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와 지역에 대해 끊임없이 생각하고 고민하는 사람 예비 출판편집자 김혜민

8살 때부터 22년간 춘천에 살아왔다. 사회학과를 졸업한 후 지역연구원으로 일하다가 꿈을 좇기 위해 최근 퇴사했다. 현재는 독자의 세계를 확장시키는 책을 만들고 싶다는 마음으로 출판편집자가 되기 위해 노력 중이다. 가방에 책을 세 권씩 들고 다니는, 언제나 책과 가까이 있고 싶은 에디터 꿈나무.

출판편집자라는 꿈을 위해 22년간 살아온 춘천을 떠나 서울살이를 준비 중이다. 처음 책과 가까워지게 된 계기는 대학 시절 참여한 독서 모임에서의 경험이 마음에 크게 남았기 때문이다. “대학교 때 저는 인간관계에도 공부에도 적응하기가 어려웠어요. 하지만 독서 모임에서 함께 책을 읽고 글을 쓰고 감상을 나누면서 처음으로 해방감을 느꼈던 것 같아요. 그때부터 책을 만드는 일을 하고 싶다고 생각하게 됐어요.” 두 차례 긴 휴학 이후 사회학과로 전과. 일 년간 지역연구원으로 일하다 출판편집자의 꿈을 위해 퇴사. 이 같은 삶의 궤적들은 ‘나’에 대해 치열하게 생각하고 고민한 흔적이었다. “저는 자기 의심과 자기 부정이 많은 사람이에요. 그래서 어떤 확신을 가지고 행동한다기보단 저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일 수 있을 때 행동을 결심하게 되는 편인 것 같아요. ‘아, 나는 이런 사람이구나’ 싶을 때요.”

춘천문화재단에서 진행했던 ‘로컬에-딛터’ 사업에 참여하면서 ‘나는 책을 만들어야 하는 사람이구나’라는 생각은 더욱 강해졌다. 로컬에서 에디터를 양성하기 위한 목적으로 진행되었던 해당 사업을 통해 출판편집 분야에 종사하는 다양한 인물들을 만나고 현장에 관한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다. “저는 ‘로컬에-딛터’ 수업이 정말 너무 좋았어요. 일 년 동안 회사에 다니면서 해야 하는 일에 집중했다면, 수업 중에는 정말 하고 싶은 일을 하고 있다는 느낌이 들더라고요. 시간이 펄떡거릴 만큼 생생하게 느껴지는 순간들이었어요.”

한편 김혜민에게 춘천은 익숙하지만 모호한 도시이다. 춘천에서 보낸 물리적인 시간은 길지만, 아직도 춘천과 데면데면한 상태라고 고백한다. 그렇지만 ‘로컬에-딛터’에 참여하면서 에디터로서의 자아뿐만 아니라 춘천이라는 지역에도 한 발짝 다가가는 경험을 했다. “수업 중에 동네를 관찰하고 느낀 감상에 대해 글을 쓰는 과제가 있었는데, 그때 느꼈던 게 있어요. 평소에는 의식하지 않고 지나쳤던 우리 동네에 관심을 가지고 들여다보니까, 몰랐던 것들을 발견하게 되더라고요. 내 시선으로 발견할 수 있는 작고 사소하지만 반짝이는 것들이 우리 지역에도 충분히 있다고 생각했어요.”

꿈을 위해 서울살이를 준비하고 있는 김혜민은 이제 막 가까워지고 있는 춘천을 떠나야 한다는 생각에 알 수 없는 아쉬움과 부채감을 느낀다. 팔에 새겨넣은 생(生)하는 모닥불을 의미하는 문신처럼, 본인에 대해서도 춘천이라는 지역에 대해서도 끊임없이 고민하며 선연히 타오를 김혜민의 모습을 기대해 본다. 훗날 서울살이를 마치고 돌아와 어엿한 춘천의 로컬 편집자로서 김혜민을 마주할 날이 오게 되지 않을까.

editor 도윤


 

스윙으로 즐기는 재미있는 춘천살이  춘천스윙댄서 김희정

속초에서 태어나 일곱 살 때 초등학교에 입학하면서 춘천으로 이사 왔다. 얼마 전 퇴사하고 새로운 출발을 준비 중인 스물아홉 살의 가능성 넘치는 청춘. 스윙댄스를 매개로 다양한 인연을 이어가고 있는 긍정 에너지 넘치는 흥부자.

