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종일 기자

기자는 최근 고탄리 춘천호에서 빙어가 사라졌다는 소식을 전했다.

빙어가 사라졌음은 주민과 낚시꾼, 낚시전문점 등의 일관된 증언에 의존했다. 그 점이 못내 아쉬웠다. 인쇄된 신문을 받아 본 월요일이 되어서도, 전문가의 조력을 받아 어군탐지기 등 과학적 방법을 동원해서 확인했다면 좋았겠다는 생각이 사라지지 않았다. 미스터리라는 결론은 작은 언론사의 한계가 만든 건 아닐까? 대형 언론사라면 이유를 밝혔을까? 신문발행 직후 과학적 방법을 통해 빙어 출현을 확인하게 된다면 해당 기사는 철저히 오보일 것이다. 그나마 섣부르게 원인을 단정하지 않아서 억울한 피해자가 발생하지 않도록 신중을 다하는 등 할 수 있는 최선은 다했고, 봄이 오면 다시 찾아가 확인하겠다는 약속으로 면피하고 있다.

문득 또 다른 생명체가 생각났다. 생태계의 소중한 존재 꿀벌 말이다. 한국의 양봉 농가가 벌집군집붕괴현상으로 존폐 위기에 놓여있다. 벌집군집붕괴현상이란 꿀과 꽃가루를 채집하러 나간 일벌 무리가 돌아오지 않아서, 벌집에 남은 여왕벌과 애벌레가 떼로 죽는 현상을 말한다. 농축산부에 따르면 지난해 9~11월에만 약 50만 개의 벌통이 폐사됐다. 환경파괴 등 다양한 원인을 찾고 있으나 여전히 미스터리다. 하버드대 연구팀은 꿀벌이 사라지면 과일·채소 등의 생산량이 감소하고 이로 인한 식량난과 영양부족으로 연간 142만 명이 사망할 수 있다는 충격적인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유엔 생물다양성과학기구는 꿀벌의 생태적 가치를 연간 300~739조 원으로 추정하며 5월 20일을 ‘세계 벌의 날’로 정하고 보호에 나섰다.

이런 중에 최근 꿀벌에 기생하면서 체액을 빨아먹는 ‘꿀벌응애’가 범인으로 지목됐다. 양봉 농가들이 수년에 걸쳐서 특정 성분의 방제제를 관행적으로 사용해 왔는데, 응애가 그 방제제에 내성이 생겼고 이 내성 응애가 전국적으로 확산이 됐다는 것이다. 이에 농축산부는 여러 성분의 방제제를 교차 사용하고 방제법을 제대로 숙지하도록 농가에 계도·교육할 예정이다. 더불어 기후변화와 꿀벌응애 발생의 상관성을 규명하는 연구도 진행할 계획이라고 한다. 

모든 생명이 귀하지만 굳이 따지자면 빙어의 가치가 꿀벌 보다 앞서지는 않을 것이다. 세계 곳곳에 분포하는 빙어는 국가 정책에 의해 이뤄진 한국 최초의 이식 어종이다. 1925년 일제 강점기 북한의 함남 용흥강에서 채란, 수원 서호와 제천 의림지 등에 이식한 것이 시발점으로 알려졌다. 빙어는 이후 탁월한 적응력을 발휘해 전국적으로 퍼졌으며, 여러 지자체가 경제성 어종인 빙어를 방류하면서 서식지와 개체 수도 날로 늘어가고 있다. 한마디로 흔한 물고기라는 거다. 이 때문에 한 계절에 특정 지역에서 빙어가 사라졌다는 점이 대단한 이슈는 아닐 것이다. 

하지만 모든 일에는 원인이 있다. 그 원인이 미칠 영향을 섣불리 예단해서는 안 된다. 봄이 되면 미스터리가 풀릴지도 모른다. 결과에 따라서 빙어보다 더 큰 것이 올라올 수 있다. 진실은 아직 얼음 밑에 묻혀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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