덤으로 사는 삶, 열심히 살아요 그냥 좋아하니까 세대를 아우르는 삶의 지휘자 박애경

 나이가 들고, 은퇴를 하고, 은퇴 이후에 뭘 하면 좋을까에 대한 고민을 많이 했다. 그냥 지내기는 힘들 것 같았다. 여기저기 교육을 받으러 다니고, 악기를 연주하고, 지휘자로 또 합창단원으로 이웃과 함께 어울리며 봉사활동에도 꾸준히 임한다. 그렇게 박애영의 한주가 알차게 채워진다.

 춘천이 고향인 박애영은 강원도 여러 지역을 옮겨 다니며 살다 결혼 후 서울로 갔다. 서울 생활만 3년 차, 고향으로 다시 돌아오고 싶어졌다. 그렇게 춘천에 발을 디딘 지 28년이 흘렀다. 피아노 학원을 운영하다 10여 년 전 건강상의 문제로 문을 닫았지만 틈틈이 배우던 플루트 연주는 지금도 현재진행형이다.

 “다른 도시에 사는 사람들한테 춘천에 사는 걸 자랑하고 그래요. 춘천은 ‘부자가 아니어도 행복하게 살 수 있는 도시’인 것 같아요. 서울에서 잘 사는 사람들 보면 엄청나잖아요. 근데 춘천에서는 아주 잘 살지 않아도 뒤처지지 않고, 뛰어나지 않아도 행복하게 살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어요. 제 고향이기도 하지만 여러 가지로 저는 춘천에 사는 게 너무 좋아요.”

 순복음춘천교회의 빌립보 찬양대 지휘자로 선 지 벌써 8년이 되었다는 그의 얼굴에 미소가 꽃핀다. 빌립보 찬양대는 75세 이상 어르신 단원들로 이루어져 있다. 함께 노래하고, 여행도 다니는 세월이 쌓이니 정이 많이 들었다. 찬양대 단원들도 사랑이 많은 지휘자와 함께 복닥복닥 추억과 행복을 쌓는다.

 “단원들이 노래를 완벽하게 잘하는 것보다, 다 함께 참여할 수 있도록 하는 게 제일 중요해요. 사소한 것에 스트레스를 받으면 할 수 없는 일이죠. 80명이 넘는 분들이 한 자리에서 함께 목소리를 낼 수 있도록 하는 게 제일 신경쓰는 부분입니다.”

 세대를 아우르는 낭만이웃답게 그는 어린이집 과학교실 강사 활동과 강원서부해바라기센터 ‘동행서포터즈’ 활동을 통해 아이들, 청소년들에게도 따뜻한 사랑을 나눈다. 유아교육학, 사회복지학 학위와 과거 현장에서의 경험은 이런 활동에 참여하는 데 도움이 되었다.

 어느새 박애영이라는 한 사람의 하늘에도 붉은 빛이 물들고 노후를 바라보는 나이가 되었다. 지나온 길에 우연은 없었다. 그 자리에서, 내가 좋아서 열심히 삶을 따라 걷다 보니 길이 이어지고 새로운 길을 만나기도 했다. 산과 강이 함께하는 축복 받은 도시, 잘난 사람 못난 사람 재지 않고 어울리는 도시, 감동을 주는 도시 춘천에서 박애영이 지금까지 살아왔던 것처럼 아름답게 노년의 삶을 살길 바란다.

editor 이채린


끊임없이 시도하고, 성취하는 낙관주의자 불개미커뮤니케이션 박은수

 온의동에 소재한 디자인 회사 불개미커뮤니케이션의 운영자로서 각종 문화사업 디자인 또는 기획 업무를 한다. 콘텐츠 개발에 열정 넘치는 기획자이자 유튜브, 블로그 운영까지 섭렵한 능력자임과 동시에 20개월 남아의 엄마로서도 열심인 삶을 살고 있다. 시 쓰기 수업을 듣는 요즘은 일상의 작은 여유도 바라본다.

  “춘천은 열려있는 도시예요.” 2012년 춘천에서 디자이너를 시작한 박은수의 말이다. 외지인에 대한 경계없이 내 고향과 같은 마음으로 일을 시작했던 박은수에게 춘천은 굉장히 고마운 도시다.

 “툰을 보면서 핵심만 담은 짧은 문구가 강렬한 임팩트를 남기는 것을 보고, 논리구조와 글쓰기가 뒷받침되어야 디자인이 더 빛날 수 있을 거라 생각했어요.” 그가 1년간 시 쓰기 수업을 듣고 있는 이유다. 아직 글쓰기가 더 나아졌다는 느낌보다는 두려움이 덜해졌다는 그에게서 두려움을 모르는 용기와 겸손마저 확인할 수 있었다. 이제는 클라이언트와 소통하며 더 효율적으로 메시지를 전달할 수 있을 방법을 고민하고, 역으로 문구를 제안하기도 한다는 박은수. ‘다양한 생각과 배경을 가진 사람들이 의견을 보태니 더 좋은 작품이 탄생할 것 같다’는 에디터의 말에도 그저 최선을 다하고만 있단 듯 웃어 보였다.

 불개미커뮤니케이션은 브로슈어, 리플렛 제작부터 툰 제작, 도서에도 그치지 않고 이제는 문구류 제작, 카툰·도서 굿즈, 이모티콘 등등 활동 분야가 굉장히 넓은 회사이다. 영역 확장의 이면에는 구체적인 계기보다 재미를 추구하는 본인의 가치관과 아이디어 회의에 열을 올리는 팀원들의 협업이 숨어 있었다. ‘디자이너들은 본인이 기획하고 디자인한 작품을 자기 손으로 만들어보고 싶은 로망이 있다’고 말하며 그는 ‘머릿속에만 막연히 존재하는 것들을 직접 실현시켜보는 것이 낫겠다고 생각했고, 대량생산이 아니라 조금씩 시도해봤을 뿐’이라며 다시 한번 겸손의 말을 보탰다. 재미가 결국 힘든 상황을 뚫고 가는 힘이라고 말하며 일상에 유머, 재미를 더해 더 활력 있는 삶을 만들고 싶은 사람으로서의 소망을 보였다.

 작품의 성공 확률을 알지 못하기에 그저 시도해보고, 안되는 것들을 소거해나가는 작업을 꾸준히 거치고 있다는 박은수는 도전이라는 단어를 의인화해놓은 인물처럼 보였다. 도전이라는 거창한 말보다는 꾸준함을 강조하는 그의 모습에서 진정한 강자의 모습을 확인할 수 있었다. 불개미커뮤니케이션의 진짜 강점은 7~8년을 함께 해온 구성원이라고. 그는 새로운 트렌드를 공부하고, 신(新)과 구(舊)의 중간치를 잡는 연습, 오랜 시간에 걸친 아이디어 회의, 신조어 공부 등 새로운 제작물을 위한 끊임없는 배움의 자세를 잃지 않는다. 함께하는 사람을 귀히 여기고, 팀원에게 가슴 깊은 곳에서 오는 믿음을 가진 진정한 대표였다. 박은수가 “매운맛인데 시원하고 치유되는” 파스와 같다는 직원의 말에서 그와 파스가 오버랩됐다.

 이제는 일상의 여유도 조금은 찾고 싶은 박은수에게 잠깐의 휴식이 가져다줄 더 큰 성취를 응원하는 마음을 담아 박수를 보낸다.

editor 이수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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