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어의 높이뛰기/ 신지영 / 인플루엔셜

하루 일과의 시작과 끝이 스마트폰과 함께인 사람들이 적지 않은 요즘이다. 끊임없이 터치하며 무언가를 부단히 찾아보고 그 안에서 우리는 소통을 하고 있다. 코로나 풍경이 다소 바뀐 요즘이지만 스마트폰 소통은 코로나 19 상황을 견디어내는 데 큰 역할을 한 셈이다. 얼굴을 맞댄 언어 소통이 아니었지만, 시간 차이를 둔 일방소통이거나 실시간 비대면 양방소통을 해가며 그렇게 무던히 잘 지내왔던 것 같다.  

소통의 수단인 사회적 언어는 우리의 일상에서 굉장히 중요하다. 주고받는 대화 속에 생각을 담아 감정을 표현하고 상대의 느낌을 전달받으며 의사소통을 하기 때문일 것이다. 이 책에서는 우리가 늘 사용하는 공기와 같은 언어가 우리에게 어떻게 스며들어 사용되고 있으며 그러한 언어에 내포되어있는 차별과 편견들을 10가지 주제를 통해 풀어내고 있다. 언어 탐구를 통해 인간을 이해하고 언어의 민주화를 이루려는 인문학자 신지영이 《언어의 줄다리기》에 이어 출간한 언어 감수성 향상 프로젝트서인 셈이다. 언어 감수성을 높이고자 그는 “언어를 사용하는 사람이라면 관전자가 아닌 실천자이자 행위자가 되어야 한다”고 요구하고 있다. 일상에서 사용하는 그릇된 언어들을 바꾸어 가려는 노력과 함께 실천으로 옮기어야 한다는 것이다. 

과거 신분제를 벗어나 지향하는 가치와 상황이 바뀐 요즘 우리는 소위 ‘선량한 연령차별주의자’가 되어 나이를 기준으로 서열과 사람의 우위를 판단하게 된다. 나이에 따른 언어권력을 자연스럽게 부여해 준 셈이다. 이뿐 아니라 일상에서 주고받는 직함에 따른 호칭어나 결혼으로 새롭게 구성된 가족관계에서 비롯된 호칭어에 이르기까지 언어의 불평등함을 속속들이 찾아볼 수 있다. 정의와 평등의 가치를 추구하는 세상에서 불평등함을 엿볼 수 있는 또 하나의 이슈가 코로나다. 2020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의 대유행이 시작된 이후 새롭게 생겨난 말들을 검색하며 찾아보았던 기억이 있다. 우한 폐렴으로 불리던 코로나 19는 대유행과 함께 비말, 코호트 격리, 음압병실, 포스트 코로나, 언택트, 웨비나 등 많은 말들을 쏟아냈었다. 언론은 그러한 언어들을 그대로 옮겨 전파했고, 저자가 속한 ‘새말 모임’에서는 고쳐서 사용해줄 것을 언론을 상대로 배포했다고 한다. 모든 국민이 정보를 평등하게 받아 코로나 감염에 대응할 수 있도록 하자는 취지였으나 언론의 언어는 바뀌지 않았다. MB 당선 후 당선자를 당선인으로 새로 고치어 발 빠르게 보도하던 그 언론과는 상반된 모습이었던 것이다. 말의 위계는 권력의 위계로 이어지고, 결국 관계의 위계가 확고해진다는 씁쓸한 사실이 오늘을 살아가는 우리에게 많은 고민을 안겨주는 책이다. 

‘춘사톡톡’과 함께 읽기를 하면 감수성이 자연스레 살아난다. 비단 나만이 느끼는 것은 아닐 것이다. 이번 책 읽기는 연령권력과 무관한 춘사톡톡의 빅3선생님*들에 대한 존경심이 한층 더 쌓이는 계기도 되었다. 함께 같은 책을 읽고 가치공유를 하다 보니 언어 감수성이 한층 높아진 것 같다. 기분 탓일까? 언어의 높이뛰기 대열에 합류하려면 도움닫기부터 시작해야 한다. 언어의 권력자가 되기보다는 모두가 슬기로운 민주적 언어사용자가 되어봄이 어떨까…. 봄빛이 좋은 오늘이다.                                                              

*춘사톡톡 빅3선생님: 이원상, 김화존, 김재현 선생님

  안수정(춘사톡톡 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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