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19혁명이 올해로 벌써 63주년을 맞이했다. 그동안 춘천에서는 4·19혁명과 관련하여 별다른 시위가 없었던 것으로 알려져 왔으나, 최근 《춘천사람들》을 통해 춘천에서도 2천여 명이 참가한 대규모 시위가 있었던 것으로 밝혀져(《춘천사람들》 제 366호 5면) 올해 4·19혁명 기념일이 더 뜻깊게 다가온다.

지난 19일 춘천 칠전동 헌수공원에 건립된 ‘춘천민주인사추모비’ 앞에서 4·19혁명 제63주기를 기리는 춘천민주인사추모제가 열렸다. 추모제는 1989년 추모비가 건립될 때부터 시작해 올해로 서른네 번째를 맞았다. 이날 추모제에는 춘천민주인사추모비건립위원회 총무였던 이용훈 선생과 건립위원으로 참여했던 박재철 선생, 그리고 춘천촛불행동의 권정애 대표가 함께했다.

4·19혁명 기념 및 춘천민주인사추모제에 참여한 이용훈 당시 건립추진위원회 총무와 박재철 건립추진위원, 그리고 권정애 춘천촛불행동 대표(앞에서부터)

13년째 추모제에 참가한 필자의 뇌리에는 당일 아침 강원민주재단 단톡방에서 보았던 신동엽 시인의 시 〈껍데기는 가라〉가 온종일 어른거렸다. 2010년부터 매년 국화 한 다발을 들고 추모제에 참여했는데, 추모제에 함께했던 다섯 분의 연로하신 어르신들은 해가 바뀌면서 한두 분씩 세상을 떠났다.

총선이 있거나 지방선거가 있는 해에는 각종 선거에 출마하는 사람들이 추모제에 참여한다. 춘천민주화동지회의 전·현직 회장들도 대부분 제도권 정치에 몸을 담았거나 선거에 출마한 이력들이 있다. 43인의 건립위원 중 생존해 있는 이들은 이제 절반이 조금 못 된다. 그러나 이들조차 추모제에 관심이 없고, 선거 때만 추모비를 찾는 이들도 선거만 끝나면 별 관심을 두지 않는다. SNS에서 자신의 활동을 알리는 방편에 불과한 것 아닌가 싶다.

춘천민주인사추모비가 건립되는 데 관여한 바도 없고 건립추진위원들과 함께 활동하지도 않은 필자가 매년 추모제에 참여하는 이유는 연로한 민주화 선배 어르신 몇 분이라도 만나 그 마음을 이어가는 것이 엄혹한 시대를 살았던 선배들에 대한 최소한의 도리라는 생각 때문이다. 

민주인사추모비는 1989년 10월 춘천지역에서 활동했던 민주·재야인사 44명이 참여하여 춘천·춘성민주화동지회 이름으로 서면 안보리에 처음 세워졌다가 2005년 현재의 자리로 옮겨졌다. 이용훈 선생에 따르면, 당시 광복 43년을 기념해 건립추진위원을 44인으로 정했다고 한다. 2021년 5월 김지숙 춘천시의원이 근화동 옛 보안대 터에 민주평화공원을 조성하고, 그곳에 민주인사추모비를 이전해 줄 것을 제안하였지만, 아직 구체적인 계획은 마련되지 않았다. 칠전동 헌수공원 그늘진 곳에 쓸쓸히 서 있는 춘천 민주인사추모비. 국화꽃 한 다발만이 올해도 기념식이 있었음을 증언할 뿐 서서히 잊히는 것 아닌가 안타까울 따름이다.

오동철(춘천시민사회단체네트워크 운영위원장)

저작권자 © 《춘천사람들》 - 춘천시민의 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