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지민 시인 인터뷰

지난주 이른바 ‘문화도시 춘천’에서는 표현의 자유를 둘러싼 뜨거운 갈등이 벌어졌다.

오는 30일까지 ‘시가 흐르는 효자동 약사천에서 힐링하세요’란 주제로 약사천에서 진행 중인 시화전에서 정지민 시인의 〈후작부인〉이 윤석열 대통령 부인 김건희 여사를 풍자했다는 민원이 효자1동 행정복지센터에 들어와 작품이 철거됐기 때문이다. 시화전이 열리고 있는 약사천에서 정 작가를 만났다.

정 시인은 “시대를 역행하는, 표현의 자유에 대한 억압이며 한 개인과 문학에 가해진 폭력이다. 향후 예술인 전반에 가해질 수 있는 일이다. 공식적 사과와 원상복구를 촉구한다”라고 일갈했다. 

시인은 산책로에 걸린 동료 작품들을 둘러본 후 “시화전을 앞두고 작품을 고를 때 〈후작부인〉을 망설임 없이 택했다. 시인은 잘못 돌아가는 세상을 꼬집고 풍자할 수 있어야 한다. 나의 시를 보고 불편하고 싫어하는 사람도 있었겠지만, 답답한 속이 시원해졌다고 좋아한 사람들도 있었다. 각자 보고 판단하면 될 것을 지금이 군사정권 시절도 아닌데 아무 상의도 없이 작품이 철거될 거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다”라고 말했다. 

잠시 침묵을 이어가다 “사실 시화전 오프닝 첫날, 지역의 유명한 한 원로시인이 작품을 못마땅하게 생각하는 전화를 걸어왔다. 한동안은 퇴근 후 약사천에 들러서 살폈다. 이후 별일 없을 거라 안심하고 있었는데 뒤늦게야 무단 철거가 벌어진 것을 알게 됐다”라며 “왜 하필 이 시기에 이런 일이 벌어졌을까? 대통령 지지율이 곤두박질치는 상황에서 시민들이 하고 싶었던 얘기가 제 입을 통해서 나오니까 그게 불편한 사람들이 과잉충성을 한거라고 생각한다. 그게 아니면 뭐겠나?”라고 꼬집었다.

시인은 “바라는 건 효자1동 동장이 사과하고 작품을 제자리에 돌려놓는 거다. 하지만 이달 말이면 시화전은 끝난다. 이제 며칠 남지도 않았으니 그저 버티고 시간이 지나길 기다릴 거다”라며 분노하고 답답한 마음을 표현한 시 〈친절한 친구들〉을 들려줬다. “등 뒤에서 그들이 말했다/너 아무것도 아냐/대수롭지도 않은 시나 쓰면서/왜 분란을 일으켜/맞는 말이다/아무것도 아니어서/전시 중인 시마저도/영부인을 모욕했다고 떼어내 버렸다/아무것도 아니라서/물론 상처 따윈 받지 않았다/뜨거운 물에 데친 조개처럼/벌린 입들을 바라보며/아무(我無)것도 아니고 싶다”

박종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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