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용호 ㈜춘천시민버스 승무원

춘천시 시내버스 운영체제가 곧 준공영제로 전환된다. 춘천시 시내버스는 경영난에 빠졌던 대동·대한운수에서 ㈜춘천시민버스로, 완전공영제에서 준공영제로 가닥이 잡히기까지 다양한 논란과 고민의 시간을 보냈다. 근로자의 날을 맞아 기용호 승무원을 만나 애환을 들었다.

승무원은 언제 어떤 계기로 시작했나요? 

2019년 ㈜춘천시민버스가 출범할 때 입사했으니 햇수로 5년째입니다. 인제가 고향이고 서울에서 살다가 2006년에 춘천에 왔는데 다른 일을 하다가 어느 순간에 버스 승무원이 되고 싶어졌어요. 2012년쯤 대동·대한운수에 처음 이력서를 넣었다가 떨어지고 이후에 계속 도전을 했지만, 연거푸 떨어졌어요. 하하. 결국에 네 번째 도전에 합격했습니다.

승무원을 지원하는 사람이 많은가요? 

매번 경쟁률이 높다고 알고 있어요. 지역의 다양한 운수 노동자 중에서 급여와 노동환경이 비교적 나아요. 하지만 그만큼 춘천에 안정적인 일자리가 적기 때문일 겁니다.

과거 춘천의 시내버스는 불친절하기로 악명이 높았습니다.

맞습니다. 저도 승객으로 겪었었죠. 근데 승무원이 되어 알고 보니 이유가 있더라고요. 대동·대한운수 시절 승무원들이 제때 월급을 받지 못했다고 하더라고요. 또 종일제 근무라서 노동강도가 정말 높았죠. 새벽 별을 보며 나와서 밤 별 보고 귀가했다고 하더라고요. 연차가 낮은 기사들은 힘든 노선에, 선배 기사들은 수월한 노선에 투입되는 등 사내문화도 비민주적이었다 하더라고요. 곳간에서 인심이 난다고 하잖아요. 친절할 수 없는 환경이었어요. 

춘천시민버스에 입사했을 때는 어땠나요? 

외적인 요인으로 좀 어수선했어요. 대동·대한운수가 회생절차에 들어갔다가 우여곡절 끝에 ‘춘천녹색시민협동조합’에 인수된 후 2019년에 ㈜춘천시민버스로 출범했잖아요. 혁신의 과정이 험난했죠.

1일 2교대 근무도 그중 하나죠?

1일 2교대도 우여곡절 끝에 지난해 초부터 시행됐어요. 입사 후 한동안 종일제 근무를 했는데 보통 새벽 4~5시에 일어나서 하루평균 15~16시간을 운행합니다. 집에 오면 빨라야 22~23시에요. 그걸 며칠을 반복한다고 생각해보세요. 친절? 안전운행? 정말 어렵습니다. 

완전공영제가 가장 뜨거운 이슈였습니다. 승무원들의 입장은 어땠나요?

저는 민주노총 조합원으로서 완전공영제 도입을 위해 시청 앞 천막 농성·시장실 점거 등 강력하게 투쟁했었죠. 하지만 승무원들의 여론은 제각각이었습니다. 아무 생각이 없는 사람도 있었어요. 시장이 바뀌고 곧 준공영제로 가는 모양새인데, 승무원 대부분은 처우가 좀 나아지겠거니 막연한 기대를 할 뿐이지 문제점을 제대로 알지 못해요. 시민들도 모를 겁니다.

어떤 문제가 있다고 생각하나요?

완전공영제를 도입할 경우, 사업권 인수 등 초기비용이 110억 원대에 달할 것으로 염려하면서 준공영제로 전환하는 거잖아요. 그래서 시가 노선 조정 권한을 갖고, 운수업체는 버스 운영에 대한 성과 이윤을 받는 방식으로 추진한다고 하는데, 준공영제를 하는 다른 지자체를 보면 시의 재정부담은 마찬가지입니다.

