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적의 도시 메데진 / 박용남 지음 / 서해문집 펴냄 

 “경찰 한 명을 죽이면 에스코바르가 50만 페소(약 18만 원)를 주던 시절이다. 당시 경찰이 하루 5명씩 죽어 나갔으니 원한다면 누구나 경찰이 될 수 있었다.” ‘돈 아니면 총알’이 도심 한복판에서 매일 일상처럼 일어났던 마약의 도시 콜롬비아 메데진. 넷플릭스 미국드라마 [나르코스]로 잘 알려진,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콜롬비아인 파블로 에스코바르(Pablo Escobar)의 ‘메데진 카르텔’로 악명을 떨치던 ‘죽은 도시’는 어떻게 세계가 주목하는 ‘셀럽 시티’가 되었을까?

1970년대부터 1990년대 초반까지 메데진은 실업률과 만연한 폭력, 비공식 정착지의 끊임없는 확장으로 악순환을 거듭했고, 도시 산업기반이 붕괴한 자리에 마약시장이 자리를 꿰찼다. 빈민가를 기반으로 적극적인 자선 사업을 통해 성공한 사업가로 위장한 에스코바르는 한때 ‘빈민가의 로빈 후드’라는 별명으로 불리 우기도 했다. 학교와 병원, 무료급식소, 심지어 축구팀까지 만든 그는 1982년 콜롬비아 자유당 소속으로 국회의원에 당선된다. 전 세계 코카인의 약 70~80%를 주물렀고, 일주일에 수억 달러를 벌어들이며 돈다발을 묶는 고무줄을 사는 데만 매달 2500달러 지출했다고 전해지는데, 1980년대 후반 세계 7대 부자였다. 법무부 장관 암살, 대통령궁 근처 폭탄테러로 무고한 어린이들 다수가 사망하기에 이르렀고, 미국 마약단속국과 콜롬비아 특수부대에 의해 사살되었다. 

“슬프게도 우리, 우리 아이들, 아이들의 아이들은 이마에 파블로 에스코바르의 이니셜이 새겨진 흉터를 갖게 될 겁니다. 그러나 우리는 기억이 우리의 과거를 지울 때까지 기다릴 수 없어요.” 여기 세계 최악의 마약과 폭력의 도시를 혁신도시로 바꾼 메데진 시장이 있다. 세르히오 파하르도(Sergio Fajardo)는 수학자로 1999년 11월 기성 정당과 제휴하지 않은 ‘콤프로미소 시우다다노(Compromiso Ciudadano, 시민 서약)’이라는 독립적인 정당을 설립하고 메데진을 바꾸기 시작한다. 그는 ‘가장 가난한 마을에 가장 아름다운 건축물’을 세우고, ‘가장 교양 있는 도시’를 만들었다. 메데진은 ‘도시침술’(특정 지역에 자극을 줘 주변 지역까지 되살리는 도시재생 방법)과 ‘사회적 도시계획’이란 개념을 창조적으로 융합해 만든 도시다. 도심이 계곡과 산비탈 양쪽에 분포하는 특징을 가지는데, 이런 독특한 지형은 메데진에서 사회적 배제의 역사가 탄생하는 주요한 원인이 되었다. ‘보편적 기본교통’의 개념을 도입한 메데진은 메트로케이블, 즉 케이블카를 대중교통 수단으로 만든 세계 최초의 도시가 되었으며 연결성과 접근성을 우선시하는 ‘통합 이동성 네트워크’(엔시클라-공공자전거 공유 시스템을 메트로와 트램, 케이블카와 환승 연계)를 통해 지속가능한 도시교통 시스템 구축했다. 

자가용을 신줏단지로 모시며 재정을 고려하지 않은 채 도시철도 사업에 올인하는 한국의 도시개발 정책을 보며, ‘가장 기업 하기 좋은 도시’라는 말 대신 ‘가장 교양있는 도시’를 공약하는 정치인을 보고 싶다. 혁신도시를 꿈꾸는 사람들에게 강추!

류재량(광장서적 부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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