춘천 사람들이 다 잘 살았으면 좋겠어요 후평동 지킴이 유은정

7살에 춘천으로 이사와 40년간 후평동에서 살고 있다. 책방에서 책을 빌려보는 게 좋았던 유은정은 은행원을 하다 퇴직금을 모아 후평동에 책방을 차렸다. 춘천여성민우회, 유기견 모임, 사회적협동조합인 ‘안부를 묻다’ 등 다양한 영역에서 활동한다.

2000년대 춘천에는 150여 개의 책방이 있었고, 이 중 10개의 책방이 후평동에 있었다. 책을 좋아하던 유은정은 퇴직금을 모아 본인의 책방을 열었고, 후평동에서 22년째 같은 자리를 지키고 있다. 개업 5년 만에 3만 권의 책을 가져다 놓았다. 책방의 책 중에서 게임 판타지 장르를 제외한 99%는 직접 다 읽어보았다. 얼마 전에는 갖고 있던 책의 일부를 정리하면서 현재는 약 8천 권 정도만 갖기로 했다. 예전에는 책을 정리할 때는 아쉬운 마음에 잠을 설친 적도 있지만, 이제는 정리가 익숙하다.

춘천여성민우회에서 활동하는 유은정은 사회적협동조합인 ‘안부를 묻다’를 창단했다. 코로나19로 책방에 손님들의 발길이 줄면서, 손님들을 비롯한 시민들이 정말 안녕한지 궁금해 ‘안부를 묻다’를 창단하게 됐다.

유은정은 본인의 반려견인 코카스파니엘 ‘찰스’와 함께 출근한다. 그래서 그런지 책방의 고객들도 강아지, 고양이, 토끼 등의 반려동물과 함께 방문한다. 2021년에는 <반려동물 위드 음악회>를 열기도 했다. 반려동물과 가족들의 안부가 궁금해 음악회를 열게 된 것이다. 원래 10개의 가정만 받으려고 했지만, 무려 스물네 가정이 신청한 걸 보고 뿌듯함을 느꼈다.

“제가 만든 프로그램으로 사람들이 즐거워할 때 행복해요. 그리고 책방에 오시는 손님들이 ‘책 보면서 고민을 잊고 스트레스를 날렸다.’, ‘이번에 들어온 책 너무 재밌었다’라고 얘기해줄 때 가장 뿌듯함을 느낍니다.”

항상 즐겁게, 책과 함께 사는 삶을 추구하는 유은정은 춘천사람 모두 행복에 가까워지길 바란다.

“우리 모두 이웃과 서로 어울리며 즐겁게 살았으면 좋겠어요. 춘천사람들은 소소하게 작은 모임을 좋아하는데, 대규모로 어울리는 활동도 많이 했으면 좋겠어요. 연령 상관없이 다 같이 즐길 수 있는 축제나, 골목에서 하는 작은 축제들이 더 많아지길 바라죠.”

춘천은 적당한 무관심이 있어서 좋다는 유은정은 춘천에서 자연 같은 삶을 살고 싶다고 말한다. 자연과 같이 한결같고 푸르른, 잔잔하고 고요한 삶이 하루하루 더 가까워지길 기대해 본다.

editor 심다연


 

생각을 실천하는 사람 꽃과 나무를 사랑하는 음악인 윤지호

비영리법인 꽃사랑회에서 주도하는 어린이 대상 프로그램에 참여하며 남들과 다른 방식으로 꽃 사랑을 실천 중이다. 윤지호는 음악에도 관심이 많은 춘천 토박이 청년이다. 자연과 항상 닿는 일을 해서일까. 그의 맑은 눈에는 미래에 대한 희망과 동경이 함께 서려 있다.

“춘천은 산책하기 정말 좋은 도시예요.”

춘천을 산책하는 상상이라도 한 듯 반짝이는 눈으로 말했다. 석사천처럼 곧게 뻗은 산책로도 물론 좋지만, 후평동 인근 주택가를 배회하는 것을 더 좋아한다는 윤지호는 시간대별로 달라지는 도시의 풍경, 사람 사는 이야기가 만들어내는 춘천의 매 순간을 좋아한다. 어떤 초저녁에는 봉지를 들고 집으로 향하는 듯 보이는 어린 남매가 하늘을 보고 “오빠, 별이 나를 따라와.”, “원래 그런 거야”하는 대화를 듣고 옛 생각이 났다. 집에 도착할 때까지 입가에 번진 미소는 사라지지 않았다. 그렇게 춘천은 사람 사는 이야기가 흐른다. 언젠가 기회가 된다면 소소한 행복을 주는 에피소드를 엮어 작품을 만들고 싶은 소망이 있다.

작은 것에서 소중함을 발견하는 윤지호는 비영리법인의 활동으로 아동들을 대상으로 꽃꽂이 수업이나 화분 가꾸기 수업에 보조교사로 참여한다. 그곳에서 안타까운 점은 놀이터마저 우레탄으로 만들어져 아이들이 자연을 가까이할 수 없다는 점이다. 그렇기에 수업에서나마 아이들이 직접 손으로 흙을 만지고, 자연의 냄새를 맡는 일이 흐뭇하다. 다년간의 프로그램 참여로 이제는 아이들을 지도하는 나름의 노하우도 생겼다. 그중 제일은 아이의 마음을 캐치하는 일이다. 사소하고 아무것도 아닌 일에 싸우고 말도 안 듣는 것 같지만 사실 아이의 마음을 잘 들여다보면 행동 이면에 하고 싶은 말이 숨겨져 있다. 이를 캐치해 언어로 잘 표현하면 아이도 쉽게 진정하고, 프로그램에도 협조적으로 동참한다는 것. 이를 깨달을 수 있었던 건 반복된 시간 때문이 아니라 아이들을 진정으로 아끼는 마음이 있었기 때문이지 않았을까.

사회복지학과 출신으로 아동, 사회, 환경문제뿐만 아니라 동물에도 관심이 많아 반려동물 관련 교육을 받았다. 또한 음악에도 관심이 생겨 실용음악 학원에 등록해 꽤 오래 보컬 레슨을 받고 있다. 최근 가장 큰 관심은 음향과 홈 레코딩이다. 춘천문화재단에서 운영하는 공연예술 전문스태프 아카데미 ‘막’ 참여를 계기로 소리의 생성부터 관객에서 전달되는 음향의 과정에 큰 매력을 느꼈다. 프로그램 막바지에 ‘달꽃만발’이라는 뮤지컬에 스태프로 참여하면서 자신의 진로를 구체화하는 계기도 마련했다. 가슴을 뛰게 만드는 일을 찾는 것은 모두에게 일어나는 행운이 아니다. 막연하지만 머릿속으로 그려보는 일, 경험으로 직접 확인하는 일, 생각을 실천하는 일로부터 그 행운은 시작된다. 우연히 밟게 된 모든 순간이 윤지호 씨의 미래에도 큰 행운을 가져다주기를 바라본다.

editor 이수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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