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 9일은 대선 1년이 되는 날이었다. 일각여삼추(一刻如三秋)라는 말이 있다. 이 말의 뜻은 매우 짧은 시간이 삼 년 같다거나 하루가 삼 년 같다는 뜻으로, 원래 몹시 기다려지는 그리움을 표현할 때 쓰는 말이다. 그러나 요즘 이 말을 왜 이렇게 세월이 빨리 안 가는지를 나타내는 지루함으로 쓰는 이들이 많은 듯하다. 이처럼 대선 1년에 대해 어떤 이들은 ‘벌써’라고, 또 다른 이들은 ‘아직도’라고 느끼는 듯하다.

일각여삼추(一刻如三秋)는 시경에서 유래한 말이다. 《시경詩經》 왕풍(王風)에는 남녀 간의 애틋한 사랑을 그린 ‘채갈(采葛)’이라는 시가 있다. ‘그대 칡 캐러 가서 하루 동안 못 보니 석 달이나 지난 듯하고(彼采葛兮 一日不見 如三月兮), 그대 쑥 캐러 가서 하루 동안 못 보니 아홉 달이나 지난 듯하고(彼采蕭兮 一日不見 如三秋兮), 그대 약쑥 캐러 가서 하루 동안 못 보니 세 해나 된 듯하네(彼采艾兮 一日不見 如三歲兮)’ 하루가 삼 년 같은 기다림이나 그리움은 정녕 시적 표현일 뿐이어서 일상에는 없는 일인가?

1년 전 변화에 대한 기대가 윤석열 당선이라는 투표 결과로 나타났다지만, 경제는 더 어려워졌고, 정치는 민주주의 후퇴로 이어졌고, 사회는 통합이 아니라 양극단의 증오가 더욱 깊어졌다. 윤석열 당선의 1년은 제20대 대통령 선거에서 0.73%포인트차이로 패배한 이재명 대표에게도 같은 1년의 세월이다. 그러나 그 길은 완전히 달랐다. 대선 패배자에서 국회의원 당선에 이어 야당 대표에 올랐지만, 최근 피의자로 전락하는 굴곡진 1년을 보내고 있다. 그건 대통령이 협치의 길을 가기보다는 검찰의 길을 고수한 결과이다. 검찰 출신 인사가 대통령실뿐만 아니라 경제를 포함한 정부 안팎의 요직 차지하는 등 검찰 공화국의 시대가 도래한 것이다. 

민생은 내팽개쳐지고 경제는 회복할 기미를 보이지 않는 위기상황으로 가고 있다. 사회안전망과 복지에 대한 정부의 역할은 시장원리 또는 효율성이라는 이름으로 사라져가고 있다. 그 사이 서민들을 경쟁에 내몰리고, 공공요금 인상, 의료보험과 연금 개혁의 위기에 가장 먼저 고통받고 있다. 지금이라도 대통령은 검찰의 길이 아닌 대통령의 길을 가야 한다. 

윤석열 당선의 1년은 ‘날리면’ 사태와 MBC 전용기 탑승 배제, 강릉 미사일 낙탄 사고, 김진태발 레고랜드 사태, 이태원 참사, 화물연대 파업, 북한 무인기 사태 등의 수많은 이슈를 만들어냈고, 그때마다 지지율도 출렁거렸다. 윤석열 대통령 당선자가 얻은 48.56%의 득표율은 역대 네 번째로 높은 득표율이다. 하지만 1년 동안 대통령 지지율은 득표율에도 못 미쳤다. 변화의 기대가 실망으로 바뀌는 중이다. 문제는 정부가 낮은 득표율에 괘념치 않는다는 것이다. 여론에 귀 기울이지 않는 정부의 말로는 뻔하다. 

심지어 대통령집무실 주변 도로의 교통소통을 핑계로 집회를 금지할 수 있게 하는 집시법 시행령이 입법 예고되었다고 한다. 어렵게 만들어진 민주주의가 후퇴하고 과거로 회귀하고 있다. 대통령은 지금이라도 대통령의 길을 가야 하고, 미래를 향한 길을 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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