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시민기자를 만나다 ①

“새내기 공무원들을 직접 만나서 인터뷰하고 싶어요!” 

두 사람에게 취재하고 싶은 아이템이 무엇이냐고 묻자, 황시내 시민기자가 유쾌하게 받아쳤다. 얼마 전 여러 매체를 통해 이슈가 됐던 ‘춘천시 새내기 공무원 나무심기’*에 대한 이야기다. 이슈를 이슈 그대로 받아들이기보다, 직접 그들의 이야기를 들으려는 자세가 필요하다는 생각이다. 이처럼 시민기자로서 취재하고 싶은 아이템들이 긴 대화를 통해 쏟아져 나왔다. 이방인에서 춘천사람이 된 김진영 시민기자와 춘천 토박이로서 잠시 비숙련의 시간을 보내고 있는 황시내 시민기자. 서로 다른 삶을 살아온 두 사람은 각각 어떤 시선으로 춘천의 청년이슈를 바라보고 있는지, 또 어떤 글로 독자들에게 다가가고 싶은지 궁금해졌다. 그들의 이야기를 털어놓는 순간부터가 이 작업의 시작이므로. 

황시내·김진영 청년시민기자

* 춘천시가 지난 4월 정식공무원으로 임명된 새내기 공무원 53명을 대상으로 한 나무심기 행사. 젊은 공무원들의 퇴사가 이어지는 상황에서 새내기 공무원들에게 자긍심을 부여하기 위해 행사를 기획했다고 춘천시는 밝혔다. 하지만 이에 대해 ‘신박한 대책’, ‘뭐가 문제인지 모른다’, ‘안일한 대처’라는 댓글이 줄을 이었고 각종 온라인 매체를 통해 일종의 밈(meme) 현상처럼 확산됐다.

이방인에서 춘천에 뿌리내린 청년으로

다이내믹한 직장 경력의 춘천 토박이

먼저 간단하게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김진영 : 저는 춘천에 온 지 올해로 4년 차가 된, 춘천을 정말 많이 사랑하는 청년입니다. 저처럼 춘천에 뿌리내리고 싶은 청년들을 위한 ‘춘뿌리’라는 청년 공동체를 만들어서 운영하고 있습니다. 그 안에서 어떻게 하면 청년들과 즐겁게 살 수 있을지 고민하는 중입니다.

황시내 : 제 이름 앞에 직장 수식어가 빠지니까 소개하기 참 어려운데요. 일단 저는 춘천에서 태어났고요. 어릴 때 홍천에서 살다가 고등학교 다닐 때쯤 다시 춘천에 와서 계속 살고 있습니다. 얼마 전 직장을 그만두기 전까진 문화예술 쪽에서 쭉 일을 해왔고요.

얼마 전까지 이방인이었던 청년과 춘천 토박이 청년. 두 사람이 춘천을 바라보는 시선이 다를 것 같아요. 춘천은 본인에게 어떤 도시인가요?

황시내 : 저는 청년들에게 춘천은 참 어려운 도시라는 생각을 했었어요. 새로운 시도와 실험, 변화를 싫어하는 분위기요. 어른들과 주변인들의 눈치를 많이 봐야 하는 다소 보수적인 분위기가 있었죠. 그런데 문화도시를 기점으로 많은 변화가 있었다고 생각해요. 조용히 고민하면서 눈치만 보고 있던 청년들을 흔들고, 욕구를 탐색하는 데 도움이 되는 시간을 줬죠. 때로는 자기들끼리만 소통한다고 하는 분들도 계시는데, 이런 자리를 만들어 놓으면 점차 같이 소통하려는 청년들이 찾아올 거라고 생각해요. 이전엔 청년들이 각자 점처럼 흩어져서 서로 뭘 원하는지도 모른 채, 아무것도 같이 할 수 없는 곳이라 생각했거든요. 그런데 이들이 연결되기 시작했음을 요즘 느끼고 있어요. 

인터뷰를 위해 만난 날, 민낯 사수 중인 두 사람.

김진영 : 저한테 춘천의 이미지는 그냥 딱 ‘여유’ 두 글자였어요. 서울에 있을 때 이래저래 많이 힘든 시기였거든요. 문화생활이라든가 즐길 거리는 서울이 훨씬 많았지만 저는 즐길 수가 없었죠. 서울이라는 도시 자체가 주는 빡빡함이랄까. 일에 치여서 문화생활은 물론, 자기 계발할 여유조차 없었거든요. 똑같은 독서 모임도 서울에서 할 때와 춘천에서 할 때 느낌이 달랐어요. 춘천에는 나에게 집중할 수 있는 특유의 분위기가 깔려있어요. 그냥 춘천사람들과 만나서 이야기를 나누고 싶었어요. 좋은 이웃들과 만남을 통해 진짜 문화생활을 하는 느낌이에요. 

