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진운 연세대 학사지도교수 (가족복지·국제복지전공)

 통계청의 ‘2022 통계로 보는 1인 가구’에 따르면 한국의 1인 가구는 전체 가구의 33.4%인 716만 6천 가구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한다. 춘천도 다르지 않다. 춘천시 1인 가구 수는(2023년 4월 말 기준) 전체 13만4천626가구 중 5만5천932가구(41.5%)로 가장 많은 비율을 차지하고 있다. 이 중 20~29세가 1만894가구로 가장 많고 이어서 60~69세가 1만397가구로 나타났다. 가히 1인 가구 시대가 도래했다. 전문가들은 1인 가구 증가가 한 사회의 소득 불평등과 빈곤율을 악화시킨다고 우려한다. 이에 ‘가정의 달’을 맞아 오래전부터 1인 가구 문제를 고민해 온 양진운 연세대 교수와 이야기를 나눴다.

양진운 교수가 서면 인터뷰에서 1인 가구 시대의 다양한 과제를 진단했다.

오랜만에 지면을 통해 인사를 한다. 모르는 독자를 위해 본인을 소개해 달라.

 현재 연세대학교 미래캠퍼스 학사지도교수로서 가족복지론과 여성복지론 등을 강의한다. 또 유튜브 채널 ‘초록오렌지TV’를 통해, 강원도의 사회복지 현황과 커뮤니티 케어(지역사회 통합돌봄서비스) 등을 이야기하고 있다. 

2018년 4월~2019년 3월까지 《춘천사람들》에서 ‘가족이 변하고 있다!’라는 주제의 칼럼을 연재했다. 이후 한국 사회의 가족을 둘러싼 담론에 변화가 있나?

 선진국에서는 1인 가구 비율이 전체 가구의 40%를 넘어섰다. 한국도 1인 가구 사회로 급속히 진입, 현재 1인 가구 비율이 33.4%이다. 2030년에는 35.6%, 2050년에는 39.6%로 전망된다. 가히 ‘1인 가구 전성시대’이다. 개인적으로는 ‘1인 가구 화(化)’라는 용어를 즐겨 쓴다. 우리 사회가 ‘가구’라는 개념을 ‘개인 단위’로 인정하게 됐다는 점은 놀라운 변화이다. ‘다인 가구’에서 ‘1인 가구’로의 분화는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특히 ‘다문화가정’, ‘동성가정’ 등 다양한 형태의 가족이 존중받는 사회적 분위기도 형성되며, 가족의 다양성과 인권, 평등에 대한 인식 변화도 주목할 만하다. 

한국에서 1인 가구가 증가하게 된 또렷한 원인이 무언가? 

 각종 조사에서 일관되게 나타나듯이 학교·직장 때문(39%), 혼자가 편해서(45.6%) 등이 크다. 개별화된 삶을 지향하는 청년 세대에게 1인 가구의 삶은 매력적으로 다가왔을 것이다. 문제는 비자발적 1인 가구의 비율이 높다는 점이다. 학교·직장으로 인해 1인 가구가 된 이후 연애·결혼 등을 고려하지 않는 데에는 분명 한국 사회가 안고 있는 다양한 문제들이 복합적으로 영향을 미치고 있다. 특히 취업난·높은 주거비용 등이 결정적이다. 

 미디어와 자본이 1인 가구를 부추기는 측면도 있다.

 1인 가구가 그들에게 매력적인 고객이기 때문이다. 오래전 뉴욕대 사회학과의 에릭 클라이넨버그 교수는 1인 가구 증가에 따른 사회적 변화를 ‘솔로 이코노미(Solo Economy)’라고 명명하며 고소득 1인 가구가 증가하면서 이들의 경제적 영향력이 더욱 커질 것으로 전망했는데 한국에서도 현실로 나타나고 있다. 

 전체 1인 가구 중 20대가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고, 1인 가구 중 상위 10%의 연평균 소득증가율은 다인 가구보다 높게 나타나고 있어서 1인 가구는 신소비세력으로 떠오르고 있다. 1인 가구의 움직임 자체가 시장경제의 ‘바로미터’가 되어 미디어와 자본은 워라벨에 초점을 둔 소형아파트·가정간편식·가전업계 Mini 마케팅·거대은행의 ‘올포미(All for Me)’ 카드 등을 앞다퉈 내놓고 홍보하고 있다.

1인 가구의 화려한 이면에 감춰진 사회적 문제는 무엇인가? 

 새로운 소비계층이지만 그 이면에는 높은 빈곤율이 있다. 즉 양극화이다. 노인 1인 가구는 연금 부족·건강 문제·사회적 고립 등의 문제를, 청년 1인 가구는 일자리·주거비용 증가 등을 겪고 있다. 그런데 가장 큰 문제는 ‘인간관계의 결여’와 ‘고독감’이다. 1인 가구를 위한 정책적 지원과 더불어 사회적 연결망을 구축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사회복지 분야에서는 ‘커뮤니티 케어(지역사회 통합돌봄서비스)’가 중요한 화두로 떠오르고 있다. 1인 가구 전성시대에 통합돌봄체계로서의 지역사회 복지서비스의 변화는 불가피하다.

복지비용이 증가할 것이다. 국가와 지자체는 무엇을 해야 하나?

 복지비용 증가는 국가와 지자체가 결코 피하면 안 된다. 무엇보다 적극적인 고용 창출 정책 즉 ‘일터가 가장 좋은 복지’이다. 지역 기반 양질의 일자리 창출 노력이 절실하다. 그러려면 지역 현장에 기반을 둔 지속적인 연구와 정책 실행이 중요하다. 

 선진국 중 1인 가구가 가장 많은 스웨덴을 참고할만하다. 스웨덴은 1인 가구가 약 47%(2020년 기준)로 전체 가구 중 거의 절반을 차지하고 있다. 개인의 성취와 삶의 질을 중요시하며 1인 가구를 사회문제로 보기보다는 삶을 영위하는 하나의 형태로 인정하고, 이들의 안정적인 삶에 초점을 맞추어서 정책적 지원을 하고 있다. 춘천시가 스웨덴의 1인 가구 정책을 눈여겨볼 필요가 있다. 

1인 가구의 확산이 결혼의 종언으로 이어질까? 

 아니다. 한국 사회에서 가족을 형성하는 방식이 점점 다양해지고 있음을 나타내고 있을 뿐이다. ‘다양성’은 생물체 지속가능성의 바로미터이다. 가족은 영원할 것이다.

 

‘소셜다이닝’ 등 사회적 가족에 대해 기대를 갖고 있나? 

 개인화 경향이 사회적인 연대와 의견 수렴에 어려움을 초래할 수 있지만 그렇다고 방해물이 되는 것은 아니다. 이 지점에서 ‘사회적 가족’이나 ‘소셜 다이닝’, ‘공유 서재’ 등과 같은 사회적 모임이 대안이 될 수 있다. 조금 다른 이야기이긴 하지만 1인 가구의 정치 참여도 필요하다. 정치에 무관심하다면 1인 가구 특히 빈곤한 청년 1인 가구의 요구는 정책에 반영될 수 없다. 더 큰 비용을 치르기 전에 정치권은 청년 참여를 확대하여 생생한 목소리를 정책에 담아야 한다. 

 

《춘천사람들》이 지면개편과 종이 띠지 배송 등 새로운 모습을 보여주려고 애쓰고 있다. 독자로서 변화를 체감하는가? 

 《춘천사람들》의 변화는 불가피하다. 더 많고 다채로운 춘천사람들의 이야기가 가득 담기기를 희망하고 살아서 펄떡이는 춘천의 정론지가 되기를 당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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