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일 영장실질심사 앞두고 분신…2일 끝내 사망
민주노총, “정당한 노조활동 탄압” 대정부 투쟁 선언

민주노총 건설노조 강원지부 3지대지대장의 분신 사망을 계기로 노동계와 정부의 갈등이 고조되고 있다.

양 지대장은 노동자의 날이었던 5월 1일,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앞두고 춘천지법 강릉지원 앞에서 분신해 서울 한강성심병원으로 긴급히 옮겨졌지만, 다음날 끝내 숨졌다. 양 씨는 노조원들에게 남긴 유서 형식의 편지에서 “죄 없이 정당하게 노조 활동을 했는데 (혐의가) 집시법 위반도 아니고 업무방해 및 공갈이랍니다. (검찰이 이 같은 혐의를 적용한 데 대해) 제 자존심이 허락하지 않네요”라며 억울함을 호소했다.

민주노총 강원지역본부는 “윤석열 정권과 강원경찰청의 무리한 건설노조 탄압이 건설노동자의 분신을 불렀다”라고 규탄했다.

2019년부터 노조원으로 활동한 양 씨는 지난해 5월부터 강릉·양양·고성·속초 지역에서 지대장으로 활동하며, 대부분 일용직이거나 특수고용노동자(덤프트럭·굴삭기·레미콘 등 독립사업자로서 회사와 계약)인 건설노동자의 고용 형태 개선을 촉구하는 등 고용안정에 목소리를 내왔다.

그런 와중에 양 씨는 조합원 채용 강요와 현장 간부의 급여 등을 요구한 혐의를 받으며 지난 2월부터 수사를 받아왔다. 검찰은 지난 3월 초 건설노조 강원건설지부를 압수 수색했고 양 지대장을 포함한 지부 간부들을 수차례 소환 조사했다. 양 지대장 등은 이날 폭력행위처벌법상 공동공갈·업무방해 혐의로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받을 예정이었다.

박만연 민주노총 강원건설기계지부장은 “특정한 인물을 지정해놓고 그 인물에 피의 사실을 맞춰 가는 식의 수사를 하니까 상당히 많은 압박을 받아왔다. 정신력이 강한 사람이라도 이렇게 압박 수사하면 어떻게 버티겠냐? 가족에게 말도 하지 않고 혼자 앓으며 무척 힘들어했다”라고 말했다. 

법원은 “증거인멸과 도주 우려가 없어 구속의 필요성과 상당성을 인정할 수 없다”라며 양 지대장 등에 대한 구속영장을 기각했다. 이어 “현재까지의 수사 진행 상황, 수집된 증거자료, 심문 과정에서 범행을 인정하고 잘못을 반성하는 점, 일부 피해자들이 피의자들에 대한 처벌을 원치 않는 점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했다”라고 기각 이유를 설명했다. 하지만 박만연 민주노총 강원건설기계지부장은 “수사기관에서 언급한 날짜에 건설 현장 소장 등 관계자를 만나 교섭했던 내용, 전임비를 송금받았던 사실 등 사실관계에 대해 시인한 것이지 마치 공모해서 돈을 갈취했다는 식으로 범행을 인정했다는 건 사실이 아니다”라고 강하게 반박했다. 

강원경찰청은 입장문을 내고 “고인의 사망에 대해 매우 안타깝게 생각하며 고인의 명복을 빈다”라고 유감을 표했다. 다만 “고인에 대한 모든 수사는 적법한 절차에 따라 진행했으며 변호인 참여 등 피의자의 방어권을 최대한 보장했다. 향후 예정된 수사도 적법절차에 따라 진행하겠다”라고 말했다.

 노동계 대정부 총력 투쟁

민주노총 강원지역본부는 지난 2일 양 지대장의 사망 전 강원경찰청 앞에서 긴급 규탄 기자회견을 열고 “윤석열 정권과 강원경찰청의 무리한 건설노조 탄압이 건설노동자의 분신을 불렀다”라고 규탄했다. 이어서 “건설노동자의 고용 형태는 실업과 단기간 취업 상태를 오가는 특수한 관계에 놓여있기 때문에 건설노조가 일용직 건설노동자들의 권익을 지키기 위해 사용주를 상대로 고용요구에 대한 교섭을 진행하는 것은 당연하다”라며 양 지대장의 억울함을 호소했다.

김원대 민주노총 강원본부장은 “양 지대장의 극단적 선택의 배경은 정부와 경찰의 강압 수사다. 건설 현장의 불법 하도급 범죄는 눈감고 건설노조 탄압에만 열을 내는 정부에게 사과를 촉구한다”라고 주장했다. 또 김정배 전국건설노조 강원건설지부장은 “경찰이 무더기 특진을 걸고 성과경쟁을 벌이고 있다. 양 지대장 같은 사례가 또 나오지 말라는 법이 없다. 건설노동자의 열악한 현실을 알아달라”라고 호소했다.

민주노총은 서울 중구 민주노총 회의장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오늘 영면한 노동자 죽음의 책임은 윤석열 정권에 있다. 지난 1년간 자신의 무능과 실정을 덮기 위해 한 것이라곤 노조 탄압밖에 없던 정부가 끝내 동지를 죽음으로 내몰았다”라며 “윤석열 대통령은 동지의 주검 앞에 사죄하라. 건설노조 탄압에만 열을 올리던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은 사퇴하라. 건설노조를 비롯한 민주노조에 대한 탄압을 즉각 중단하라”라고 성토했다.

한국노총은 성명서를 통해 “경찰은 1계급 특진 등을 내걸고 건설노동자들에게 전방위적인 압박을 가했다. 정부는 건설현장의 특수상황이 있음에도 관행적으로 행해지던 것까지 모두 불법으로 몰고 무리하게 수사를 진행했다”면서 “건설현장에서 일어나고 있는 대형 재개발·재건축비리, 수억 원대의 부정청탁과 불법 재하도급 등 토착비리에는 눈감으면서도, 저항력이 약한 노동자들에 대해선 강압수사와 탄압으로 일관한 경찰과 검찰, 정부가 이번 사건의 공동 가해자”라고 지적했다. 

민주노총 건설노조는 지난 4일 용산에서 윤석열 정권 규탄 총력 투쟁 결의대회를 열었으며 민주노총은 오는 10일 윤 대통령 취임 1주년을 맞아 전국 단위노조 대표자가 모인 가운데 전면 투쟁에 나설 계획이다.

한편, 윤석열 정부는 지난해 하반기 건설노조의 활동을 ‘건폭(건설현장 폭력행위)’으로 규정하고 전방위 압박을 펼쳐왔다. 경찰은 1계급 특진을 내걸고 건설노조를 겨냥한 기획수사를 벌였다. 국토교통부와 고용노동부도 노조 활동을 불법으로 규정하며 월례비·52시간 준수·위험작업 거부·채용요구 등을 문제 삼고 조사에 나섰다. 민주노총에 따르면 검찰과 경찰은 건설노조에 13회 압수수색을 벌였고 950여 명을 소환 조사했으며 15명을 구속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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