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보통 예술을 승화의 개념으로 바라본다. ‘예술작품으로 승화하다’라는 표현이 전혀 어색하지 않을 정도로 대다수의 예술작품에 대한 표현에 통용되곤 한다. 그런데, 여기 하강하는 예술 세계가 있다. 최근 서울시립미술관에서 개최된 세계적인 예술가, 키키 스미스(Kiki Smith)의 《자유낙하 Free Fall》 이야기다. 

키키 스미스는 애브젝트 아트(Abject Art)의 대표적인 작가이다. ‘애브젝트(abject)’라는 용어는 프랑스 철학자 줄리아 크리스테바(Julia Kristeva)가 주창한 개념으로 육체적으로나 정서적으로 혐오스러우면서 동시에 매혹적인 이중성을 내포한다. 애브젝트 아트는 1980년대에 등장한 현대 미술의 하위 범주로, 저급한 것으로 간주되는 동물 사체, 혈액, 토사물, 기타 체액 등의 매체와 이미지를 대상으로 하였다. 

이번 서울 전시인 《자유낙하 Free Fall》에 소개된 작품 중 <Digestive System> (1998)은 음식물을 삼키고 배설될 때까지의 우리 몸의 내장 기관을 실제 크기로 늘어놓은 부조작품으로, 혀로부터 항문에 이르는 장관 전체를 주철로 제작한 대표작이다. 이 기괴한 육체의 현존은 인간의 정신성을 끌어내리고 하강하는 이미지를 만들어 낸다.

이처럼 키키 스미스에게 예술은 금기를 표현하는 수단이다. 그는 종종 성과 신체의 주제를 탐구하고 아름다움에 대한 기존의 개념에 도전하는 그로테스크하고 불안한 이미지를 특징으로 한다. 틀에 얽매이지 않는 재료와 매체로 눈을 돌리고, 도발적인 표현방식으로 예술계의 논란과 논쟁의 대상이 되어 왔다.

물론 애브젝트 아트와 키키 스미스의 예술 세계는 혐오감과 불쾌함을 일으키기도 하며 모든 사람들의 취향에 맞는 장르의 예술이라고 볼 수는 없다. 그러나 예술이 무엇인지에 대한 경계에 도전하였으며, 어둡고 불편한 금기의 영역에 대한 탐구를 통해 새로운 예술의 지평을 열었다는 점은 부인할 수 없다.

정현경(큐레이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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