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사천 시화전’ 출품작 〈후작부인〉 철거 논란
“표현의 자유 침해” 주장에 “민원에 따른 조치” 팽팽

(사)춘천 민예총 문학협회는 지난달 4일부터 오는 30일까지 약사천에서 지역 문인 30명이 참여한 시화전을 열고 있다. 시화전은 효자1동 주민자치회와 춘천 민예총이 계약을 맺고, 시가 예산 150만 원을 지원했다.

하지만 지난달 중순 정지민 시인의 작품 〈후작부인〉이 돌연 사라졌다. 작품은 과거 프랑스 부르봉 왕조 루이 15세(1710~1774)의 애첩이자 막후 실력자였던 퐁파두르 후작부인과 세상을 풍자한 내용이다. 그런데 ‘용산의 베겟머리파 그녀’라는 구절이 김건희 여사를 떠올리게 하는 등 정치색이 짙다는 민원이 제기되자, 효자1동 행정복지센터는 논의 없이 작품을 철거했다.

지난 17일 민예총 문학협회가 박철한 효자1동장을 찾아가 항의했다.  사진 제공=정지민 시인

춘천 민예총 문학협회는 뒤늦게 이 사실을 알고 강력하게 반발했다. 지난 17일 정지민 시인과 유태안(강원민예총문학협회장)·권택삼(춘천민예총문학협회장) 등 민예총 문학협회원들은 효자1동 행정복지센터를 항의 방문, 작품의 원상복구·공식사과·재발 방지 대책을 요구하며 18일까지 공문으로 답해줄 것을 촉구했다. 하지만 현재까지 요구는 이뤄지지 않았다.

박철한 효자1동장은 “민원이 들어와 확인하니 문제가 있다고 판단, 작품을 떼어 보관하고 있다. 민예총은 작품 30점을 제공했고, 작품 1점당 5만 원을 지급하는 식으로 사용 승인을 얻었기 때문에 문제 되지 않는다. 전시 주체는 주민자치회다. 사후 보고를 받은 주민자치회도 조치를 용인했다. 협회의 행동에 맞대응할 것이다”라고 말했다.

권택삼 문학협회장은 “예술작품을 정치적으로 재단하면 안 된다. 이번 일은 춘천에서 문화를 대하는 자세가 과거로 역행한 가슴 아픈 일이다. 시민은 어떤 정부이든지 자유롭게 비판할 수 있다”라고 탄식했다.

박종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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