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수진 (춘천시민)

“요즘 너무도 답답하다. 여러 말들이 오고 가는 게 두렵다.

시각장애인의 이동 수단이자 큰 힘이 되었던 ‘봄내콜’. 나는 선천적으로 시각장애인이지만, 내게 ‘봄내콜’이 처음으로 다가왔던 건 시각장애 1급 판정을 받은 뒤였다. 봄내콜 덕분에 나는 외출에 자신감을 얻었고 무엇보다 세상의 따스함을 느꼈다.

일반 택시나 다른 이동차는 목적지에 정확하게 데려다주지 않고 대충 근처에 내리라고 해서 종종 헤맬 때가 있다.

친절하게 목적지까지 정확히 바래다줘 늘 감사했다. 무엇보다 마음이 편했다. 그러나 ‘봄내콜’에서 시각장애인을 제외한다는 소식에 무척이나 당황스럽다. 직장이 있는 시각장애인들이 ‘봄내콜’을 이용하지 못한다면 많은 고통이 뒤따를 것이기 때문이다.”

시각장애인 1급인 친구 유미애의 이야기다. 나는 안마 출장을 나가는 친구도 있고, 명진학교에 다니는 동생도 있어 다른 사람보다 시각장애인들의 삶을 조금 더 들여다보게 되고 느끼는 것도 많다.

명진학교에는 늦깎이 학생들이 있다. 직장생활을 잘하다가 갑자기 시력을 잃은 사람들이 점자와 안마기술을 배우기 위해 명진학교에 온다. 그들은 눈 대신 손과 귀로 세상을 보아야 한다. 어둠 속에서 긴장과 두려운 마음으로 하루하루를 지내야 한다. 직장이나 학교에 가기 위해서는 지팡이 하나에 의지해 길을 걸어야 한다.

그런 시각장애인에게 ‘봄내콜’은 무척이나 고마운 존재다. 어디쯤 왔는지 물어도 자연스럽게 대답해주고 목적지에 도착해서도 “턱이 하나 있습니다”라며 내릴 위치를 설명해준다. 시각장애인을 배려하는 낯익은 ‘봄내콜’ 기사들은 그들에게 소중한 가족과 같다.

춘천시는 시각장애인이라도 걸을 수 있으니 월 15회의 바우처 택시나 버스를 이용하면 된다고 한다. 그러나 시각장애인은 차에서 내려 동서남북 방향을 알 수 없을 때는 바로 코앞에 건물을 두고도 헤매는 것이 다반사다.

임대택시제를 실시하고,  택시 기사들이 장애인들을 배려할 수 있도록 교육하는 등의 조치는 할 수 없을까? 기초생활수급을 마다하고 기술을 배워 안마사로 출장을 가면 월 소득이 100여만 원이다. 장애인들이 직업을 갖는 것은 동등한 사회구성원으로서 인간다운 삶을 살고 싶기 때문이다. 일반 택시로 출근하는 내 동생이 “여기가 어디인지 모르겠어”라며 불안에 떠는 목소리를 듣지 않았으면 좋겠다. 춘천시가 그들의 흰 지팡이가 되어주었으면 한다. 시각장애인들이 마음 편히 ‘봄내콜’을 다시 만날 수 있기를 소망한다.

저작권자 © 《춘천사람들》 - 춘천시민의 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