여유도 좋지만, 일자리를 고민하는 청년들에겐 조금 이질적인 이야길 수도 있거든요. 경제적인 부분이 중요할 것 같은데,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김진영 : 저 역시 경제적인 부분에 대해서는 아직도 고민이 많아요. 서울에 있을 땐 학원에서 근무하면서 아이들 대상으로 사고력과 창의력 수업을 진행했었어요. 춘천에 오고 나서도 한동안 직장인으로 살았었는데, 2년 전 프리랜서로 전향하면서 청년활동가로서 많은 경험을 하게 됐죠. 사실 지금도 취업을 해야 하나 고민이 좀 돼요. 고정급여가 없으니 좀 힘든 부분은 있는데요. 안정적인 삶과 즐겁고 가치적인 삶의 경계에 서 있는 상황에서 아직은 재미있는 삶을 포기하지 못하겠더라고요. 

황시내 : 저는 그냥 평범한 춘천의 직장인이었죠. 소기업, 사회적 기업 그리고 중간지원조직 등에서 꽤 다이내믹한 직장생활을 했다고 생각해요. 그런데 막상 일을 그만두었을 땐, 다양한 형태의 회사를 경험했음에도 제 이력으로 무엇을 해야 할지 고민이 생기더라고요. 많은 춘천의 청년들이 공감할 거예요. 작은 회사에서는 우리 모두가 ‘멀티플레이어’잖아요. 기획도 하고 때로는 홍보도 하고요. 현재는 ‘청소년 심리’ 쪽에 관심이 많아서 문화예술과 접목한 프로그램을 기획해보고 있어요. 작은 사업체를 운영하면서 자생하기 위해 노력 중이죠. 제 목표가 ‘작은 기업에서도 행복하게 살자’입니다.

소속 없는 나를 품어준…또 하나의 카테고리

하도 청년, 청년 하니까 질리기도…

두 분에게 ‘청년’은 어떤 의미인가요? 

김진영 : 저에게 ‘청년’은 또 하나의 그룹 같은 느낌이에요. 제가 속할 수 있는 하나의 그룹이요. 학교를 졸업하고 나면 어딘가에도 속하지 않은 상태가 되잖아요. 그렇게 되면 소속감을 느낄 수 있는 곳이 직장밖에 없는데, 대부분의 사람은 직장에서의 소속감을 굉장히 피곤하다고 생각하더라고요. 하지만 저 같은 프리랜서들은 이 소속감에 굉장히 목말라 있죠. ‘나도 어디에 속하고 싶다’라는 생각을 생각이 들었을 때, 비슷한 무리를 만났고 그들과의 관계 속에서 긍정적인 감정을 느끼기 시작했어요. 그때부터 내가 ‘청년’이라는 것을 좋게 받아들였던 것 같아요. 생각해 보면 스스로 ‘나는 청년입니다’라고 소개하기 시작한 시점이 직장을 그만두었을 때 같아요.

황시내 : 저는 반대로 ‘청년’이란 단어에 대해 굉장히 부정적이었어요. TV 등 매체에서 표현되는 청년의 범주 안에 제가 포함되어 있다는 생각이 안 들었죠. 나이로 봤을 땐 내가 청년이 맞는데, TV에서 떠드는 청년 이야기는 제 이야기와는 거리가 멀었죠. 당시 정치권에선 ‘청년기본법’, ‘청년정치인’ 등의 단어가 자주 등장했었어요. 하도 ‘청년, 청년, 청년’ 하는 바람에 좀 질리기도 했고요. 청년들이 뭘 한다 그러면 단어가 가지고 있는 정치적인 색깔을 지울 수가 없었어요. 용어 자체가 정책적으로 이용하기 좋은, 듣기 위한 용어 같았죠. 하지만 요즘엔 그 이미지가 많이 깨지고 있어요. 공동체 활동을 하기 시작하면서 조금씩 달라지고 있죠. 사실 저 같은 사람이 아마 대부분일 거예요. ‘과연 내가 청년 안에 들어갈 수 있을까?’하고요. 예를 들면, 아이가 있는 기혼자들. 혹은 정치나 정책에 관심 없는 평범한 젊은이들이요. (다음호에 계속)

박인옥 시민기자

 

김진영 청년시민기자

춘천 청년 공동체 ‘춘뿌리’ 대표

푸른코끼리 사이버폭력 예방교육 강사

국민통합위원회 청년포럼 청년마당 위원

2023 대한민국 정책 SNS 기자단

 

황시내 청년시민기자

지역 문화기획 활동가

시내물결 / 문화기획그룹 풀로워터 대표

전 춘천문화재단, 강원문화재단 근무

문화예술 관련 다수 기업에서 근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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