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영국(전교조 강원지부 정책실장)

「기초학력 보장법」과 같은 법 시행령이 2022년에 시행되었고, 교육부는 2023 기초학력 보장 종합계획을 시행했습니다. 학교는 기초학력 진단검사를 통해 학년도 시작일로부터 2개월 이내에 학습지원대상을 선정해야 합니다. 이를 위해 평가 타당도와 신뢰도가 높은 표준화된 검사 도구가 보급되어 있고 (기초학력진단 보정시스템), 지필평가만으로 진단하는 것은 한계가 있으므로 교사는 관찰, 면담 등을 병행합니다. 보충 학습·지도 자료를 통해 지도한 후 추가로 연 3회의 향상도 검사도 실시합니다. 이는 비단 법령의 시행 전에도 모든 학교에서 해온 진단 활동과 추수 지도인데요, 최근에 제도적으로 조금 더 정비되었을 뿐입니다.

강원도교육청은 지난 3월 8일 관내 초등학교, 중학교에 2023 강원학생성장진단평가 계획을 공문으로 시행하고, 3월 27일까지 해당 사업을 신청할 수 있도록 안내했습니다. 작년 졸속으로 추진된 강원학생성장진단평가는 많은 교육 주체들에게 실망을 안겼습니다. 많은 오류와 타당도가 떨어지는 내용으로 진단 도구로서 문항의 적합성이 떨어졌습니다. 진단, 분석, 상담, 피드백, 지원으로 이어지는 과정에서 실효성이 없었습니다. 또한 업무 추진과정에서 학교 현장의 교사들에게 업무를 떠넘겨 교육과정 운영에 차질을 초래했고, 기초학력 보장법령에 따른 기초학력 진단검사가 있음에도 옥상옥 성격의 평가를 또 시행하는 등의 문제가 있었습니다.

그러나 오히려 올해 강원학생성장진단평가는 일제고사의 부활로 계속 나가겠다는 야욕을 감추지도 않았습니다. 학교별로 조건에 따라 결정할 수 있었던 평가 시기는 올해는 1학기 초등학교 7월 5일, 중학교 7월 12일로 고정되었습니다. 또한 12월 추가 시행으로 연 2회를 실시할 것을 안내했습니다. 학생의 영역별 성취기준 도달 여부만을 공개하겠다고 했던 작년과 다르게 학생의 학년별 백분위를 공개할 예정입니다. ‘일제고사가 아니다, 학생의 성취도를 진단하기 위함이다, 학교의 자율성을 존중한다’라던 사탕발림마저도 사라진 것입니다. 다만 교원노조와의 단체협약에 따른 마지막 논란을 피하기 위해 허울 좋은 ‘선택권’만 남겨 두었을 따름입니다. 그렇지만 도교육청은 도내 교장 협의회, 교육(지원)청 장학사 업무 연락 등을 통해 해당일의 날짜를 비워두고 많은 학교들이 신청할 수 있도록 여러 경로로 학교 현장을 압박하고 있는 것이 현실입니다.

강원도교육청 (신경호 교육감)은 무리한 정책 추진을 위해 교사들을 무능력 집단으로 매도하고, 교사-학부모 대립 구도를 조장했습니다. 또한 적법하게 체결된 단체협약을 공격하여 입장을 양극단으로 몰고, 교사들이 일체의 ‘평가’를 하지 않는 것처럼 여론을 호도했습니다. 교육을 정쟁화하는 것은 합리적인 정책 입안을 방해하는 것임에도 이러한 일들이 지속된 것에 대해, 도민들은 교육을 정쟁의 도구로 삼아 다른 이득을 보는 이들이 있지 않은지 지켜보지 않을 수 없습니다. 

기초학력은 학생들이 민주 시민으로서 자주적 삶을 누릴 수 있도록 하기 위해 필수적인 것으로, 이를 위해서 적합한 평가와 교육은 반드시 함께 이루어져야 합니다. 교사들이 반대하는 것은 평가가 아니라, ‘평가를 위한 평가’, ‘사교육 시장으로 교육을 외주화해 보은하기 위한 평가’입니다. 학생들의 기초학력을 제대로 지원하기 위해서는 ‘간소하지만 정확한 진단’과 그에 따른 ‘예산과 인력’이 필요합니다. 기초학력 문제는 사회문화적 맥락에 따른 종합적인 문제이지만, 도교육청의 정책은 이런 문제를 개별 교사들의 무능력이나 사명감 부재의 문제로 책임 전가하는 것이라 우려스럽습니다. 도교육청은 다른 저의가 있는 것이 아니라면 불필요한 지필평가를 추가하는 것이 아니라, 이미 파악된 미도달 학생에 대한 개별 학습지도 지원 방법을 마련해야 합니다.

전교조 강원지부는 강원지역 여러 교육·학부모·학생 단체들과 함께 대안적인 기초학력 지원, 학생평가 정책 담론을 만들어나가기 위한 토론회를 열 예정입니다. 그 첫 토론은 4월 8일 원주권에서 개최할 예정이니 춘천 시민들의 많은 관심을 요청드립니다. 교사들은 기존의 교육활동에서 학생·학부모의 신뢰를 얻기 어려웠던 부분이 있다면 겸허히 성찰하고 학생의 성취기준 도달 여부를 정확히 피드백할 수 있는 방법에 대해 고민해 나갈 것입니다. 도교육청 또한 옥상옥의 평가가 아닌 이 부분에 대한 지원에 재원과 역량을 집중하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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