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녀치마·노랑앉은부채 등 야생화에 눈 호강

차창 가로 꽃잎 피는 바람이 분다. 봄바람 불어대는 화창한 날 춘천댐으로 봄을 맞으러 간다. 설레는 마음 살며시 부여잡고 운전대를 잡으니 마음이 한결 가볍다. 자동차로 20분 걸려 도착한 곳 춘천댐 매운탕 골이다. 주소로는 서면 오월1리다. 몇십 년 전, 더웠던 여름철 귀한 손님 대접에 이곳이 딱이다 싶어 송어 횟집에 온 적이 있었다. 지금도 그렇지만 당시 최고의 접대 음식으로 인기가 많았던 장소다. 계곡에서 내려오는 찬물로 인해 한여름 무더위에 이곳 평상에서 송어회를 먹으면 팔에 소름이 돋을 만큼 춥다. 

계곡 안으로 주욱 늘어선 민물횟집들을 천천히 지나가노라면 얼음골에 들어선 것처럼 사방이 물소리도 시원하고 조용하다. 숲길을 따라 천천히 걷다 보면 오른쪽 골짜기에 춘천에서만 볼 수 있는 노랑앉은부채를 볼 수 있는 곳이 있다. 여기저기서 이 꽃을 볼 수 있었지만, 지금은 춘천에서 여기만 남아 3월 초에 볼 수 있어 다행이다. 길 따라 걷다 보면 생강나무꽃도 노랗게 나무를 물들이고 개나리도 노란색 물감을 듬뿍 뿌려놓았다. 산괴불주머니에도 툭툭 떨구어 놓았다. 길가 여기저기 온통 노랗다. 

그 옆으로 맑은 시냇물이 흐르는 길을 걷다 보면 포장도로가 끊어지고 작은 다리 위에 계곡물이 쏟아져 내려간다. 등산객들이 만들어 놓은 오솔길이 삿갓봉 쪽으로 나타난다. 얼마큼 여유로이 걷다 보면 신선놀음이 따로 없다. 저절로 명상이다. 그렇게 잠시 들숨 날숨에 정신을 고르면 시간을 깨는 보랏빛 아이가 햇빛을 받아 반짝이며 투두둑 튀어나온다. 요맘때나 만나게 되는 처녀치마다. 녹색 잎을 치마처럼 활짝 펼치고 가운데 꽃대를 몸으로 세워 보랏빛 꽃술을 얼굴처럼 삐죽 비죽 내밀었다. 식구인 듯 둘이 또는 셋이 혹은 홀로 피어있는 모습이다. 

두리번거리며 꽃을 찾다 보니 파란색 노루귀가 잎을 활짝 열고 키가 멀뚱히 커 있는 모습이 보인다. 찬바람을 헤치고 나와서 그런지 꽃대에 털을 잔뜩 품었다. 한참을 바라보다 핸드폰으로 봄의 아이들을 담아 친구들에게 자랑을 했다. 그리고 봄의 아이들을 뒤로하고 천천히 계곡을 내려왔다. 계곡물 소리가 맑고 깨끗하게 귓가에 맴돈다.

이철훈 시민기자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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