이직을 준비 중인 요즘이 김희정에겐 가장 행복한 휴식기이다. 아침에 눈을 뜨면 새 직장을 구해야 한다는 조바심보다는 ‘오늘은 또 어떤 재미있는 일을 찾아볼까?’ 하는 설렘으로 SNS를 탐색한다. 퇴사한 지 한 달, 시간이 있을 때 최대한 다양한 문화생활을 즐기고 싶다. 혼자라도 좋고 비가 와도 좋다. 춘천의 재미있는 일들을 한껏 즐기리라!

첫 취업까지 공백이 긴 편이었다. 친구들이 직장인이 되어 월급을 받고 직급으로 불릴 때 홀로 여러 아르바이트를 전전했다. ‘내가 늦었나? 나는 잘살고 있는 걸까?’라는 고민이 머릿속을 헤집었다. 하지만 이내 바보 같은 고민임을 깨달았다. 내가 뒤늦게 가진 첫 직장으로 출근할 때 어떤 친구는 두 번째 직장으로 첫 출근을 했고 어떤 친구는 다시 학생이 되어 새로운 공부를 시작했다. 모두가 몇 번씩이고 새 출발선 앞에 섰고, 때문에 내 출발선은 뒤처진 것이 아니었다. 저마다의 속도는 다른 법이다. ‘내가 좋아서 하는 걸까?’라는 고민은 얼마든지 해도 좋지만 ‘내가 늦었나?’라는 고민은 정말 쓸데없다고 당당히 말할 수 있다.

희망했던 업무를 할 수 있는 직장으로 취업하긴 했지만, 새벽에 출근해 밤늦게 퇴근하는 직장생활은 삶의 질을 많이 떨어뜨렸다. 집중하고 싶은 일보다 병행해야 하는 타 업무가 많아 현타가 오기도 했다. 그리고 깨달았다. 내가 바라는 삶은 일과 여가의 균형이 잘 어우러진 삶이라는 걸.

“춘천은 재미있는 일이 많은 도시예요. 마임축제, 막국수닭갈비축제 등 굵직한 축제가 일 년 내내 열리고, 잘 찾아보면 시민들끼리도 소소한 모임을 결성해 다채롭게 활동하고 있어요. 이런 소모임들을 못 즐기면 너무 아깝잖아요.”

춘천의 재미있는 일을 찾아다니는 김희정이 오랜 시간 꾸준히 참여하고 있는 활동은 바로 춘천스윙댄스 동호회다. “스윙댄스 동호회의 언니, 오빠들이 늘 재미있는 일을 추천해 줘요. 독서모임 해볼래? 약사리에서 축제 만드는 거 참여해 볼래? 시립합창단 공연 같이 볼래? 스윙댄스 동호회를 통해 저의 활동 범위가 점점 가지를 쳐 나갔어요. 제 문화생활의 토양이 되어준 셈이죠.” 아쉽게도 코로나19 때문에 2년째 모임을 갖지 못하고 있지만, 스윙 인연은 꾸준히 이어가고 있다. 동호회 가입 문의를 주시는 분들도 간간이 있어서 언젠가 안심하고 다시 스윙댄스로 뭉칠 날을 엿보고 있다.

