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원의 몰락, 티베트 이전의 샹그릴라》 도서출판 산책
근대 이전의 티베트, 낙원으로 불린 이유와 흥망성쇠

 동서양과 시대를 불문하고 사람들은 이름만 다를 뿐 유토피아·천국·무릉도원·샹그릴라·낙원 등 다양한 이상향을 그려왔다. 그곳은 사람들 사이에 경쟁과 다툼이 없고, 아픔이라는 감정이 존재하지 않는 곳이다.

 저자인 심혁주 박사는 《낙원의 몰락, 티베트 이전의 샹그릴라》에서 근대 이전의 티베트가 낙원으로 불렸던 이유와 그 흥망성쇠를 소문과 실체를 바탕으로 추적한다.

 저자는 2004년부터 15년 동안 티베트 불교사원 120여 곳을 답사하며 80여 명의 유목민과 농민, 20여 명의 귀족 후예들 그리고 300명의 라마 승려와 25명의 라마 고승을 인터뷰했다. 또 티베트와 관련된 옛 문헌과 구체적인 자료들을 직접 인용하고, 때로는 설화의 형식으로 재구성함으로써 근대 티베트에 대한 다각적인 시선을 제공한다. 식물학자 조지 포레스트, 예수회 선교사 데시데리, 탐험가 스벤 헤딘 등이 겪은 위험과 신비로운 일화들을 추적하면서 당대에 만연한 티베트에 대한 소문들도 소개한다. 이를 통해 철저히 객관적 사실이 바탕이 된 라마 왕국의 흥망성쇠를 분석했다. 

 책은 불교의 선문답을 연상케 하는 대화형식으로 구성됐지만, 낙원의 실체에 대해 날카롭고 객관적인 시선을 잃지 않는다. 가령, 구체적인 통계를 근거로 티베트 사회는 불교사원의 라마 집단과 귀족 등의 세속 집단을 중심으로 질서와 안정을 유지해왔다고 분석한다. 이들 계층은 티베트 인구의 5%에 불과하며, 나머지는 이들의 관리 속에서 생활을 유지하는 농노들이라고 지적한다. 이러한 사회구조는 중국 정부가 티베트에 진입한 명분이 되기도 했다. 

 저자는 ‘낙원의 몰락’의 이유로 근대화 실패와 불교사원의 위상과 견고성 그리고 통치자의 부패와 타락 마지막으로 14대 달라이 라마의 망명 등을 꼽는다. 달라이 라마는 1959년 3월, 라싸에서 발생한 폭동을 계기로 티베트를 탈출하여 인도로 망명한다. 당시 16세였던 달라이 라마는 현재 90세에 가까운 나이가 됐다. 달라이 라마 승하 후 후계자를 추대하는 티베트불교 특성상 머지않은 미래에 티베트는 또다시 국제적인 관심을 받게 될 것이다. 티베트에 대한 저작물이 많지 않은 한국에서 이 책이 빛을 발하는 이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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