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지막 잎새를 그리는 심정으로 고독한 그림쟁이 김춘배

태어나 줄곧 춘천에서 살아온 춘천 토박이. 강원대학교 미술교육과를 졸업한 뒤 입시 미술과 취미생활을 위한 그림지도를 하다 5년 전부터 전업 작가로 일하고 있다. 현재는 열다섯 번째 개인전 준비 중이다.

“예술은 내게 하나의 숙명입니다. 마지막 잎새를 그리는 심정으로 예술을 대하죠. 죽어가는 소녀에게 살고자 하는 의지를 준 건 담장에 그려진 그림 속 마지막 잎새잖아요. 예술은 삶에 대한 의지와 희망을 가르쳐주는 힘이 있어야 합니다. 나에게 있어 예술 또한 마찬가지고요. 그림을 통해 사람들에게 희망을 주고 싶어요.”

김춘배와 예술의 인연은 꼭 우연을 가장한 운명 같다. 어렸을 때부터 청각장애와 소아마비를 앓던 그는 방안에 앉아 아버지의 미적 감각을 곁눈질로 살펴보며 집안에 걸린 그림을 모작하는 것으로 무료한 시간을 채웠다. 그 후에는 머릿속에 그려지는 이미지를 종이 위에 거침없이 옮기기 시작했고 그 순간들이 모여 지금의 화가 김춘배를 만들었다.

“이 도시의, 떠나지 못하게 하는 무언가가 계속해서 나를 붙잡습니다. 언젠가 떠날 수도 있겠지만, 살아온 시간이 긴 만큼 춘천에 대한 애정이 깊어요.”

초·중·고등학교를 춘천에서 졸업하고 강원대학교 사범대학 미술교육과에 수석으로 진학했다.

대학 졸업 이후 약 20년간 미술학원 강사로 일하다 1998년부터 전업 작가가 됐다. 지금까지 총 열네 번의 개인전을 성공적으로 마쳤고, 현재는 11월에 열릴 열다섯 번째 개인전 준비에 박차를 가하는 중이다. 11월 11일부터 6일간 진행되는 이번 전시는 그의 주력인 ‘갈대’에 여러 가지 변주를 준 그림들로 채워질 예정이다.

자신을 뺀질이라고 표현한 그의 하루 작업 시간은 대략 5~6시간. 그림 한 편을 완성하는 데에 빠르면 하루, 보통은 3~4일 걸린다. 개인전 준비 기간에는 주로 그림을 많이 그리고, 평소에는 온의동 소재 ‘갤러리 동무’에 간다. 갤러리 동무는 2019년 갤러리 대표와의 친분으로 갤러리 로고 작업을 도와준 경험이 있어 그에게도 애착 가는 장소 중 하나다. 편안하고 정겨운 공간에서 취하는 휴식만큼 좋은 것은 없다.

그는 춘천을 ‘유난히 산지’라고 표현했다. 대표적인 분지 도시를 표현하는 그만의 귀여운 표현 뒤에는 이유가 있다. 타지역에서 춘천으로 돌아올 때면 어디로 들어오건 산을 넘어와야 하기 때문. 고개를 넘어오면 펼쳐지는 전경은 김춘배를 다시금 춘천으로 돌아오게 만든다. ‘산과 강에 둘러싸여 있기 때문에 춘천에 들어선 순간부터 어머니의 품에 안긴 것 같다’는 그의 말에서는 지역에 대한 애정이 충만하게 드러났다.

