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종일 기자

바쁜 한 주가 마무리되는 금요일이면 지난 한 주 춘천 곳곳에서 접했던 사람과 사건 중 한 장의 사진으로 새겨지는 인상 깊은 일이 있기 마련이다.

3월의 마지막 주에는 전과 다르게 두 장의 이미지가 남았다. 하나는 김유정문학촌에서 진행된 김유정 추모제이다. 김유정문학상과 선양사업 운영 등을 놓고 대립해오며 따로 추모제를 열었던 춘천시(김유정문학촌)와 김유정기념사업회가 함께 추모제를 열었다. 갈등이 봉합된 화합의 장이라고 대대적으로 홍보했지만, 그 말에 공감하는 사람이 몇이나 될까?

규정에 어긋난 운영이 있었고 문학촌의 희귀자료를 사적으로 가져가는 등 일어나면 안 될 일이 있었음에도 정치적 진흙탕 싸움으로 비쳐지며 본질이 왜곡됐다. 제대로 된 사과와 책임진 사람이 하나 없었는데 시장과 문학촌장이 바뀌니 좋은 게 좋은 거라며 화합을 한 모양새다. 친소관계로 얽힌 지역 사회의 민낯을 보는 듯했다. 예년보다 몇 배 많은 지역의 유명인사들이 모였고 추모제도 훨씬 길고 성대했지만, 감동은 없었고 웃픈 블랙코미디를 보는 듯했다. 하지만 따가운 햇살 아래 추모공연을 펼친 아티스트의 수고에는 진심 어린 박수를 보낸다.

다행히 같은 날 열린 또 다른 뜻깊은 행사가 눈과 귀를 씻어줬다. 실레마을에서 다양한 체험프로그램을 펼쳐온 업체 다섯 곳이 실레마을의 문화와 역사를 콘텐츠화해 세계적 문화관광마을로 만들겠다며 ‘실레문화체험협동조합’을 만들고 창립대회를 열었다. 

실레마을은 아름다운 자연환경과 다양한 문화예술관광 콘텐츠를 가지고 있음에도, 관광이라고는 금병산을 등산하거나 김유정 생가를 둘러보고 레일바이크를 타보는 게 전부일 만큼 활기가 없다. 또 개성 없는 콘크리트 빌딩이 하나둘 들어서며 마을의 경관도 해치고 있다. 실레마을을 구석구석 걷다 보면 정말 매력적인 곳임을 알게 된다. 조합과 주민의 협동과 시의 의지까지 더해진다면 세계적인 명소가 될 수 있다. 마을의 실개천을 가꾸고 마을에 어울리는 건물을 짓도록 엄격하게 관리한다면 얼마나 좋을까?

기자는 실레마을을 방문할 때마다 다큐멘터리 〈사토야마:물의 정원〉에서 본 일본의 비와호 주변 ‘하리에’ 마을이 떠오른다. 자연과 인간이 공존하는 오염되지 않은 아름다운 풍경을 가진 곳이다. 맑은 물이 흐르는 수로가 집을 감싸고 흐르고 각 가정의 집안에는 잉어가 사는 웅덩이가 있다. 가정에서 설거지 그릇을 물에 담그면 잉어들이 몰려와 찌꺼기를 먹어치우니 수로는 늘 맑고 깨끗하다. 마을의 고목에는 독수리가 둥지를 틀고 사람들은 자연과 전통을 존중하며 더불어 살아간다. 그 모습에 반한 사람들이 해마다 각지에서 몰려온다. 

청년 김유정은 고향 실레마을에 금병의숙을 열고 농촌을 살리는 데 앞장섰다. 시대는 변했어도 예나 지금이나 농촌 마을을 살리고 함께 잘살려고 앞장서는 이들이 있다. 과거에는 김유정이 그랬고 오늘날에는 ‘실레문화체험협동조합’이 그렇다. 각자도생하던 이들의 협동이 마을에 활기를 불어넣게 되길 진심으로 응원한다. 진짜 화합은 그렇게 하는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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