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요왕 (전 춘천시마을자치지원센터장)

지난 2월 퇴직을 한 지 한 달여가 지났다. 소위 나이 50이 넘어 백수가 된 것이다. 다른 말로 소속이 없어진 온전히 나 개인으로만 설명해야 하는 상황에 놓인 것이다. 살면서 어느 학교 학생이었으며 어떤 직장과 기관에서 일하고 있는 누군가로 나를 소개하게 되었는데 이제는 새로운 누군가를 만났을 때 건네줄 수 있는 명함이 없는 현실이 낯설고 생소하고 오묘한 불안감을 느끼게 되는 경험을 하고 있다. 결론부터 이야기하자면 나같이 백수거나 취준생 청년이거나 정년퇴직한 누군가의 소속감을 느끼는 환대와 안전한 공동체도시를 만들어보면 좋겠다는 상상을 하게 되었다.

인구30만도시, 문화도시, 교육도시, 시민이 행복한 도시 또 로컬브랜딩, 도시전환, 휴양과 관광의 도시 등등 춘천도 서울 대도시의 지방 위성 소도시로서 나름대로 차별적 전략으로 다양한 노력과 시도들을 하고 있는 것 같다. 이 이면에는 ‘인구증가전략’이 들어있음을 누구나 쉽게 볼 수 있다. 그런데 닭갈비와 막국수, 호수관광권으로 외부의 청년들을 불러모을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그동안 춘천은 형태와 제목은 다르지만 위와 같은 내용의 정책과 사업들로 꾸준히 느리지만 도시 이미지를 어느 정도 구축해 오지 않았을까? 실제로 거대 아파트단지가 늘면서 인구가 적지만 증가한 건 아닌가? 그러나 이마저도 국가 절대적 인구가 줄어들고 일자리가 정체되면서 아파트 건축으로 인한 인구 유입도 이제 그 효과가 떨어지고 있는 듯한 느낌이다.

그래서, 인구 유입을 목적으로 하는 사업이 아닌 ‘춘천시민들이 체감하는 환대와 안전한 공동체성이 살아나는 도시’로의 전환을 제안하고 싶은 것이다. 외부 사람들 이전에 춘천시민들이 즐겁고 행복한 도시로의 접근이 필요하다는 생각이다. 물론 여러 가지 측면에서 행정과 기관, 단체들의 노력은 가히 전국적으로도 모범도시로서의 면모를 보여주었다. 우리는 잘 몰라도 외부에서 비슷한 일을 하는 사람들에게서 듣는 춘천은 괜찮은 도시임이 틀림없다. 

상상을 해 보자. 평생직장이 없어진 시대, 청년들의 취업이 만만치 않은 시대에 춘천의 지역적, 공간적, 자연적, 이미지의 장점을 살려 ‘평안하고 안전하며 환대와 꿈을 꿀 수 있는 도시’ 만들기는 불가능할까? 일단 앞서 얘기한 나 같은 처지인 사람들이 가고 싶은 공간과 시간을 보낼 수 있는 곳이 있으면 좋겠다. 완전히 자유롭고 또 원하면 다른 이들과 이야기하고 작당도 하고 서로 배움이 될 수 있는 곳. 도시와 농촌에 저마다의 특징을 살려 (가칭) 춘천 로컬 커뮤니티센터 같은…. 이 플랫폼이자 카페이자 학교이자 쉼터에서는 적은 비용으로 춘천의 아름다운 가치와 사람들을 자유롭게 만날 수 있었으면 좋겠다. 외롭고 막연하고 막막한 이들에게 ‘너른 품’이 되면 어떨까? 춘천은 당연히 그런 도시를 꿈꾸기에 충분한 가능성과 자원이 있다고 생각한다.

위에 열거한 00도시의 형태가 구체화되고 현실이 되려면 수치적 정책과 사업만으로는 어쩌면 구호에 그칠 수도 있을 것이다. 이제는 개인의 자유와 나눌 수 있는 공동체성이 동시에 존재하는 ‘환대와 나눔의 가치가 공존하는 플랫폼 도시’가 사람들의 발걸음을 향하게 할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하게 된다. 요즘 한국 사람이 반이라는 일본의 가미야마라는 농촌 마을이 외부 회사 이전, 주거인구 증가로 주목받고 있는데 결과만 바라보는 오류를 범하지 않아야 한다. 처음 시작은 ‘마을에서 재밌고 행복한 무언가를 찾는 것’부터 출발했음을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그로부터 시작해 아름답고 자유로운 마을로 찾아드는 도시민들에게 개방과 환대의 문화를 느끼게 해 주었던 과정을 면밀히 살펴보아야 한다.

어느 날 아침, 즐거운 마음으로 내 발걸음을 향하게 하는 공간. 사람들을 만나고 기대와 꿈을 나눌 수 있는 시간. 멋진 카페를 찾아 먼 시골 어느 곳도 찾아가는 현대 사람들에게 이런 커뮤니티 플랫폼은 충분히 가능성이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춘천시민들이 늘고 춘천 도시브랜딩이 되는 것은 덤으로 얻어지는 행복한 결과물로 다가올 것이다. 

윤요왕 (전 춘천시마을자치지원센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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