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석천 기자

반려동물에 관한 연재 기사를 쓰겠다는 포부를 안고 2020년 6월 유기견을 입양하면서, 춘삼이라는 이름을 붙였다. 그렇게 춘삼이와의 소소하고 즐거웠던 일들을 ‘춘삼이와 반려동물 이야기’라는 제목으로 지면을 통해 기록하다가 2021년 2월을 끝으로 작별 인사를 올렸다. 혹시 그 이후 춘삼이는 어떻게 됐을까를 궁금해하는 분들이 계실지 몰라서, ‘국제 강아지의 날’을 맞아 오랜만에 춘삼이의 소식을 전하려고 한다.

춘삼이를 데려올 때 춘천시 동물보호센터 측에서는 ‘정확한 나이는 알 수 없지만 치아의 상태를 볼 때 2살 정도로 추정’한다고 말했다. 추정이 맞다면 이제 거의 5살이 되어간다. 완연한 성견이 된 것이다. 그동안 춘삼이는 별 탈 없이 잘 지냈다. 병에 걸린 적도 없고, 다친 적도 없다. 몸무게는 4kg에서 6kg 가까이 늘었다. 이따금 춘천시 반려견 놀이터인 ‘같이놀개’에 데려가면 어떤 친구와도 스스럼없이 어울릴 만큼 사회성도 좋다. 다행이다.

사람들은 오랫동안 개와 역사를 공유해 왔다. 함께 사냥하고 함께 이동하고 체온을 나눴다. 최근 연구에 의하면 늑대 중에서 태생적으로 인간에게 호의적인 돌연변이 개체가 가끔 태어나고 그 개체가 오늘날의 개라는 사실이 밝혀졌다고 한다. 즉 인간에게 적대적인 늑대는 죽이고 호의적인 늑대만 기르고 번식시키면서 만들어진 것이 지금의 개인 것이다.

최근 수의학자들은 개와 늑대의 유전적 차이를 윌리엄스-보이렌 증후군(Williams-Beuren Syndrome WBS)으로 설명하기도 한다. 윌리엄스-보이렌 증후군은 2만 명 중 1명꼴로 발생하는 난치병으로 낯선 사람에게도 지나칠 정도로 친절하고, 관심을 보이며, 열정적으로 좋아하고 사랑을 퍼붓는다는 특징을 가진다. 말하자면 개는 늑대 중에 이러한 난치병을 가진 개체라는 설명이다. 주인을 보고 마냥 꼬리를 흔들며 반기는 개들을 보면 이러한 설명이 맞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든다.

그런데 사람은 어떨까. 현대적인 삶을 영위하게 되면서 그동안 동고동락했던 친구를 버린 것은 아닐까? 지자체마다 넘쳐나는 유기견들의 숫자를 보고 있노라면 아무리 착한 개들이라고 할지라도 화를 내지 않을 수가 없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인간의 배신이 틀림없다.

‘국제 강아지의 날’은 매년 3월 23일로, 2006년 미국의 반려동물학자인 콜린 페이지의 제안으로 만들어진 날이다. 세계 모든 강아지들을 사랑하면서 보호하는 것은 물론 유기견 입양 문화를 정착시키자는 취지로 제정됐다. 이는 반려견에 대한 관심과 인식 개선을 촉구하는 의미도 있으나, 무엇보다 버려지는 유기견을 보호하고 입양을 권장하려는 취지가 더 크다. 그리고 이러한 취지에 공감한 세계 애견인들이 소셜미디어에 해당 제안을 공유하면서 확산됐는데, 이들은 매년 3월 23일 SNS에 ‘#nationalpuppyday’라는 해시태그와 함께 자신의 반려견 사진을 올리기도 한다. 반려견을 키우든 키우지 않든 개에 대해 생각해 볼 기회다. 인간이라면 누구나 개에게 빚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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