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사회적 가족

 ‘장애’라는 단어를 마주하면 어떤 생각부터 들까? 멀지 않은 주변에서 만난 사람들은 살면서 ‘장애’라는 말이 내 삶 속에 한 몸이 되어버려 ‘장애인’으로의 ‘또 다른 세상’을 사는 사람이 된다고 말한다.

 2017년 장애인 실태조사에 따르면, 3년마다 실시되는 장애인 실태조사만 보아도 장애인의 약 88%는 후천적으로 장애를 얻는 경우라고 한다. 이 중 질병(56.2%)과 사고(32.1%)로 인한 장애가 큰 원인으로 나타나고 있다. 이는 고령화와 사회적 위험 요소가 점차 높아지면서 누구든 ‘장애’로부터 자유롭지 않다는 것을 의미하기도 한다. 또한, 겉으로 드러나지 않는 인지·정서적 어려움을 갖고 함께 살아가고 있는 지적장애·자폐성장애·정신장애 등 정신적 장애를 겪는 이웃들도 있다.

 저마다 다양한 장애의 원인과 상황이 있고, 장애에 따른 생활방식이 모두 다르게 작동하기도 한다. 이제 우리가 함께 바라볼 방향은 ‘장애인’이 대상이 아닌 사회적 안전망 관점에서 장애의 상황을 예방하는 생활안전 감수성을 높이는 것과 장애인 당사자가 온전한 사회적 구성원으로 살아가는 문제와 관련한 인권 감수성을 키워가는 것이 아닐까.

 누군가를 위한 호혜적 이웃이 되는 것과 동시에 나 자신이 사회로부터 분리되지 않을 안정감이 공존하는 것이니까 말이다. 장애와 비장애를 넘나들며 우리 지역에서 다양한 생각과 활동으로 한 걸음 먼저 사회로 향하는 이웃들의 이야기를 <우리는 사회적 가족입니다> 코너를 통해 함께 만나본다.

 ‘모두의 사회’를 위한 공감대를 바탕으로 우리는 비로소 ‘사회적 가족’으로 가까워질 것이다.

칠전동에서 ‘마을줍깅’ 중인 중증장애인 공익캠페인 활동가들.
 

“작은 일이라도 함께해서 기분이 좋아요.”

 매주 한 번씩 칠전동 마을 일대를 돌며, ‘마을 줍깅’을 하는 사람들이 있다. 함께 운동도 하고, 마을 구경도 하지만 무엇보다 쓰레기가 마구 버려진 곳을 발견하면 누구보다 열심히 쓰레기를 주워 담는다. 일회용 음료컵이나 담배꽁초들이 왜 이렇게 많냐고, 버린 사람들이 누군지 하면서도 꼼꼼하게 치우는 모습이다. 모아낸 쓰레기들을 보면서 또 한층 훤해진 골목과 길가를 보면서 뿌듯해하는 것이 고스란히 목소리에 힘으로 전해진다. 쓰레기를 잘 버려야 한다는 다짐과 쓰레기가 너무 많아지는 것이 걱정이라는 이야기도 빼놓지 않는다. 이들은 ‘중증장애인 공익캠페인 활동가’로 지역사회에서 자리를 만들어가는 사람들이다.

 마을 줍깅을 하는 김바다 씨는 “사람들이 담배를 피우고, 자동차 밖으로 꽁초를 던지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도로나 인도에 그냥 버리는 담배꽁초가 많아서 치웠어요. 길이 깨끗해지니까 다른 사람들이 고맙다고 하고, 기분도 좋아요”라고 한다.

 홍빈 씨는 “재밌었어요. 가만히 있는 것보다 사람들이랑 줍깅하는 것이 재미있어요. 우리 마을이 깨끗해져서 좋아요”라고 소감을 밝혔다.

“옷을 입으면서 사람들이 우리를 생각해줬으면 좋겠어요”

 지난달 28일에는 ‘한살림 춘천’에서 4월 한 달 동안 지역과 함께하는 ‘옷되살림 소행성’이라는 의류 모으기 활동을 진행하였는데, 집에서 입지 않는 옷이나 다른 사람에게 전하고 싶은 옷을 모아 약 70kg의 의류를 전달하기도 했다.

 ‘옷되살림’ 활동에 동참한 한지혜 씨는 “사람들이 우리가 보낸 옷을 입으면서 잘 썼으면 좋겠어요. 그리고 옷을 입으면서 우리도 생각해 줬으면 좋겠어요”라며 수줍게 소감을 전한다.

 박형수 씨는 “별거 아닐 수 있지만, 그래도 남을 도울 수 있다는 것이 뿌듯한 거죠. 앞으로도 다른 사람에게 뭐라도 도움이 되는 일을 많이 할 수 있으면 좋겠어요”라고 한다.

 이상선 씨는 “이전에 의류수거 작업장에서 일했던 적이 있었어요. 재활용이 가능한 의류나 이불, 종이류와 중고물품들도 많이 작업해봤어요. 잘 모으면 재활용할 수 있는 물건들이 많이 있어요. 일이 힘들기는 했지만, 뿌듯한 시간이었습니다. 사람들이 쓸 수 있는 것들을 잘 나누거나 오래 쓰면 좋겠습니다”라고 경험을 나누기도 했다.

 소소한 활동이지만 지역과 함께하는 움직임에 힘을 보태고 의미를 찾아가는 모습이 이야기를 나누는 사람들 사이에 공유되었다. 그리고 그 아래 공통으로 느껴지는 것은 무엇이든 함께하는 사람들이 있어서 그 안에 내가 같이 있다는 사실에 대한 안심인 듯 보였다.

지난달 29일, 중증장애인 공익캠페인 활동가들이 ‘한살림춘천’에 ‘옷되살림’ 의류를 전달했다.

 지난해부터 춘천시에서는 ‘중증장애인 권리 중심형 공공일자리사업’을 4개의 수행기관을 통해 40여 명 규모로 진행하고 있다. 올해에는 ‘중증장애인 지역연계형 공공일자리사업’이 13명의 일자리로 만들어지기도 했다. 상대적으로 근로의 기회나 경험을 갖기 어려운 ‘심한 장애’를 가진 경우 사회 경험의 취약성이 일상의 사회생활에 반복적으로 어려움을 겪게 한다. 사회적 일자리의 구조가 이러한 문제를 조금 더 해결할 수 있으면 좋겠다. 하지만 더 중요한 것은 제도와 사업을 넘어서 이들이 사회적 안전망 속에서 일과 여가, 복지를 통해 사람들과 함께할 수 있는 참여의 기회가 많아지는 것이다. 그리고 그것이 가능하려면 나부터, 우리부터 서로 다르지 않은 ‘괜찮은 이웃’이 되어야 하는 것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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