게 아니고 자신의 이익을 위해서 시민을 팔고 다닌다고 생각하게 됐어요. 모두가 다 그런 게 아닌데 그렇게 확산이 돼버렸어요. 시민단체들이 시민들의 니즈를 제대로 수용하지도 해결하지도 못하면서 정치 주체로 나서게 되는 일들이 벌어지면서 어려움이 가중돼왔다고 생각합니다. 

그래도 희망을 버리지 않은 것 같습니다. 궁극의 꿈은 뭔가요?

“춘천에 가보니 사람들이 좀 달라”라는 말을 듣고 싶어요. 그때 ‘다르다’는 말은 춘천사람들이 돈이 많다는 뜻은 아닐 겁니다. 춘천사람들이 이웃을 대하는 태도가 다르다는 뜻일 겁니다. 

조그만 일이지만 우리의 생활 속에서 서로 나누고 따뜻하게 인사하는 생활문화가 자리 잡는다면 그게 진정한 문화도시 아닐까요? 마임축제, 인형극제, 연극제 등 자랑거리가 많지만, 시민들이 좀 더 다른 삶을 어떻게 하면 구현할 수 있을 것인가? 계속 고민합니다. 그 물꼬를 우리 나이 든 사람들이 마중물이 되어 만들어가면 좋겠습니다. 

또 춘천의 아이들이 공지천을 잘 몰라요. 공지천을 알리고 물을 교육해서 우리 춘천 출신 청년들이 어느 곳을 가든지 “너 물에 대해서 잘 알겠구나. 물에 관해 이야기 한번 해봐.” 이렇게 춘천 출신이라면 물에 대해 자신 있게 이야기할 수 있는 정도로 물에 대한 이해를 좀 높여주고 인정받게 하고 싶어요. 앞으로 《춘천사람들》이 물과 관련해서 중요한 역할을 해주길 당부드립니다.

박종일, 홍석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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