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홍석 (사단법인 인투컬쳐 상임대표)

지난해가 끝나갈 무렵 육동한 춘천시장은 의암호 관광휴양시설·마리나 조성사업을 다시 추진한다고 시민들에게 발표했다. 이 사업이 전임시장 때부터 여러 차례 무산되었던 것을 기억하기 때문에 주목을 끌었다. 춘천시는 2027년까지 민간재원 4천억 원을 투입하여 유람선을 비롯해 스카이 수영장, 5성급 호텔, 컨벤션센터를 조성하여 세계적인 고품격 관광도시로 만들어가겠다는 구상을 내놓았다. 관광개발정책의 필요성 측면에서 보면 춘천은 도시가 지닌 매력과 잠재력에 비해 관광수용인프라가 부족한 것은 분명하다. 만약, 기본구상대로 차질 없이 진행된다면 의암호 복합리조트가 도시브랜드를 알리는데 분명 도움이 될 것이다. 

그런데 본보(2월 13일 자) 보도에 따르면, 춘천시는 지난 3일 민간투자사업자와 실시협약 체결을 공식 발표한 지 한 시간 만에 이를 보류하는 촌극이 벌어졌다. 춘천시는 아직 이와 관련해 명확한 해명을 내놓지 않고 있다. 하지만 사업과 관련해 경찰로부터 수사가 진행되고 있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여러 해석을 낳고 있다. 이 소식을 접하면서 전에 겪은 상황이 재현되어서 그런지 기시감이 드는 것은 왜일까? 사실 대규모 관광개발은 그 특성상 충분한 자본력과 안정적인 공급력을 토대로 부지조성과 시설투자에만 십수 년 이상이 소요되는 장기프로젝트 사업이 일반적이다. 그렇기에 춘천시가 발표한 바와 같이 5년 이내에 사업성과를 이룰 수 있을지도 의문이다. 또한 추진과정에서 어느 분야보다 정책적 오류나 주민과의 갈등으로 논란을 불러일으키기도 한다. 

특히 민자투자유치 개발 사업은 투자환경의 불확실성, 수익성을 제고할 수 있는 지원책, 사업추진체계가 제도적으로 확보되어 있지 않는다면 사업추진이 지연될 수밖에 없다. 이런 이유로 사업이 일시 중단됐다 다시 진행되는 현상이 반복되는 것도 어느 정도 이해는 간다. 그만큼 민간자본은 국내외 경제여건의 변화에 민감하게 반응하기 때문에 외부적 변수요인이 크게 작용한다. 그렇다면 왜 춘천시는 의암호 복합리조트개발 사업에 관심을 거두지 못하고 있는 걸까? 성급하게 추진할 경우, 자칫 많은 부작용을 떠안을 수도 있는데도 말이다. 우선, 관광수입이라는 단순한 목적보다는 오히려 경제, 사회정책적 의미를 생각해 볼 수 있다. 즉, 대규모 관광개발을 통해 지역균형발전과 주민소득, 고용증대라는 승수효과에 큰 의미를 부여하는 측면이 강하다. 더욱이 세계적으로 관광이 도시발전과 지역경제 활성화 수단으로 재인식되면서, 각 지방자치단체들은 민간투자방식을 지역개발계획의 정당성과 당위성을 확보하는 정책적 수단으로 주목한 지 오래다. 

하지만 내 생각에 이것은 반은 맞고 반은 틀리다. 맞는 이유는 지역성장 차원에서 대규모 관광개발사업이 도시변화를 촉진시키는데 일정 부분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반면에 틀린 이유는 이것만으로 관광의 승수효과를 높여 긍정적인 효과만 가져온다고 보지 않기 때문이다. 관광수요가 증가하면 관광수입은 늘어나겠지만, 경제적 누출효과와 민간투자 자본에 대한 의존도 역시 함께 높아져 지역이 종속될 우려가 크다는 점이다. 따라서 지역 차원에서는 어떻게 대처해야 누출 효과를 최소화하면서 편익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는지를 사전에 충분히 검토한 후 개발이 이뤄져야 한다. 이번 기회에 레고랜드, 삼악산 케이블카 관광 개발이 강원도나 춘천시가 강조한 바와 같이 지역사회에 얼마나 큰 도움이 되고 있는지도 함께 살펴볼 대상이다.

그동안 우리나라는 2013년에 제정된 『경제자유구역의 지정 및 운영에 관한 특별법』을 근거로 사회적 논의과정 없이 복합리조트개발이 우후죽순 추진되어 왔다. 이 과정에서 주민의 참여와 협력을 확보하기 위한 최소한의 민의 수렴과정 없이 지방자치단체들은 사전심사제에 의해 적합 사업자를 지정하고 있다. 

그 폐해가 바로 이번 의암호 복합리조트개발 실시협약과정에서 발생했다. 만약 민간부문에서 대규모 관광개발 사업을 진행한다면 상당 기간에 걸쳐 전문가들에 의해 면밀하게 사업계획을 검토한 후 투자를 결정할 것이다. 이와 달리 지방자치단체의 민간투자유치 개발 사업은 협약 기간이 끝나면 시설 기부채납과 운영권 반환을 전제로 이뤄진다. 그래서 개괄적인 사업계획과 타당성 검토에 대한 용역결과를 기초로 적정후보지를 결정하고 민간투자자 유치를 시도하는 방식으로 인해 한계점이 노출되기도 한다. 그럼에도 지자체가 지역 활성화를 이유로 조급하게 민간자본유치에 나서게 되면, 결국 역기능이 뒤따른다는 것을 우리는 앞선 경험을 통해 확인바 있다. 

도시가 어느 정도 성장을 이루면 이후의 관심사는 겉모습과 크기가 아니라 질과 깊이가 되어야 한다. 다시 말해 본질 찾기에 나서야 한다는 생각이다. 사람은 누구나 다른 사람들에게 인정받고 싶어 한다. 하지만 타인의 평가를 의식하다 보면 처음 생각과 다르게 너무 잘하려고 하는 것이 문제가 될 수 있다. 본질을 잃은 정책적 오류는 주민과 지역에 부담의 모습으로 나타난다. 중요한 것은 멋있게 하는 것보다 구성원들과 공감을 이루며 잘하는 것이다. 그러기 위해선 춘천다운 모습이 무엇인지를 다시 생각해봐야 한다. 춘천만의 매력을 어떻게 더 돋보이게 할 수 있는지 고민하는 일이 지역관광 개발의 첫 시작점이어야 한다. 

오홍석 (사단법인 인투컬쳐 상임대표)

저작권자 © 《춘천사람들》 - 춘천시민의 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