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병도(실레문화체험협동조합 이사장)

초고령화 사회에서는 어느 곳을 막론하고 인구가 줄어들고 생산성이 떨어지는 것은 명약관화한 현실이다. 우리 춘천시 인구는 오랜 시간 30만 미만에 머물러 있다. 인구를 늘리기 위해 역대 지자체는 여러 가지 방법을 동원했을 것이고 어느 경우엔 약간의 성과를 보이기도 했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30만이라는 문턱을 넘지 못하고 늘 20여만 명을 숙명처럼 꼬리표로 달고 다니고 있다.

도시의 공동화란 무엇이며 이를 해결할 방안은 무엇인가? 

학자들은 여러 가지 학문적인 근거를 가지고 이론을 펴겠지만, 우리네가 쉽게 생각할 수 있는 부분은 그저 동네에 활기가 있고 들썩거리면 사람이 모여들고 가게가 잘되고 주민들의 얼굴이 펴지지 않을까 하는 정도다. 그런 곳에서는 뭐든 해도 될 것 같다는 기대감이 생기고 주민들은 그 기대감에 의지해 생업을 영위하며 정착할 것이다.

반대로 많은 기대를 품고 마을에 작은 식당이나 가게를 열었는데 사람도 없고 해만 지면 적막강산이고 몇 달을 버텨도 개선될 조짐도 안 보인다면 그들도 언젠가는 마을을 떠나고 말 것이다. 생산성 있는 연령층은 생계를 위해 돈벌이를 찾아 외부로 떠나고 그저 늘 마을을 지켜오던 구성원들은 점차 나이 들어갈 것이다. 활력 없는 마을에 누군들 들어와 정착하고 싶겠는가?

어려운 학술적 이론의 파악과 거창한 행정의 해결책만을 찾을 것이 아니라 마을의 현재 상태를 눈여겨보고 귀 기울여 듣는다면, 그리고 있는 인프라라도 잘 활용한다면 점차 해결의 가닥을 잡아 나갈 수 있을 것이다. 

실레마을! 

참 정겨운 마을이다. 문화예술의 향기를 품고 금병산을 뒤로 한 아기자기한 김유정의 마을이기도 한 곳이다. 그 마을의 중심에 김유정 작가를 기리는 김유정문학촌이 있고 국내 유일의 인명을 딴 김유정역이 있으며 김유정우체국도 있다. 행정구역은 춘천시 신동면 증리지만, 마을의 형상이 ‘시루’와 닮았다 하여 오래전부터 ‘실레마을’이라 불렸다. 그래서 요즘도 그 정감 있는 마을의 이름을 그대로 사용하자는 의견이 일부에서 제기되고 있기도 하다. 

그런 면면을 보면 마을의 구심점이자 중심에 넓게 자리하고 있는 김유정문학촌의 역할이 중요하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현실은 다른 것 같다. 해만 지면 마을 중심부에 커다란 블랙홀이 생기는 것이다. 다른 지자체에서는 없는 시설도 만들어 경관조명으로 장식하며 관광객을 불러모아 지역경제에 도움도 주고 정착한 주민의 삶의 질을 높이기 위해 애를 쓰는데, 많은 세금을 들여 조성해 놓은 시설조차 활용하지 못한다면 직무를 방기(放棄)하는 것이나 다름없다. 

현재 있는 시설을 제대로 활용해서 관광 활성화에도 기여하고 마을 중심의 큰 터가 흉물로 남지 않게 하면 좋겠다. 오랜 시간 일방적인 짝사랑으로만 지내다 보면 관심도 애정도 식고 마음이 멀어질 것이다. 그나마 마을의 구성원들이 뭔가를 해보려고 할 때 박수의 맞은편 손이 되어주고 백지장을 맞들어 줄 수 있기를 관계자 여러분에게 부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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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공동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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