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준구 (문학박사, 춘천문화원 춘천학연구소장)

봄이 오는 길목에서 삶의 한 박자를 쉼표로 남겨 놓은 채, 제18대 춘천문화원 윤용선 원장님께서 지난 3월 10일 어둠이 가시지 않은 새벽 다시 돌아올 수 없는 머나먼 길을 떠나셨습니다. 

평생을 교육계에 헌신하였고 경추(頸椎)를 다쳐 온전하지 못한 몸으로 문화 커뮤니티 ‘금토’를 문화예술계 대표 단체로 성장시켰으며 이러한 연륜과 경험을 바탕으로 춘천문화원을 전국 최고의 문화원으로 위상을 높이셨습니다.

원장님을 처음 뵌 것은 사무국장으로 있던 2017년 가을로 기억됩니다. 당시 원장님은 춘천문화원 문화학교 수강생으로 문화원과 연을 맺고 계셨고, 문화원 로비에서 서성이는 나를 보시고는 잘 지내냐고 물어오셨습니다. 원장님을 문화학교 수강생 정도로만 인지하고 있었던 터라, 웃음 띤 온화한 얼굴로 또렷하면서도 친근하게 다가오셔서 마치 오래전부터 알고 지내던 사이처럼 가슴에 다가왔습니다.

그로부터 1년 후 2018년 11월 하순 원장 선거가 치러졌고, 70년 역사를 지닌 춘천문화원 최초로 회원이 입후보하여 투표를 통한 경선으로 당선한 최초의 원장님이 되셨습니다. 취임사에서, “첫째, 춘천학연구소를 반듯하게 반석 위에 올려놓아 춘천 정신을 시민에게 알리겠습니다. 둘째, 우리 지역 대표 축제 소양강문화제를 시민 문화예술 동아리 축제로 만들겠습니다. 셋째, 호국정신을 발현한 인물을 선양하여 지역과 나라 사랑 정신을 넓혀나가겠습니다”라고 운영 계획을 밝혔습니다. 

마음과 정성을 다하여 춘천학연구소를 명실상부하게 전국 최고의 지역학연구소로 키워내셨고, 코로나 팬데믹 상황에서도 문화학교를 기반으로 문화예술동아리와 지역 농악을 지원 육성하여 지역 문화예술을 발전·확대하였으며, 의암류인석기념관을 내실 있게 운영하는 한편 언론인 청오 차상찬 자료집을 발간하여 지역 인물에 대한 선양 사업을 진행하였습니다. 

‘선비는 자신을 알아주는 사람을 위하여 목숨을 바친다(士爲知己者死)’라는 말이 있는데, 문화원 가족에게 이 말의 본보기가 되어주셔서 무한한 감동을 주셨습니다. 스무 명의 문화원 가족의 장점을 극대화하여 능력을 최대한 발휘할 수 있도록 판을 깔아주셨고, 문화원 가족이 행복해야 문화원 전체가 행복할 수 있다는 말을 항상 하시며 이를 현실 속에서 이루어지게 하며 문화원 내에 웃음이 떠나지 않게 한, 우리 모두의 아버지 같은 분이셨습니다.

지난해 두 차례의 코로나 감염으로 건강이 악화(惡化)되었고 이로 인해 병원 출입이 잦아짐에도 불구하고, 마지막까지 문화원 운영을 염려하며 온몸으로 마지막까지 함께 하였습니다. 건강을 잃으면 모든 것을 잃는 것이라고 늘 말씀하셨으면서도 정작 원장님은 임기를 마칠 때까지 제대로 몸을 돌보지 못하셨는데, 그 지경에 이를 때까지 살피지 못한 것이 가슴속에 두고두고 남습니다.

춘천문화원 최초로 회원의 자격으로 원장의 지위에 올랐고, 최초로 경선 과정을 거쳐 당선되었고, 전국 최초로 문화원 내에 상임 전문연구자를 갖춘 지역학연구소를 설립하여 최고의 연구소로 일궈 내셨습니다. 자랑스러운 춘천문화원장으로 우리의 가슴과 기억 속에 오래도록 간직하여 추억될 것입니다. 

원장님! 부디 영면하시어 영원한 안식을 누리시길 바라며 부족한 이 글을 영전에 바칩니다.  

허준구(문학박사, 춘천문화원 춘천학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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