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곳으로 올라도 편하고 예쁜 해발 300.3m의 산책

춘천사람이라면 춘천 중심부에 솟아있는 봉의산을 모를 수 없다. 그러나 막상 춘천 어디서나 매일 볼 수 있는 봉의산에 올라 보지 못한 사람이 의외로 많다. 그래서 많은 시민이 봉의산에 오르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오늘 춘천의 진산인 봉의산을 직접 오르면서 소개해 볼까 한다.

봉의산에 오르는 길은 여러 곳이 있다. 만약 차로 이동한다면 강원도청 옆 어린이집 방향으로 올라가면 ‘봉의산순의비’ 옆 주차공간에 차를 세울 수 있다. 나는 유봉여고 정문 쪽에서 오르는 길을 택했다. 유봉여고 쪽 계단을 오르는 초입에는 작은 대나무 숲이 있다. 줄기가 검은 것을 보니 오죽인 듯하다. 봉황은 대나무 숲에 깃든다고 했으니 그런 의미에서 대나무밭을 만든 것이 아닐까 싶다.

 

봉의산을 오르는 시작점에 작은 공원과 함께 ‘봉의산순의비’가 서 있다. 순의비는 고려 때 춘천을 침략한 몽골군에 대항해 희생된 사람들을 기리기 위해 세운 비다. 당시 관민이 함께 봉의산성에서 항쟁을 벌였으나, 끝내 함락되자 치욕을 당하느니 차라리 죽겠다며 모두 자결했다고 한다.

순의비를 돌아본 후 콘크리트 길을 따라 조금 오르다 본격적인 산행을 시작했다. 이슬비가 흩날리길래 계단 길을 택했다. 계단 길은 무릎에 문제만 없다면 수월하게 오를 수 있는 길이다. 계단이 싫다면 순의비가 있는 주차장 끝자락에서 오른쪽에 있는 도랑 건너로 이어진 숲길을 택하는 것도 좋겠다. 숲길은 계단도 거의 없고 무난하게 정상으로 이어지는 길이라서 많은 사람이 선호하는 길이기도 하다.

계단을 오르다 힘들면 전망 좋은 곳에 마련된 의자에 앉아 쉬어갈 수 있다. 오르막길 중간중간 나뭇가지 사이로 춘천 시내 전경이 파노라마처럼 펼쳐지기 때문에 힘들 겨를도 지루할 겨를도 없다. 봉의산성을 마주하며 그렇게 15분 남짓 길을 오르다 보면 정상에 이른다. 봉의산 정상에는 300.3m라는 표지석이 세워져 있다. 정상 바로 아래쪽에는 여러 가지 운동기구를 갖춘 쉼터가 있어 찾는 주민들이 많다.

(왼쪽부터) 산책로에서 보이는 춘천 전경, 봉의산 정상 표지석

봉의산은 춘천의 중심에 솟아있어 산을 오르거나 내려갈 때 춘천의 전경을 360도 둘러볼 수 있는 매력이 있다. 어느 등산로를 택하든지 서둘지 않고 천천히 올라도 30분이면 충분하다. 굳이 정상까지 가지 않고 둘레길만 걸어도 더없이 좋은 산책길이다. 소양정 쪽으로 하산해 소양정에 오르면 의암호와 소양강의 멋진 경치를 맛볼 수 있다. 소양정에서 번개시장 쪽으로 내려서면 비석군을 볼 수 있다.

봉의산 가는 길은 모든 길이 다 편하고 예쁘다. 늘 우리의 시야에 있어 웬만하면 차 없이 찾아갈 수 있다. 자녀들과 함께 산책처럼 걷고 싶다면 조금 더 시간을 들여 한림대 구내에 있는 신석기시대 혈거 유적인 동굴까지 보고 갈 것을 추천한다.

이춘실 시민기자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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