그렇다고 버스 승무원의 처우가 좋아질 것 없어요. 어쩌면 버스사업자 배만 채워질 겁니다. 관리 감독을 시에서 철저하게 해야 하지만 서울만 봐도 문제없는 사업체가 하나도 없어요. 자기 측근들을 주요 자리에 앉히는 일도 흔합니다. 얼마 전에 시장님·대중교통추진단과 면담을 했더니 조례를 만들어 잘 감시하고 춘천시만의 준공영제를 만들겠다더라고요. 뭐 제대로 되면 좋겠지만, 분명 시행착오를 거칠 겁니다.

완전공영제가 맞다고 생각하는군요?

시에서 노동자를 직접 고용하거나 관리하는 공사를 만들어서 공사 소속으로 하니까 신분이 보장되는 공무원 또는 준공무원으로서 권한이 주어지는 만큼 책임과 의무도 부여될 겁니다. 감시와 견제는 당연하고요. 융통성 있게 시행할 수도 있어요. 완전공영제를 시행하는 정선군은 버스 승무원을 무기계약직으로 해서 잘 되고 있더라고요. 물론 춘천과 비교할 수 없게 작은 지역이라는 차이는 있습니다.

비용 탓이라고 하지만, 그것만은 아닐 겁니다. 시장의 의지만 있으면 가능합니다. 아마 버스 승무원 270여 명을 포함해서 약 300여 명의 인원이 시 관리 책임 아래 들어오는 게 귀찮은 것도 있었을 겁니다. 준공영제로 하면 시는 책임에서 한 발 벗어나는 겁니다.

대중교통에 대한 근본적인 인식 차이군요?

그겁니다. 지자체와 정부는 시내·시외버스 모두 복지 차원에서 접근해야 합니다. 이익이 나는 기업이 아니거든요. 아무리 운영을 잘하고 별의별 수단을 써도 절대로 이익이 날 수 없는 구조가 돼버렸어요. 완전공영제를 통해 복지로 접근해야 합니다. 버스 이용자들이 대부분 사회적 약자라는 걸 간과해서는 안 됩니다.

그럼 버스와 인력을 늘려야하니 큰 돈이 필요하잖아요?

하지만 지금 환경 문제로 인한 대가를 엄청나게 치르고 있잖아요? 대중교통이 활성화되면 장기적으로 더 이득일 겁니다. 생각을 바꾸자고요.

춘천의 버스수송분담률이 10%인데 가능할까요?

이용이 많은 노선의 배차간격을 한 10분 간격으로 짧게 하면 분담률을 높일 수 있습니다. 버스를 놓치면 20~30분을 기다려야 하니 택시를 타는 악순환이 반복되잖아요. 분담률 높이려면 그 방법밖에 없어요. 

운전을 하면서 교통 환경에 아쉬운 점도 있겠죠?

저상버스라고 하지만 계단이 상당히 높습니다. 어르신이 편하게 타시려면 버스를 정류장 경계석에 바짝 붙여야 해요. 하지만 그렇게 못하는 곳이 대부분이에요. 당장 보건소 인근 버스정류장에 가보세요. 어르신들이 많이 타시는 곳인데 다들 힘들어하세요. 

또 온의동 롯데마트 앞 사거리는 좌회전해서 버스정류장에 진입하기 힘들어요. 승용차들이 줄지어 서 있거든요. 석사동 호산부인과 사거리 버스 정류장도 불법 주정차 때문에 버스가 안전하게 정차할 수 없습니다. 시민들이 차도에서 버스를 타야 해요. 큰돈 안 들이고 고칠 수 있는 게 많은데 개선이 안 되네요. 

앞으로의 꿈이 뭔가요?

입사할 때 다짐처럼 승객들에게 항상 인사를 합니다. 대가를 바라는 거 절대 아니고 승객 모두를 가족처럼 대하는 승무원이 되겠습니다. 시민들이 우리 춘천시민버스를 사랑해주시고 더 많이 이용해주시길 바랍니다.

박종일·홍석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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