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바람이 분다. 삼악산 기슭 아직 얼음이 녹지 않은 개울가, 볕이 살짝 드는 곳엔 겨울이 녹고 있다. 푸르름을 감추고 낙엽 더미에 가려있더니 기지개를 켜나 보다. 춘천이 봄이다. 너도바람꽃이 제일 먼저 춘천의 봄을 알려준다. 

너도바람꽃은 미나리아재비과의 여러해살이풀이다. 물이 잘 흐르는 개울가 반그늘에 자생한다. 전국각처에서도 쉽게 볼 수 있어 눈에 익숙하다. 춘천에는 삼악산 등산로 옆, 당림리 삼악산 기슭에서 군락이 발견됐다. 도감을 살펴보면 15cm 정도 자란다고 하는데 꽃이 필 때 보아서인지 5cm 내외로 볼 수 있을 때가 많다. 너도바람꽃의 꽃잎은 흰색으로 5장이다. 꽃술은 꽃송이 가운데 동그랗게 있다. 

사진에 담아보느라 5년간 해마다 봐 왔는데 올해 들어 꽃피는 시기가 제일 늦다. 지난해는 2월 25일경 꽤 많은 개체가 꽃을 피웠지만, 올해 3월 4일 찾아봤을 때 겨우 다섯 송이 만 활짝 피어있었다. 올해 꽃시계는 봄맞이를 서서히 하는 듯했다. 너도바람꽃은 그래도 설중화가 제일 멋있다. 눈을 뚫고 나오는 것이 아니라 꽃이 피고 눈이 와도 눈 속에서 꽃대를 지켜낸다. 눈밭에서 꽃잎을 화알짝 펼친다. 

바람꽃의 종류는 많다. 변산바람꽃은 강원도 설악산 기슭에서 너도 바람꽃이 필 무렵 그때 피기 시작한다. 남도에서는 10여 일 정도 일찍 개화한다. 풍도에서 볼 수 있는 풍도바람꽃, 홍천 대학산에서 한계령풀과 함께 볼 수 있는 만주바람꽃, 가평유원지나 뾰루봉에서 볼 수 있고 분홍 뒤태를 보여주는 들바람꽃, 야생화의 귀족이라는 남바람꽃, 태백산에서 볼 수 있는 태백바람꽃, 야생화를 보러 가면 자주 만날 수 있는 꿩의바람꽃, 홍천 내면에 깽깽이풀이 필 때 같이 볼 수 있는 나도바람꽃, 홀아비바람꽃, 바람꽃 중에 제일 작지만 흔하게 볼 수 있는 회리바람꽃, 더운 여름에 대청봉을 올라야 군락을 만날 수 있는 바람꽃, 제주도 한라산에서 볼 수 있는 세바람꽃, 고지대에서 볼 수 있는 숲바람꽃, 포천에서 보았다는 가래바람꽃, 꽃대가 두 개가 올라온다는 쌍둥이바람꽃, 북한에서 볼 수 있는 국화바람꽃, 매화바람꽃, 바이칼바람꽃 등이 있다.

촉촉하게 봄비가 한나절 다녀갔다. 개구리도 물 냄새 맡으러 뛰어나오고 바람도 살랑거린다. 4월이 오면 곳곳에 피어나는 꿩의바람꽃이나 회리바람꽃을 찾아보자. 자연에서 쉼을 찾고 작은 야생화를 통해 마음의 위로가 되기를 바란다.

이철훈 시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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