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석천 기자

101번째의 어린이날을 맞이했다. 원래 대로라면 지난해 100주년을 기념해 성대한 행사가 개최될 법도 했지만, 아쉽게도 코로나로 인해 비교적 잠잠히 지나갔다.

1919년, 3.1 운동을 계기로 어린이들에게 민족정신을 일깨워 주기 위해 전국 각 지역에서는 소년회가 창설되기 시작했다. 어린이 운동의 대표적인 인사 중의 한 명인 방정환은 1922년 3월 16일 동경에서 색동회를 조직하고 천교도 소년회를 통해 5월 1일을 어린이날(소년일)로 선포했다. 1923년 5월 1일 제1회 어린이날 기념행사에서 방정환은 글을 통해 어른들과 어린이들에게 몇 가지를 당부하고 있다.

어른들에게 드리는 글

어린이를 내려다보지 마시고 쳐다보아 주시오.

어린이를 늘 가까이 하사 자주 이야기를 하여 주시오.

어린이에게 경어를 쓰시되 늘 보드랍게 하여 주시오.

이발이나 목욕, 의복 같은 것을 때맞춰 하도록 하여 주시오.

잠자는 것과 운동하는 것을 충분히 하게 하여 주시오.

산보와 원족 같은 것을 가끔 가끔 시켜주시오.

어린이를 책망하실 때에는 쉽게 성만 내지 마시고 자세히 타일러 주시오.

어린이들이 서로 모여 즐겁게 놀만한 놀이터와 기관 같은 것을 지어 주시오.

대우주의 뇌신경의 말초를 늙은이에게 있지 아니하고 젊은이에게도 있지 아니하고 오직 어린이 그들에게만 있는 것을 늘 생각하여 주시오.

어린 동무들에게

돋는 해와 지는 해를 반드시 보기로 합시다.

어른들에게는 물론이고 당신들끼리도 서로 존대하기로 합시다.

뒷간이나 담벽에 글씨를 쓰거나 그림 같은 것을 그리지 말기로 합시다.

길가에서 떼를 지어 놀거나 유리 같은 것을 버리지 말기로 합시다.

꽃이나 풀을 꺾지 말고 동물을 사랑하기로 합시다.

전차나 기차에서 어른에게 자리를 사양하기로 합시다.

입은 꼭 다물고 몸은 바르게 가지기로 합시다.

‘뒷간에 낙서를 하지 말라’는 내용처럼 웃음이 나올 정도로 지금의 상황과는 맞지 않는 부분도 있다. 하지만 당시 어린이 운동을 펼치던 사람들의 구호가 “욕하지 말고, 때리지 말고, 부리지 말자”는 것일 정도로 아동의 인권이 열악했다는 사실을 감안하자면, 어린이날 선포를 통해 수호하려던 가치가 무엇인지 느껴지는 듯해 뭉클해진다. 

어린이날이 제정될 당시의 어린이들은 이미 고인이 된 사람들이 많다. 한국전쟁 이후에 태어난 다음 세대 어린이들은 지금 노인이 됐고, 또 그 이후에 태어난 어린이들도 차례로 어른이 됐다. 올해 기준의 어린이(통상 초등학생까지)들도 금세 어른이 될 것이다. 하지만 잠시 지나쳐간 어린 시절은 나머지 삶을 결정할 정도로 중요하다는 사실이 다양한 경로를 통해 속속 드러나고 있다. 행복한 어린 시절을 보냈다면 행복한 어린이와 평생 함께 사는 셈이다.

《춘천사람들》도 개편을 통해 어린이들을 위한 ‘어린이 세상’이라는 코너를 신설했다. 두 명의 어린이를 키우는 아빠로서도, 유익하고 재미있는 내용을 담기 위해 나름의 노력을 기울였다. 부디 잠시나마 즐거운 시간을 보내기를 부푼 마음으로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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