춘천에서 많은 도움을 받아 이제는 예술 활동을 펼치기에 바람직한 환경이 조성됐다는 김춘배. 그에게는 춘천의 이미지를 더 많은 사람에게 알리고 싶다는 오랜 꿈이 있다. 그림을 통해 그가 살아온 이 도시의 생동감을 느끼게 해주고 싶다. 그 소망을 이루기 위해 그는 오늘도 캔버스 앞에 선다.

editor 김태희


 

네가 웃으면 나도 좋아 지구에서 하나뿐인 김태희

한림대학교 미디어스쿨 4학년에 재학 중으로 교내 방송국 실무국장을 맡고 있다. 말하는 것, 쓰는 것과 같은 표현에 열망이 있으며 언제나 세상을 섬세하고 따스하게 바라보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그거 알아? 내가 너한테 반하는 바람에, 우리 별 전체가 네 꿈을 꿨던 거? 하지만 첫 번째로 널 보고 널 생각한 건 나였기 때문에 내가 온 거야.’ 누군가에게 애틋한 사랑을 받는 존재랄까, 주는 존재랄까? 김태희는 책 <지구에서 한아뿐>의 주인공 한아 같은 삶을 살고 싶다.

5살 때부터 웅변을 비롯한 각종 상을 수상한 그는 아나운서의 꿈을 키워왔다. 아나운서가 아닌 다른 직업은 생각해 본 적이 없을 정도다. 그런데 누군가 평생 먹고살 돈을 준다고 하면 묘하게 답변을 주저하게 된다.

“춘천에서 시를 쓰시는 어머니의 영향일까요. 글에 대한 해소되지 않은 열망 같은 게 있어요. 누가 나한테 평생 먹고 살 돈을 준다고 하면, 어디 저 산골에 문학 동네 같은 곳 들어가서 글을 쓰겠다고 하거든요. 어쩌면 영화나 드라마 시나리오 작가가 꿈일 수도 있어요. 이 부분이 제가 자기소개할 때 가장 고민하는 지점이에요.”

가끔 불쑥 외롭거나 하염없이 서글퍼질 땐 뭐라도 쓴다. 잘 쓰인 문학 작품을 보면 충분히 행복해지기도 한다. 결핍과 뱉어냄, 그리고 충만함이 뒤섞인 모순들 속에 솔직한 진심이 깃들어 있다. 봄에는 대본집도 소장한 ‘사랑의 온도’, 여름에는 대사도 줄줄 읊는 ‘괜찮아, 사랑이야’, 가을에는 엑스트라로도 출연하고 싶은 ‘로맨스는 별책부록’, 겨울에는 시간이 지날수록 여운이 짙은 ‘달의 연인’과 ‘함부로 애틋하게’를 다시 본다. 그는 이렇듯 한 번 좋아하는 작품은 끝까지 좋아하는데, 그 이유를 물어보면 구체적이고 확실한 대답이 따라온다.

“정말 좋은 작품은 친구들에게 무조건 소개해요. 이 작품은 미쳤다. 이제 왜 미쳤는지 쭉 설명하고……. 상대방도 이걸 경험해 봤으면 해서요. 물론 세상에는 다양한 사람들이 있고 내가 100으로 만족했던 것이 누군가에게는 80으로 느껴질 수도 있겠죠. 그래도 누군가 ‘좋다’ 하면 그걸로 충분히 기뻐요. 봐주는 사람이 10명에 한 명꼴일지라도. 그렇다면 수요를 늘려서 100명에게 말하면 될까요? 그럼 10명은 보겠죠?”

세상에는 다양한 종류의 친절이 있다. 그중에서도 김태희의 친절은 다른 사람에게 듣고 싶은 이야기를 찾아 주고, 하고 싶은 이야기를 들어 주는 친절이다. 서로 간의 진심 어린 소통이 부족한 사회에서 김태희의 친절은 더더욱 소중하고 따뜻하게 느껴진다.

“춘천은 복작복작한 공간이에요. 자세히 들여다보지 않으면 별 볼 일 없는 도시처럼 느껴지지만, 오래 보고 있으면 그 소담함과 고즈넉함에 반해 버려요.”

‘복작복작’한 춘천에서 소담한 기쁨을 찾으며, 그의 얼굴에 웃음이 끊이지 않기를 소망해 본다.

editor 김준영

저작권자 © 《춘천사람들》 - 춘천시민의 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