“춘천은 가까워서 좋아요. 뚜벅이인 저에게도 조금만 가면 즐길 수 있는 크고 작은 것들이 곳곳에 있어요. 굳이 차를 타고 멀리 나가지 않아도 관심만 기울이면 근처에 뭐든지 다 있는 느낌? 문화를 기획하는 사람 못지않게 참여하는 사람도 함께 발전하고 성장한다고 생각해요. 저는 맘껏 참여하고 맘껏 놀 거예요. 저는 참여자로서 발전하는 사람이니까요.”

editor 한나리


 

우리 같이 살기 위한 작당모의 어린이작업장 뚜루뚜 활동가 남효진

어린이작업장 <뚜루뚜>의 시작과 오늘을 함께하고 있는 마을활동가. 봄내 뒤뚜르 후평동에 산 지 7년 차로 두 딸의 행복과 나의 재미를 찾아 공동육아를 시작했다.

후평동 호반초등학교 앞 위치한 어린이작업장 <뚜루뚜>에서 남효진은 ‘왕눈이 쌤’으로 통한다. 어린이 모두에게 열려 있는 이 공간은 놀이터이자 만화방, 쉼터, 급식소, 상담소 등 다양한 역할을 대신한다. <뚜루뚜>는 2021년 봄, 춘천시 마을돌봄교육공동체 ‘봄내동동’의 지원으로 ‘춘천여성협동조합 마더센터’, ‘호반초등학교’, ‘함께돌봄’, ‘뒤뚜르 어린이도서관’이 마음 모아 시작했다.

남효진의 마을 돌봄 활동은 당장 내 아이를 어떻게 돌볼 것인가 하는 고민으로부터 시작했다. 오후 1시면 하교하는 초등학생 자녀를 둔 부모라면 공감할 것이다. 당장 초등학교를 진학한 아이들을 키워내야 하는 일곱 명의 이웃들과 공동육아라는 ‘작당모의’는 원대한 꿈이라기보다 현실적인 대안이었다. 더불어 키우니 육아하는 나의 일상 속 활력도 더해지고 무엇보다 아이들이 안정감을 느낀다는 것을 몸소 체험했다.

평생 서울에 살다 2015년 남편과 어린 두 딸을 데리고 출발한 춘천살이는 여행처럼 시작됐다. 아이들과 함께 산과 계곡을 누비며 흙을 만지고 풀잎 향기를 느끼는 과정 속 나와 아이가 함께 연결된 곳이란 느낌을 받았다는 남효진. 유유히 흘러 하나가 되는 춘천의 북한강과 소양강처럼 이웃과 자연스럽게 연결된 것도 그런 이유가 아니었을까.

“춘천에 살며 마을의 아이들을 내 아이, 네 아이 할 것 없이 ‘우리 아이’로 바라볼 수 있는 눈이 생겼습니다. 아이들에게 마음 열 수 있는 안전한 이웃, 친한 어른이 될 수 있다는 게 기쁘고 뿌듯합니다. 마을 돌봄은 혼자 만으로 되는 것이 아니기에 따뜻한 이웃들과 함께 이 마을을 이루고 있음에 감사합니다.”

방과 후 너 나 할 것 없이 함께 놀며 친구가 되고 ‘우리’가 된다. 자전거를 탄 어린이 무리가 우르르 들어와 목을 축이기도 하고, 방학이 시작되는 특별한 날에는 300인분의 떡볶이로 문전성시를 이루기도 한다. 천방지축 어디로 튈지 모르는 아이들에게 때론 엄한 소리를 하기도 하지만 우리 아이들이 바르게 잘 자라기만을 바라는 마음은 누구보다 깊다. 외로운 감정을 나누고자 하는 아이가 찾아올 때면 한없이 따뜻한 품을 내어주기도 한다.

하버드대학교 교육대학원 교수 조세핀 킴은 “아이를 진심으로 돌봐주는 단 한 명의 어른만 있다면 그 아이는 변한다”라고 말했다. 후평동엔 단 한 명이 아닌 여럿의 진심 어린 이웃이 함께한다. 내 아이가 안전하게, 스스로 행복할 수 있는 마을을 만들면 어른도 즐겁다. 어린이와 어른이. 우리 모두 같이 행복하게 살아보자는 마음으로 오늘도 남효진은 아이와 마을을 진심으로 돌보고 있다.

editor 박선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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