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 세무사’ 안태환

최근 ‘청년’이라는 단어를 이용한 합성어가 여기저기서 많이 탄생했다. 청년○○라는 단어는 신선함·젊음·도전 등의 긍정적인 이미지를 연상시킨다. 마케팅 업계에서는 이러한 효과를 이용하기 위해 청년이라는 단어를 적극적으로 사용하기도 한다.

‘언론조합 춘천사람들’에도 청년이 있다. 《춘천사람들》의 애독자이자, 무려 최연소 조합원인 ‘청년 세무사’ 안태환 조합원이다.

반갑습니다. 올해 나이가 어떻게 되나요?

95년생이니까. 올해 만으로 28이더라고요. 《춘천사람들》 최연소조합원이자 춘천 지역 최연소 세무사이기도 합니다. 하하.

정말 일찍 본인의 길을 찾으셨네요. 언제부터 준비해서 언제 합격했나요?

2018년 2월부터 준비해서 2019년 8월에 합격했습니다. 1년 반 정도 걸렸으니 빠르게 합격한 편입니다.

대학교를 졸업하기도 전이었겠네요?

네. 맞습니다. 원래 강원대학교 신소재공학과에 다니다가 학교를 자퇴하고 시험을 준비했습니다. 막연히 공대에 가면 취직이 잘될 것이라는 생각에 진학했었는데, 막상 가고 보니 저와는 맞지 않는 길이라고 느꼈습니다. 그래서 전공과 관련 없는 직업을 탐색했죠. 흔히 이런 경우 많은 친구들이 공무원을 떠올리곤 합니다. 저도 마찬가지였고요. 그래서 처음에는 공무원을 준비하려고 했었습니다. 그런데 저희 어머니가 강원도청에 근무하시는 공무원이시거든요. 제 계획을 들으시더니 왜 공무원이 되려느냐고 물으시더라고요. 그래서 공무원 시험은 전공과도 관련이 없고 안정적이라서 선택했다고 하니, 그런 마음으로는 공직생활을 하면 안 된다고 말리시더라고요. ‘공무원은 지역 발전을 위해 헌신하는 사람이다. 그런 마음으로 공무원 생활을 하면 안 된다. 따라서 지원해 줄 수가 없다’라고 말씀하셨어요. 그래서 공무원은 포기하고 세무사 시험을 준비하기로 했어요.

왜 하필 세무사였나요?

저는 원래 공부를 잘하는 편이 아니었어요. 대학교도 운 좋게 겨우 들어갔죠. 더구나 책 읽기를 싫어했어요. 1년에 1권도 읽지 않았죠. 그런데 군대에서 독서를 하기 시작했어요. 기금은 사라진 화천 27사단에서 근무했는데, 어느 날 너무 심심한데 할 일이 없는 거예요. 그래서 부모님이 주시고 간 《독서 천재가 된 홍 대리》라는 책을 펴들었어요. 그리고 그 순간부터 독서에 빠지기 시작했죠. 시간만 나면 독서를 했어요. 군 생활 동안 거의 100권은 읽은 것 같아요.

독서를 하다 보니 관심 가는 분야가 생겼어요. 세무나 회계 관련 서적이 재밌더라고요. 그런데 회계사 시험은 회계·경영·경제학 등 학점 취득이 필수라서, 자연스럽게 세무사 시험에 관심을 가지게 됐죠.

어려운 시험을 준비하는 사람들은 공통적으로 시험에 적합한 나이가 있다고 해요. 세무사 시험도 그런가요?

그런 이야기가 있기는 해요. 그런데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나이보다 중요한 것은 준비 기간이라고 생각합니다. 보통 준비한지 2년 정도 되신 분들이 많이 붙는 것 같아요. 너무 길어지면 오히려 계속 안 되는 경향이 있어요.

시험에 합격하고 바로 춘천에서 일하기 시작했나요?

아닙니다. 바로 실무에 뛰어들 수는 없죠. 서울에서 2년 정도 월급을 받으며 일을 배우고 나서 춘천으로 왔습니다. 올 때는 다들 뜯어말렸어요. 가면 굶어 죽는다고 그랬죠. 하하. 사실 지역으로 가는 사람, 특히 청년들은 많지 않아요. 하지만 저는 고향 춘천에 대한 애정이 있었어요. 그래서 뭔가 지역에 도움이 되는 일을 하고 싶었습니다.

춘천에서 창업을 준비하거나 이미 창업한 분들에게 도움을 베풀고 있다고 들었습니다.

현재는 강원도일자리재단에서 멘토로 활동하고 있고, 춘천시 마을 세무사로도 참여하고 있습니다. 청년 세무사가 저를 드러내는 키워드이지만 청년들만 상대하는 건 아니에요. 하지만 적어도 청년들이 조금은 더 편하게 물어볼 수는 있겠죠. 창업을 선택하는 청년들이 많아요. 그런데 상품에 대한 아이디어만 가지고 시작하는 경우가 많거든요. 그렇게 6개월 정도 지나고 나면 세무서에서 무슨 고지서가 날아와요. 그때서야 부랴부랴 알아보게 되면 증빙을 위해 남겨둬야 했던 각종 영수증은 분실되어 있고, 해야 할 신고는 하지 않는 채 지나가 버린 거죠. 그래서 미리 어떤 준비를 해야 하는지 자세히 알려드리고 이해시켜드리려고 노력해요.

요즘 유튜브나, 코인처럼 새로운 통로에서 수익이 창출되는 시대입니다. 조세의 측면에서 어떻게 보나요?

새로운 직업이 생기면 국세청에서는 당연히 한발 늦게 대처할 수밖에 없습니다. 아직 코인에 대한 세금도 걷지 않고 있죠. 법이 바로 만들어지는 것은 아니니까요. 하지만 세무사의 입장에서 기본적인 세금은 내라고 권유하고 있습니다. 나중에 생길 수도 있는 문제를 미리 방지하는 예방접종의 성격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세금은 상황 변화에 따라 유연하게 대처할 필요도 있지만, 납세자들이 예측할 수 있도록 안정성도 있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무엇이 더 중요할까요?

당연한 답이겠지만 균형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부동산 가격을 잡기 위해 세금 정책이 지나치게 많이 바뀐 적이 있었습니다. 그때 세무사들 사이에서도 ‘양포세무사’라는 말이 있었습니다. 양도소득세 상담을 포기한 세무사라는 의미죠. 반대로 조세가 너무 경직돼 있으면 양극화가 심해질 수 있겠죠. 따라서 균형이 중요한 것 같습니다.

독자들에게 세금 관련 조언을 준다면 뭐가 있을까요?

강의할 때마다 드리는 말씀입니다. 가장 많이 놓치는 게 증빙을 잘 안 챙기세요. 증빙의 종류는 우리나라 세법상 딱 4종류입니다. 세금계산서·계산서·신용카드영수증·현금영수증이죠. 이걸 잘 챙기는 게 가장 중요합니다.

《춘천사람들》 조합원은 어떻게 가입했나요?

저는 협동조합이라는 단체에 큰 장점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지역의 발전에 관심이 있었기 때문에 그런 측면에서 일반 회사와 차별된 협동조합 모델에 주목해왔습니다. 그런데 협동조합으로 이뤄진 지역 신문이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됐으니 참여하지 않을 이유가 없었죠.

박종일·홍석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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