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그림은 춘천시가 1997년에 신동면 혈동리에 ‘춘천시 폐기물처리시설’을 설치하면서 고시한 주변영향지역 지도이다. 가운데 검은색 부분이 폐기물처리시설 부지이고, 그것을 둘러싼 작은 도형이 직접영향권 (1.92km²), 외곽의 큰 도형이 간접영향권 (4.65km²)이다. 상식적으로, 어떤 시설이 가동하면 그 영향은 시설을 중심으로 하는 동심원 형태로 확산할 터인데, 이 지도에서는 시설의 오른쪽(동쪽)으로는 남북으로 넓게 영향권역이 표시되어 있는 반면, 왼쪽으로는 직접영향권은 물론 간접영향권도 거의 없다. 춘천시 폐기물처리시설의 가동은 서쪽으로는 아무런 영향도 미치지 않는다는 이야기이다.

시설 부지 경계에서 서북쪽으로 400~500m 거리에 팔미2리가 소재한다. 1997년 춘천시의 이런 기이한 주변영향지역 고시에 대해 팔미2리 주민이 항의했지만, 춘천시는 묵살했다. 40여 가구, 주민 대부분이 노인인 마을에서 항의를 오래 지속하기는 어려웠다. 게다가 춘천시는 이 시설을 2011년까지 가동한 후 환경공원을 조성하여 시민에게 돌려주겠다고 약속했다.

춘천시가 1997년에 신동면 혈동리에 ‘춘천시 폐기물처리시설’을 설치하면서 고시한 주변영향지역 지도

그러나 춘천시는 부지 안에 소각시설을 추가로 설치하여 2012년부터 가동하더니, 2013년 1월에는 주변영향지역의 지정기간을 “사용종료시까지”로, 즉 무기한으로 변경하여 고시했다. 팔미2리 주민은 특히 소각시설의 가동에 따른 환경상 불이익에 항의했으나, 춘천시의 입장은 변함이 없었다. 결국 행정소송을 제기했고 6년이 지난 2018년 8월에 “‘매립시설 주변영향지역의 지정기간을 사용종료시까지 연장한다’는 2013년의 춘천시 고시가 위법하다”는 대법원의 판결을 받았다. 그리고 환경영향평가를 거쳐 2020년 8월에 주변영향지역을 원형에 가깝게, 즉 서쪽의 팔미2리를 포함하여 조정하여 고시하게 되었다. 

그렇지만 이런 조정 고시에도, 기이한 지도는 사라지지 않았다. 2020년 말 춘천시는 새 지도는 매립시설 주변영향지역을 표시하는 것이며, 소각시설 주변영향지역은 옛날 지도 그대로라고 통보했다. 팔미2리는 소각시설 운영에 따른 환경상 불이익을 보상받을 수 없다는 이야기였다. 팔미2리 주민은 반발했지만, 춘천시는 “대법원판결은 매립장 3차 고시가 위법하다는 것으로 소각장 고시와 무관하다”며 묵살했다. 그래서 2010년 9월의 소각시설 주변영향지역 고시를 확인했더니 ‘소각시설의 간접영향권의 면적은 “신동면 혈동리 매립장 주변영향지역 설정 범위 면적에 따름”’으로 정하고 있었다. 춘천시는 이 문구를 ‘액면 그대로’ 읽은 것이 아니라 아무 근거도 없이 ‘1997년’을 추가하여 읽는 것이다. 그렇게 해서 원래의 기이한 지도는 폐기되었음에도 그것을 “따르는” 지도는 여전히 효력이 살아있는 기이한 상황이 되었다. 여러 곳에 호소했지만, 난해하고 장황한 내용의 “행정처분이 없었다” (행정심판), “팔미2리는 소각시설 주변영향지역 고시에 포함되어 있지 않다”(국민권익위), “팔미2리는 환경영향평가를 받지 않았으므로 주변영향지역이 아니다”(행정소송 1심) 등의 사유를 들어 각하했다.

황당한 처분들을 받고 ‘정보공개’를 청구하여, 2010년의 소각시설 주변영향지역의 결정에는 법이 정한 주민지원협의체에 더하여 매립장 주민지원협의체 위원들이 참여하여 환경영향조사 지역을 결정하고, “조사 결과가 주변지역에 영향이 없지만, 매립장 영향을 받고 있는 현재 지역을” 소각시설 주변영향지역으로 결정한 것을 찾아냈다. 팔미2리 주민이 받은 대법원판결은 ‘종전 협의체는 새 영향지역의 결정에 관여할 권한이나 자격이 없다’고 적시하고 있다. 소각시설 주변영향지역 결정에서 춘천시는 법령을 위반한 것이다. 다시 정보공개 청구를 통해 1997년 폐기물처리시설 주변영향지역의 결정 과정에서 춘천시는 팔미2리에 대해서는 주민대표도 선정하지 않고 환경상 영향평가 “측정을 위한 조사 지점”에도 포함하지 않았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폐기물매립시설의 부지경계선으로부터 2㎞ 이내의 지역”을 조사하도록 정한 당시 법령을 위반하며, 시설에서 가장 근접한 마을인 팔미2리에 대해서는 환경영향 조사를 하지 않은 것이다. 

간단히 춘천시는 1997년의 폐기물처리시설 주변영향지역의 결정과 2010년의 소각시설 주변영향지역 결정에서 이중으로 법을 어기며 시설의 왼쪽에는 영향이 없다고 표시하는 기이한 지도를 만들었고, 2020년에는 공문서에 근거 없이 ‘1997년’을 추가하여 읽으면서 그 지도를 고수했다. 그러면서도 팔미2리 주민의 항의에 대해서는 지금껏 ‘적법하고 과학적인 조사 결과 팔미2리는 주변영향지역에 포함되지 않는다’고 훈계, 아니 기만하고 우롱해 왔다. 새로 확인한 사실들을 지적했지만, 춘천시는 모르쇠를 일관하며 ‘적법하게 했다’는 답변만 되풀이한다. 또다시 법원의 판결에 호소할 수밖에 없게 만드는 춘천시의 속임수와 막무가내 행정은 분노를 넘어 절망을 낳기에 부족함이 없다. 

이기홍 시민기자(팔미2리 주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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