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 철새는 모두 떠났고 야생화의 계절이 돌아왔다. 4월의 마지막 주 토요일인 지난 22일, 생태 나들이팀은 김유정역이 있는 실레마을로 향했다. ‘실레이야기길’을 걸으며 금병산 자락에 숨어있는 보석 같은 야생화들을 만나기 위해서였다.

일행은 금병초 후문 쪽에서 만나 이야기길 코스를 거꾸로 잡았다. 본격적인 나들이에 앞서 금병산 초입에 자리한 ‘실레책방’에 들렀다. 책방의 어선숙 대표가 일행을 반기며 김유정과 실레마을에 얽힌 숨은 이야기들을 들려주었다.

실레이야기길 지도

실레책방에서 나와 ‘근식이가 자기 집 솥을 훔치던 한숨길’과 ‘응오가 자기 논 벼를 훔치던 수아리길’, 그리고 ‘응칠이가 송이를 따 먹던 송림길’을 지나는 비탈에는 줄딸기와 화살나무가 지천이었다. 짙어가는 연두색 잎들 사이로 고개를 내민 연분홍 줄딸기꽃이 부끄러운 듯 수줍은 미소를 짓고 있었다. 짙은 분홍색의 화사한 복사꽃을 배경으로 사진도 찍고 길가에 핀 작은 꽃들과 나무 이름을 서로 묻고 답하며 저수지 위를 지나니 길은 조금씩 가팔라지기 시작했다.

‘춘호 처가 맨발로 더덕을 캐던 비탈길’과 ‘덕돌이가 장가가던 신바람길’, 그리고 ‘금병산 아기장수 전설길’을 지나는 동안 내딛는 발길마다 노란색 산괴불주머니와 작은 개별꽃, 그보다 더 작고 은은한 보랏빛의 꽃마리, 흰 냉이꽃과 어우러져 핀 노란색 꽃다지, 그리고 노란 양지꽃과 보라색 제비꽃 등 작고 앙증맞은 야생화들이 일행을 반긴다. 잣나무 낙엽 위로 솟아난 각시붓꽃의 자태는 또 얼마나 의기양양하던지.

산기슭마다 하얗게 수를 놓은 커다란 야광나무와 길가에 늘어선 분홍빛 병꽃나무도 빼놓을 수 없다. 샛노란 피나물꽃과 어떤 이의 무덤 위에 무리 지어 피어오른 씀바귀꽃을 뒤로하고 ‘들병이들 넘어오던 눈웃음길’을 지나 내려오니 ‘책과인쇄박물관’이다.

마을 농가 근처에 핀 으름덩굴 꽃을 신기한 듯 바라보며 김유정문학촌으로 내려오는 길 중간에 자리한 ‘문화프로덕션도모’를 지나 춘천에서 나는 쌀로만 술을 빚는다는 ‘전통주 예술’을 찾았다. 형형색색의 다양한 발효주들과 53도 증류주 ‘무작’을 조금씩 맛보느라 살짝 알딸딸한 기분에 젖은 나그네들은 ‘유정국밥’에서 늦은 점심으로 국밥 한 그릇씩을 나눈 뒤 일정을 마쳤다.

고학규 시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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